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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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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시(詩)의 실상: 情의 울림② ⑥ 김시보(金時保) 『모주집(茅洲集)』 권8 「우중만장여행(雨中挽長女行)」 不有田家雨 行人得久淹 농가에 비가 내리지 않았던들 갈 사람을 오래도록 붙잡아 두었겠나. 喜逢子孫醉 睡過卯時甘 딸아이 만나서 기뻐 취하고 묘시가 넘도록 달게 잤더니 川漾萍樓埭 風廻花撲簾 냇물 불어 개구리밥 보에까지 붙고 바람 불어 꽃잎은 주렴을 치는구나. 吾詩殊未就 莫謾整歸驂 내 시가 아직 안 되었다 자꾸만 타고 갈 말 챙기지 말렴. ⑦ 이하곤(李夏坤) 『두타초(頭陀草)』 책8 「사가(思家)」 風急天將黑 山寒路自斜 바람 거세고 날도 어둑해지려는데 산은 춥고 길은 자꾸만 오르막이라. 來時愁雪片 歸日對梅花 올 적엔 눈송이를 걱정했는데 돌아가면 매화를 마주하겠네. 臘盡還爲客 年衰漸戀家 섣달이 다 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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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시(詩)의 실상: 情의 울림① ① 홍세태(洪世泰) 『유하집(柳下集)』 권2 「술애(述哀)」 1 自我罹窮阨 生趣若枯木 나는 궁액(窮阨)에 빠진 뒤로 생의 흥취는 말라 죽은 나무 같았지만 賴爾得開口 聊以慰心曲 그래도 네가 있어 입을 열었고 늘 서글픈 마음을 위로 받았다. 嗟汝今已矣 令我日幽獨 아! 네가 떠나간 지금 나의 하루하루는 더욱 고독해져 入室如有聞 出門如有矚 집에 들면 어디선가 네 목소리 들리는 듯 문 나서면 어딘가 있을 것만 같은 너를 찾게 된다. 觸物每抽思,如繭絲在腹 무엇을 마주해도 늘 뽑혀 나오는 네 생각 마치 뱃속 가득 채워진 고치실 같은데 哀彼一抔士 魂骨寄山足 서글퍼라! 저 한 줌의 흙으로 네 넋과 뼈를 산발치에 묻었구나. 平生不我遠 今夜與誰宿 평생에 나를 멀리 떠난 적 없었는데 오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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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시(詩)의 실상: 민생의 핍진한 사생 ① 김창흡(金昌翕) 『삼연집(三淵集)』 권8의 「작천무량(鵲川無梁)」 我過淸州境 觀風一喟然 내가 청주의 경계를 지나며 풍속을 살펴보니 탄식만 나오네. 誰爲懶明府 民病涉寒川 누가 관가의 부름에 늑장피우랴? 백성은 병든 채로 찬 냇물을 건너네. 斫脛傷仁酷 乘輿用惠偏 정강이 깨졌으니 인을 해침이 가혹하고 수레를 타는 일도 그 혜택이 치우쳤구나. 行人能殿最 可畏豈非天 행인들도 행적을 평가할 줄 아니 어찌 하늘이 두렵지 않은가! ② 권섭(權燮) 『옥소고(玉所稿)』 「시(詩) 1」의 「동면민가(東面民歌)」 (前略) (전략) 松脂杻骨杻皮令 송진 싸릿대 싸리껍질 채취 명령 白蠟五味山葡賦 밀랍 오미자 산포도 채취 부역 生鮮日次白土掘 하루걸러 생선 잡고 백토도 파야하는데 種種難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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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시(詩)의 실상: 산수에의 밀착과 형신(形神)을 통한 진면목의 묘파(描破) ① 김창흡(金昌翕)의 「구룡연(九龍淵)」을 통해 본 특징 다음은 김창흡(金昌翕) 『삼연집(三淵集)』 권2의 「구룡연(九龍淵)」이란 연작시 몇 편을 보자. 2 二淵懸瓢似 瀑流喧吐呑 둘째 못은 달아 맨 바가지던가 멍멍하게 폭포 물을 삼켰다 뱉네. 誰知呀然小 逈洞搏桑根 누가 알랴? 우묵하게 고인 작은 물이 멀리 통해 부상의 뿌리에까지 맺힐 줄. 5 五淵急回軋 南岸側成釜 다섯째 못 급히 돌며 콸콸 대는데 남쪽 언덕 비스듬하여 솥이 되었네. 馳波迭後先 赴隘徘徊舞 앞서거니 뒤서거니 치달리다가 좁은 곳에선 빙빙 돌며 춤추는 듯. 6 六淵美如璧 清涵石紋粹 여섯째 못 아름답기 구슬 같은데 맑게 씻긴 바위 무늬 티도 없구나. 