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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하일기 도강록 - 1. 호곡장론(好哭場論) 본문

문집/열하일기

열하일기 도강록 - 1. 호곡장론(好哭場論)

건방진방랑자 2021. 11. 13.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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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바탕 울어재낄 수 있는 그대를 축복하며

호곡장론(好哭場論)

 

박지원(朴趾源)

 

 

初八日甲申晴.

 

요동벌에서 백탑을 마주하다

與正使同轎, 渡三流河, 朝飯於冷井. 行十餘里, 轉出一派山脚, 泰卜忽鞠躬, 趨過馬首, 伏地高聲曰: “白塔現身謁矣.” 泰卜鄭進士馬頭也.

山脚猶遮, 不見白塔. 趣鞭行不數十步, 纔脫山脚, 眼光勒勒, 忽有一團黑毬七升八落. 吾今日始知人生本無依附, 只得頂天踏地而行矣.

 

사람이 우는 이유

立馬四顧, 不覺擧手加額曰: “好哭場! 可以哭矣.”

鄭進士: “遇此天地間大眼界, 忽復思哭, 何也?”

余曰: “唯唯否否. 千古英雄善泣, 美人多淚. 然不過數行無聲眼水, 轉落襟前. 未聞聲滿天地, 若出金石.

人但知七情之中, 惟哀發哭, 不知七情都可以哭. 喜極則可以哭矣, 怒極則可以哭矣, 樂極則可以哭矣, 愛極則可以哭矣, 惡極則可以哭矣, 欲極則可以哭矣. 宣暢壹鬱, 莫疾於聲, 哭在天地, 可比雷霆. 至情所發, 發能中理, 與笑何異?

人生情會, 未嘗經此極至之處, 而巧排七情, 配哀以哭. 由是死喪之際, 始乃勉强叫喚喉苦等字. 而眞個七情所感, 至聲眞音, 按住忍抑, 蘊鬱於天地之間, 而莫之敢宣也. 賈生, 未得其場, 忍住不耐, 忽向宣室一聲長號, 安得無致人驚怪哉?

 

아기가 태어나면 우는 이유

: “今此哭場, 如彼其廣, 吾亦當從君一慟, 未知所哭, 求之七情所感, 何居?”

余曰: “問之赤子. 赤子初生, 所感何情? 初見日月, 次見父母, 親戚滿前, 莫不歡悅. 如此喜樂, 至老無雙, 理無哀怒, 情應樂笑, 乃反無限啼叫, 忿恨弸中. 將謂人生神聖愚凡, 一例崩殂, 中間尤咎, 患憂百端, 兒悔其生, 先自哭弔.

此大非赤子本情. 兒胞居胎處, 蒙冥沌塞, 纏糾逼窄, 一朝迸出寥廓, 展手伸脚, 心意空闊, 如何不發出眞聲盡情一洩哉?

故當法嬰兒, 聲無假做. 毗盧絶頂, 望見東海, 可作一場, 長淵金沙, 可作一場. 今臨遼野, 自此至山海關一千二百里, 四面都無一點山, 乾端坤倪, 如黏膠線縫, 古雨今雲, 只是蒼蒼, 可作一場.”

亭午極熱. 趣馬, 歷高麗叢阿彌庄, 分路. 與趙主簿達東及卞君來源鄭進士李傔鶴齡, 入舊遼陽, 其繁華富麗, 十倍鳳城. 別有遼東記.

 

 

 

 

 

 

해석

 

初八日甲申晴.

8일 갑신 맑음.

 

 

 

요동벌에서 백탑을 마주하다

 

與正使同轎, 渡三流河,

정사와 함께 가마를 타고 삼류하(三流河)를 건넜고

 

朝飯於冷井.

아침에 냉정(冷井)에서 밥을 먹었다.

 

行十餘里, 轉出一派山脚,

10여리를 가다가 전환되어 한 줄기의 산자락이 나오자,

 

泰卜忽鞠躬, 趨過馬首,

태복이 갑작스레 몸을 구부리다가 말 머리를 달려 지나쳐

 

伏地高聲曰: “白塔現身謁矣.”

땅에 엎드려 큰 소리로 백탑의 현신을 아룁니다.”라고 외쳤다.

 

泰卜鄭進士馬頭也.

태복은 정진사의 마부다.

 

山脚猶遮, 不見白塔.

산자락이 오히려 가리고 있어 백탑은 보이질 않았다.

 

趣鞭行不數十步, 纔脫山脚,

채찍질하여 수십 보도 가지 않아 겨우 산자락을 벗어나자

 

眼光勒勒, 忽有一團黑毬七升八落.

