5. 남용이 백규의 시를 여러 번 읊다
南容三復白圭, 孔子以其兄之子妻之.
三, 妻, 並去聲.
○ 詩大雅「抑」之篇曰: “白圭之玷, 尙可磨也; 斯言之玷, 不可爲也.” 南容一日三復此言, 事見『家語』. 蓋深有意於謹言也. 此邦有道所以不廢, 邦無道所以免禍, 故孔子以兄子妻之.
○ 范氏曰: “言者行之表, 行者言之實, 未有易其言而能謹於行者. 南容欲謹其言如此, 則必能謹其行矣.”
해석
南容三復白圭, 孔子以其兄之子妻之.
남용이 세 번 “흰 규의 티는 갈아 없앨 수 있지만, 이 말의 티는 없앨 수 없네.”라는 시를 세 번 외우자, 공자께서 형의 딸로 그에게 시집보내셨다.
三, 妻, 並去聲.
○ 詩大雅「抑」之篇曰: “白圭之玷, 尙可磨也;
시는 대아 「억」의 편으로 “흰 규의 티는 갈아 없앨 수 있지만,
斯言之玷, 不可爲也.”
이 말의 티는 없앨 수 없네【그대 백성을 안정시키고, 그대 제후들이 법도를 삼가며, 뜻하지 않은 일에 대비하고 그대들 말을 삼가며, 그대는 위의를 공경하며, 좋지 않은 일이 없도록 하라. 흰 구슬의 흠집은 그대로 없앨 수 있지만, 이 말의 티는 없앨 수 없네[質爾人民 謹爾侯度 用戒不虞 愼爾出話 敬爾威儀 無不柔嘉 白圭之玷 尙可磨也 斯言之玷 不可爲也].】.”라 했으니,
南容一日三復此言, 事見『家語』.
남용이 하루에 세 번 이 말을 반복했으니 이 일은 『가어』에 보인다.
蓋深有意於謹言也.
대저 깊이 말을 삼가는 뜻이 있었던 것이다.
此邦有道所以不廢,
이것은 「공야장」1의 ‘나라에 도가 있으면 버려지지 않고
邦無道所以免禍,
나라에 도가 없으면, 재앙을 면할 수 있다.
故孔子以兄子妻之.
그렇기 때문에 공자께서 형의 딸로 시집보내셨다.’는 것이다.
○ 范氏曰: “言者行之表,
범조우(范祖禹)가 말했다. “말은 행동의 드러남이요,
行者言之實, 未有易其言而能謹於行者.
행실은 말의 실제이니 말을 쉽게 하고 행동을 삼가는 사람은 없다.
南容欲謹其言如此,
남용이 말을 삼가고자 함이 이와 같다면
則必能謹其行矣.”
반드시 그 행동도 삼갔을 것이다.”
○ 말을 삼간다는 뜻의 삼복백규(三復白圭)란 성어는 ‘논어’ ‘선진(先進)’편의 이 장(章)에서 나왔다. 남용(南容)은 성이 남궁(南宮), 이름은 괄(适) 혹은 도(韜), 자(字)는 子容(자용)이다. 그래서 남궁자용(南宮子容)이라 불렸는데 두 글자를 줄여 남용(南容)이라 했다. 이미 ‘공야장(公冶長)’편에서 공자는 그를 두고 “나라에 도가 있으면 버려지지 않고 나라에 도가 없어도 벌이나 죽음을 면할 것이다[邦有道, 不廢; 邦無道, 免於刑戮].”라고 평가했다. 이 장에서는 남용이 말을 신중히 하겠다고 다짐하는 것을 높이 평가했다. 공자는 남용이 늘 말을 조심했으므로 나라에 도가 있으면 등용되고 나라가 혼란스럽더라도 형벌을 받지 않으리라 확신한 듯하다.
삼복(三復)은 세 번 거듭 외운다는 말이다. 규(圭)는 장방형이되 윗부분이 뾰족한 서옥(瑞玉)이다. 백규(白圭)는 희고 깨끗한 규(圭)인데 여기서는 ‘시경’ 대아(大雅)에 들어 있는 ‘억(抑)’편의 한 구절을 말한다. 곧, “백규지점 상가마야 사언지점 불가위야(白圭之玷 尙可磨也 斯言之玷 不可爲也)”이니, “흰 구슬의 흠은 오히려 갈아서 고칠 수 있지만, 이 말의 흠은 갈아 고칠 수 없네”라는 뜻이다. 형지자(兄之子)의 자(子)는 남녀 통칭이다.
‘사기’ ‘공자세가(孔子世家)’에 보면 공자가 주(周)나라로 가서 노자(老子)를 만났다고 한다. 정약용은 당시 함께 간 남궁경숙(南宮敬叔)이 곧 남용이라고 보았다. 단언하기 어렵다. 다만 노자가 했다는 말은 새겨둘 만하다. “총명하고 깊이 살피면서도 죽임을 당하는 사람은 남을 비난하기 좋아하는 자이고, 넓은 지식과 언변을 지니고도 몸을 위태롭게 하는 사람은 남의 악을 들춰내는 자이다[聰明深察而近於死者, 好議人者也. 博辯廣大危其身者, 發人之惡者也].”라고 말했다. 자공(子貢)도 사불급설(駟不及舌)이라 했다. 공자도 노자도 신언(愼言)을 가르쳤거늘 이토록 말조심이 어려운 것은 어째서인가?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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