竦髮注眸深 高雲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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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진시 창작의 핵심 이론: 천기론(天機論) 의고파의 가짜 복고를 벗어나 고인의 정신을 자득하고, 관습화되고 형해화된 정과 경을 진실하게 표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시인은 부단한 학문과 수양을 거쳐야 하며 이를 통해 민멸(泯滅)된 시도(詩道)를 진작해야 한다. 1) 『장자(莊子)』 「대종사(大宗師)」편의 “기욕(嗜慾)이 깊은 사람은 천기가 얕다[其嗜慾深者, 天機淺也].”라는 말이 있다. 2) 『주자어류(朱子語類)』 권62 「중용(中庸) 1」에서 다음과 같이 나와 있다. “솔개는 솔개의 성(性)이 있고 물고기는 물고기의 성(性)이 있어 그 날고 뜀에 천기(天機)가 절로 완전하니 곧 천리(天理)의 유행이 발현되는 오묘한 곳입니다. 그래서 자사께서 우선 이 한두 가지로 도(道)가 없는 곳이 없음을 밝히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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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백악시단이 주창한 조선후기 한시 쇄신의 방향 김창협(金昌協)은 『농암집(農巖集)』 권34 「잡지 외편(雜識 外篇)」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세상에서는 우리 조선의 시가 선조(宣祖) 때보다 성한 때가 없었다고 하는데, 내 생각에는 시도(詩道)가 쇠한 것이 실은 이때부터 시작된 것 같다. 선조 이전에는 시를 짓는 이들이 대체로 다 송(宋) 나라의 시를 배웠기 때문에 격조가 대부분 전아하지 못하였으며 음률도 간혹 조화롭지 못하였지만 요컨대 또한 질박하고 진실하며 중후하고 노련하면서도 힘이 있었기에 겉치장을 하거나 화려하게 꾸미지 않아서 각자 일가(一家)의 언(言)을 이루었다. 世稱‘本朝詩, 莫盛於穆廟之世.’ 余謂詩道之衰, 實自此始. 蓋穆廟以前, 爲詩者, 大抵皆學宋, 故格調多不雅馴, 音律或未諧適. 而要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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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6C~17C 동아시아 문예론의 전개② 3) 명말청초 공안파(公安派)의 명대 복고파 비판 원굉도(袁宏道)는 『해탈집(解脫集)』 권4 「척독(尺牘)」의 「구장유(丘長孺)」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대저 물(物)은 참되면 귀합니다. 참되면 내 얼굴이 그대의 얼굴과 같을 수 없으니 하물며 고인의 모습이겠습니까? 당(唐)에는 당의 시가 있으니 반드시 『문선(文選)』의 체(體)일 필요는 없습니다. 초당(初唐)ㆍ성당(盛唐)ㆍ중당(中唐)ㆍ만당(晩唐)에는 각자의 시가 있으니 반드시 초당, 성당일 필요가 없습니다. …(중략)… 大抵物眞則貴, 貴則我面不能同君面, 而況古人之面貌乎? 唐自有詩也, 不必選體也; 初ㆍ盛ㆍ中ㆍ晚自有詩也, 不必初盛也; 李ㆍ杜ㆍ王ㆍ岑ㆍ錢ㆍ劉, 下迨元ㆍ白ㆍ盧ㆍ鄭, 各自有詩也. 不必李ㆍ杜也. (中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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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6C~17C 동아시아 문예론의 전개① ① 명나라 전후칠자(前後七子)【전칠자(前七子): 이몽양(李夢陽), 하경명(何景明), 서정경(徐積卿), 변공(貢), 강해(康海), 왕구사(王九思), 왕정상(王廷相) / 후칠자(後七子): 이반룡(李擊龍), 왕세정(王世貞), 사진(謝秦), 종신(宗臣), 양유예(梁有譽), 서중행(徐中行), 오국륜(吳國倫)】의 복고론 이몽양(李夢陽, 1472-1529)은 홀로 전대의 위약(萎弱)함을 비판하고, “문장은 반드시 진한(秦漢)시대의 것이어야 하고, 시는 반드시 성당(盛唐)의 것이어야 한다.”고 부르짖으며 이것이 아닌 것은 말하지 않았다[夢陽獨護其萎, 倡言文必奏漢, 詩必盛唐, 非是者弗道. -『명사(明史)』 권286 「이몽양전(李夢陽傳)」]. 이반룡(李攀龍, 1514-1570)..