시야가 흐릿해지더니 별안간 한 무리의 검은 공 7개는 튀어 오르고 8개는 떨어진다.

 

吾今日始知人生本無依附,

나는 오늘에서야 인생이란 본래 의지하고 붙어살 게 없이

 

只得頂天踏地而行矣.

다만 하늘을 이고 땅을 밟으며 다닐 뿐임을 알았다.

 

 

 

 

 

사람이 우는 이유

 

立馬四顧, 不覺擧手加額曰:

말을 세우고 사방을 돌아보다 손을 들어 이마에 얹는 것도 깨닫지 못한 채 말했다.

 

好哭場! 可以哭矣.”

울기에 좋은 장소로다! 울 만하구나.”

 

鄭進士: “遇此天地間大眼界,

정진사가 말했다. “이런 천지 사이에 크나큰 시야를 만나고서

 

忽復思哭, 何也?”

갑자기 다시 울 것을 생각하는 건 왜인가?”

 

余曰: “唯唯否否.

내가 말했다. “그렇기도 그렇지 않기도 하네.

 

千古英雄善泣, 美人多淚.

천고의 영웅은 잘 울었고 미인은 많은 눈물을 흘렸지.

 

然不過數行無聲眼水, 轉落襟前.

그러나 소리도 없이 몇 줄기 눈물이 옷자락 앞에 굴러 떨어진 것에 불과하다네.

 

未聞聲滿天地, 若出金石.

소리가 천지에 가득 차서 금석(金石)에서 나온 것 같은 울음소리는 듣질 못했었지.

 

人但知七情之中, 惟哀發哭,

사람은 다만 칠정(七情) 가운데서 오직 슬퍼야만 울 수 있다는 건 알지만,

 

不知七情都可以哭.

칠정(七情)이 모두 울 수 있다는 건 모른다네.

 

喜極則可以哭矣, 怒極則可以哭矣,

매우 기뻐도 울 수 있고 매우 화나도 울 수 있으며

 

樂極則可以哭矣, 愛極則可以哭矣,

매우 즐거워도 울 수 있고 매우 사랑해도 울 수 있으며

 

惡極則可以哭矣, 欲極則可以哭矣.

매우 미워해도 울 수 있고 매우 욕망해도 울 수 있지.

 

宣暢壹鬱, 莫疾於聲,

답답함일울(壹鬱): 침울하여 기쁘지 않은 것으로 속맘이 억울한 것을 가리킨다[沉鬱不暢, 多指情懷抑鬱].을 해소하는 건 소리보다 빠른 게 없고

 

哭在天地, 可比雷霆.

울음이란 천지에 있어서 우레와 번개에 견줄 만하다네.

 

至情所發, 發能中理,

지극한 정이 발산되어 발산된 것이 이치에 적중할 수 있으니

 

與笑何異?

웃음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人生情會, 未嘗經此極至之處,

사람 삶의 정이 일찍이 이런 지극한 처지를 경험하지 못하고서

 

而巧排七情, 配哀以哭.

교묘하게 칠정(七情)에 안배할 때 슬픔에 울음을 배치했다네.

 

由是死喪之際,

이런 이유로 사망하거나 초상을 치를 때나

 

始乃勉强叫喚喉苦等字.

처음으로 억지로 아이고라고 부르짖게 되었지.

 

而眞個七情所感, 至聲眞音,

참으로 칠정(七情)이 느낀 지극하고 진실한 소리는

 

按住忍抑, 蘊鬱於天地之間,

누르며 머물도록 하고 참으며 억눌러 천지 사이에 적체되니

 

而莫之敢宣也.

감히 펴내지 못하게 된다네.

 

賈生, 未得其場,

저 가의(賈誼)란 사람은 울 만한 장소를 얻지 못해

 

忍住不耐, 忽向宣室一聲長號,

참으며 머물다 견뎌내지 못해 갑자기 천자의 방을 향해 한 소리로 크게 울부짖었으니

 

安得無致人驚怪哉?

어찌 사람들이 놀라고 괴이하게 여기지 않겠는가()나라 때 가의(賈誼)가 문제(文帝)에게 올린 치안책(治安策)에 당시 천하의 형세를 이야기 하며, “可爲痛哭者一, 可爲流涕者二, 可爲長太息者六이라 한 것을 빚대어 한 말. 선실(宣室)은 미앙전(未央殿) 앞에 있던 천자(天子)의 정실(正室)로 문제(文帝)가 이곳에서 제사를 지내다 가의(賈誼)에게 귀신의 일에 대해 물어 본 일이 있다. 가의(賈誼)는 유능하였으나 다른 신하들의 시기로 장사왕(長沙王)의 태부(太傅)로 쫓겨나 있다가 포부를 펴지 못하고 젊은 나이에 울울하게 죽었다?”

