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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잃어버린 예법은 시골에 있다 - 3. 역관임에도 고전문장으로 문집을 만든 이홍재 본문

책/한문(漢文)

잃어버린 예법은 시골에 있다 - 3. 역관임에도 고전문장으로 문집을 만든 이홍재

건방진방랑자 2020. 4. 1.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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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역관임에도 고전문장으로 문집을 만든 이홍재

 

 

이홍재李弘載 군이 젋어서부터 내게서 배웠다. 장성해서는 한어漢語 통역에 힘을 쏟았으니 그 집안이 대대로 역관譯官이었던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더 이상 문학을 권면하지 않았다. 이군이 그 학업에 힘을 쏟더니 관대冠帶를 하고는 사역원司譯院에 벼슬나갔다. 나 또한 이군이 앞서 책을 읽음이 자못 총명하여 문장의 도리를 능히 알았으나 이제는 거의 잊었으리라 생각하여, 그저 그렇게 없어지고 마는 것을 안타깝게 여겼었다. 하루는 이군이 스스로 지은 것이라고 하면서 제목하여 자소집自笑集이라 하고는 내게 보여주었다. ㆍ변ㆍ서ㆍ기ㆍ서ㆍ설 같은 백여편은 모두 내용이 풍부하고 논리가 정연하여 일가를 이루고 있었다.

내가 처음에는 의아히 여겨 말하였다.

본업을 버려두고 쓸데없는 일에 종사함은 어찌된 것인가?”

이군은 사과하여 말하였다.

이것이 본업이요 참으로 쓸데가 있습니다. 대개 사대교린事大交隣의 즈음에 있어서 사령辭令을 잘하고 장고掌故에 밝음 만한 것이 없습지요. 그래서 본원의 사람들이 밤낮으로 힘쓰는 것은 모두 고문사랍니다. 제목을 주어 재주를 시험하는 것도 모두 이것으로 취합니다.”

李君弘載, 自其弱冠, 學於不侫. 及其長, 肄漢譯, 乃其家世呑官. 余不復勉其文學. 李君旣肄其業, 官帶仕本院. 余亦意謂李君前所讀書, 頗聰明, 能知文章之道, 今幾盡忘之, 乾沒可歎. 一日李君稱其所自爲者, 而題之曰自笑集, 以示余. 論辨若序記書說百餘篇, 皆宏博辯肆, 勒成一家. 余初訝之曰: “棄其本業而從事乎無用, 何哉?” 李君謝曰: “是乃本業, 而果有用. 則蓋其事大交隣之際, 莫善乎辭令, 莫嫺乎掌故, 故本院之士, 其日夜所肆者, 皆古文辭. 而命題試才, 皆取乎此.”

역관 이홍재가 연암에게 가져온 글은 논ㆍ변ㆍ서ㆍ기ㆍ서ㆍ설의 문체를 갖추 갖춘 백여편의 문장이다. 내용은 풍부하고 논리는 정연하여, 스스로 일가를 이루었다.

자네 중국어나 열심히 익히지 않고, 왜 이런 쓸데없는 일에 힘을 쏟는가? 이런 일은 과거 공부하는 선비들이나 힘 쓸 일이 아니던가?”

그렇지 않습니다. 선생님! 이것이 저희들에겐 중국어 공부보다 훨씬 요긴한 걸요. 사대교린에 있어서 사령辭令에 능하고 장고掌故에 밝은 것이 제일 쓸모 있지요. 그래서 사역원에서는 밤낮으로 古文辭에만 힘을 쏟고 있답니다. 시험도 중국어 시험이 아니라 고문사로 치르고 있는 걸요.”

 

 

 

 

 

 

인용

목차

원문

작가 이력 및 작품

1. 사라진 예법은 시골깡촌에 살아있다

2. 촌스럽고 경박하다며 살아남은 전통을 멸시하다

3. 역관임에도 고전문장으로 문집을 만든 이홍재

4. 고문은 역관에게, 전통복식은 기생에게 남다

5. 잃어버린 시는 어디에 있나?

6. 설렘 가득한 마음과 말없이 시를 빚어내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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