1년을 마무리 하는 스터디 뒷풀이 1. 재밌고 신나던 한시 스터디를 함께한 인연들 어색하지만 그럼에도 참여하는 이유 각별한 스터디 2. 언젠가 사라질 장미로 예술작품을 만든다고? 시끄럽지 않은 2차 장소를 찾아 언젠가는 사라질 장미로 작품을 만든다는 것 작품은 만들어진 시간과 함께 온다 3. 김지영과 크라잉넛 JOB, 또 하나의 김지영 크라잉넛이 전해준 충격 4. 첫 임용을 본 아이들과의 이야기 장범준의 여수밤바다가 좋은 노래인 이유 첫 임용을 본 아이들의 심정 임용을 위한 한문공부는 어떻게 해야 하나 인용 지도 목차 사진
4. 첫 임용을 본 아이들과의 이야기 크라잉넛을 통해 고정관념이 깨지며 지금처럼 학생들과도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교수가 될 수 있었다고 했다. 크라잉넛 한 뮤지션 때문에 그런 인식의 변화가 생겼겠는가. 그런 충격적인 만남이 있기까지 수많은 변곡점들이 자리하고 있었을 것이다. ▲ 의정이가 홍합탕의 홍합을 일일이 까줘서 편안하게 먹을 수 있었다. 장범준의 여수밤바다가 좋은 노래인 이유 음악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으니 자연스레 음악에 대한 이야기로 계속 이어졌다. 그 다음에 초대된 인물은 장범준이다. 버스커 버스커로 활동하다가 지금은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솔로로 활동하고 있다. 우리에겐 ‘여수 밤바다’와 ‘벚꽃엔딩’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매년 4월이면, 그리고 여수에 내려가면 언제든 그의 노래를 들..
3. 김지영과 크라잉넛 교수님의 아내분이 만드신 패치워크란 작품을 보여주며 이야기해줬는데 이때 두 가지 부분에서 감상을 자아냈다. 이전 후기에서 하나는 얘기했으니 여기서 또 하나의 얘기를 해보도록 하겠다. ▲ 맛있는 안주로 우리의 모임도 풍성해지고 있다. JOB, 또 하나의 김지영 또 하나의 작품을 보여줬는데 그건 보는 것만으로도 매우 강인한 인상을 받았다. JOB이라 쓰여져 있고 O 안엔 아이를 안은 여인이 힘겹게 손을 뻗어 매우 간절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작품이다. 이렇게 작품에 대한 간단하게 설명한 것만으로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무얼 표현한 것인지 알게 됐으리라. 그만큼 한 장면에 효과적으로 글씨를 비치하고 인물을 배치한 덕에 우린 현재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의 한복판으로 순식간에 초대될 수..
2. 언젠가 사라질 장미로 예술작품을 만든다고? 1차 모임은 삼겹살을 먹으며 시작됐다. 고기를 구워 맛있게 먹고 있으니 문수 선생과 함께 운호가 들어오더라. 문수는 작년 2차 수업실연을 준비할 때 형태형 팀에 같이 배정되었기에 알게 되었다. 지금은 임실에 있는 중학교에서 근무하며 네 군데 학교를 순회 다니고 있다고 하더라. 올해 첫 발령을 받은 초임교사로 정말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을 텐데 오늘은 교수님과 저번에 종강 모임을 하게 되면 꼭 인사드리러 오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이 자리에 나온 것이라고 했다. 최근에 이 치료를 받고 있어 삼겹살은 일절 입에도 대지 않았는데 그럼에도 약속을 지키기 위해 나왔다는 말에 김형술 교수에 대한 의리 같은 게 느껴졌다. 문수는 삼겹살을 먹을 때만 함께 있다가 자리를 옮길..
1. 재밌고 신나던 한시 스터디를 함께한 인연들 임용고사 1차 시험이 끝나고 어느덧 일주일이 흘렀다. 작년 같으면 1주일 사이에 지금은 군대에 가있는 단재학교에서 근무할 때 인연을 맺은 건호가 전주에 찾아와 1박 2일 동안 시간을 보냈고 김형술 교수님과 중화요리집에서 공부에 대한 화끈한 대담을 나눈 회식이 있었으며 청주에 마련된 ‘The 앵두’란 공간을 방문하여 앵두님의 근황을 청취하기도 했었다. 오랜만에 자유의 시간이 남은 만큼 그간 하지 못했던 것들을 연거푸하며 자유롭게 시간을 보냈었는데 올핸 그렇게 활달하게 외부활동을 하진 않은 채 일주일이 흘렀다. ▲ 작년엔 시험이 끝나자마자 1주째엔 정말 바쁘게 지냈다. 어색하지만 그럼에도 참여하는 이유 김형술 교수님과의 만나는 일은 충분히 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