 

 

 

 

 

아기가 태어나면 우는 이유

 

: “今此哭場, 如彼其廣,

정진사가 말했다. “지금의 이 울음터는 저와 같이 넓으니

 

吾亦當從君一慟,

나 또한 마땅히 그대를 따라 한 번 울려하지만

 

未知所哭, 求之七情所感, 何居?”

울 만한 이유를 칠정(七情)이 느낀 것에서 구한다면 어디에 포함될지 모르겠네.”

 

余曰: “問之赤子.

내가 대답했다. “아기에게 물어보게나.

 

赤子初生, 所感何情?

아기가 처음 태어날 적에 어떤 감정을 느끼는가?

 

初見日月, 次見父母,

처음에 해와 달을 보고 그 다음엔 부모를 보며

 

親戚滿前, 莫不歡悅.

친척들이 앞에 가득하니 기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네.

 

如此喜樂, 至老無雙,

이런 기쁨과 즐거움으로 늙도록 두 번은 없을 것이니

 

理無哀怒, 情應樂笑,

이치상으론 슬프고 화낼 게 없고 정으론 응당 즐거워 웃을 만한 데도

 

乃反無限啼叫, 忿恨弸中.

곧바로 도리어 끝없이 울어재껴 분노와 한스러움이 속에 가득하지.

 

將謂人生神聖愚凡, 一例崩殂,

그래서 장차 사람들은 생각한다네. ‘사람이 태어나 성스럽거나 어리석거나 한결 같이 죽고

 

中間尤咎, 患憂百端,

중간이 허물을 입고 온갖 근심 속에 사니

 

兒悔其生, 先自哭弔.

아기는 태어난 것을 후회하여 먼저 스스로 울며 조문하는 것이다.’

 

此大非赤子本情.

이런 식의 생각은 크게 아기 본래의 실정이 아니라네.

 

兒胞居胎處, 蒙冥沌塞, 纏糾逼窄,

아기가 태 속에 있을 땐 어둡고 막혀 있으며 에워싸여 비좁은데

 

一朝迸出寥廓, 展手伸脚,

하루아침에 텅 비고 넓은 곳료확(寥廓): 텅 비고 끝없이 넓다으로 나와 손을 열고 발을 펴며

 

心意空闊,

마음이 확 열리니

 

如何不發出眞聲盡情一洩哉?

어찌 참된 소리와 지극한 정을 발설하여 한바탕 토해내지 않겠는가?

 

故當法嬰兒, 聲無假做.

그러므로 마땅히 아기를 본받아야만 소리에 가짜로 지어내는 것이 없을 것이네.

 

毗盧絶頂, 望見東海, 可作一場,

비로봉 정상에 올라 동해를 바라보니 한바탕 울어재낄 만하고,

 

長淵金沙, 可作一場.

황해도 장연의 금사산을 가니 한바탕 울어재낄 만하며,

 

今臨遼野, 自此至山海關一千二百里, 四面都無一點山,

지금 요동들판에 와서 여기서부터 산해관까지 2200리는 사면에 모두 하나의 산조차 없고,

 

乾端坤倪, 如黏膠線縫,

하늘가와 땅끝이 마치 아교풀을 칠하고 실로 꿰맨 것 같아

 

古雨今雲, 只是蒼蒼, 可作一場.”

묵은 비와 신선한 구름이 다만 창창하기만 하니 한바탕 울어재낄 만하지.”

 

亭午極熱. 趣馬, 歷高麗叢阿彌庄, 分路.

정오라 매우 더워 말을 달려 고구려 무덤과 아미장을 지나서야 길을 나누었다.

 

與趙主簿達東及卞君來源鄭進士李傔鶴齡, 入舊遼陽,

주부 조달동과 변래원과 정진사와 시종 이학령과 옛 요양에 들어가니,

 

其繁華富麗, 十倍鳳城.

번화하고 부유하며 화려함은 봉황성(鳳凰城)의 열배나 됐다.

 

別有遼東記.

별도로 요동기(遼東記)에 써놨다.

 

 

 

 

 

 

 

 

인용

작가 이력 및 작품

웃음과 역설의 시공간

눈물 시리즈는 준규식 호곡장론

이중섭미술관은 한바탕 울만한 곳이다

1. 드넓은 자연에 대비되는 하찮은 존재

2. 슬퍼야만 눈물 나나?

3. 한바탕 울만한 곳

4. 울고 싶어라

5. 존재의 깊은 곳에서 터져 나오는 눈물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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