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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정석치 제문 - 7. 진짜로 네가 죽었구나 본문

책/한문(漢文)

정석치 제문 - 7. 진짜로 네가 죽었구나

건방진방랑자 2020. 4. 18.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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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진짜로 네가 죽었구나

 

석치는 진짜 죽었구나. 귓바퀴는 이미 문드러지고 눈알도 이미 썩었으니, 이젠 진짜 듣지도 보지도 못하겠지. 잔에 술을 따라 강신降神[각주:1]해도 진짜 마시지도 못하고 취하지도 못할 테지. 평소 석치와 함께 술을 마시던 무리를 진짜로 놔두고 떠나가 돌아보지도 않는단 말인가. 정말 우리를 놔두고 떠나가 돌아보지도 않는다면 우리끼리 모여 큼직한 술잔에다 술을 따라 마시지 뭐.

石癡眞死. 耳郭已爛, 眼珠已朽, 眞乃不聞不覩, 酌酒酹之, 眞乃不飮不醉. 平日所與石癡飮徒, 眞乃罷去不顧. 固將罷去不顧, 則相與會酌一大盃.

이 단락은 석치는 진짜 죽었구나라는 말로써 시작된다. 1단락의 맨 끝 문장이 지금 석치는 진짜 죽었구나(今石癡眞死矣)”였음을 상기한다면, 이 단락은 1단락을 잇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연암은 2단락에서 잠시 숨을 돌리며 석치의 죽음에 대해 이런저런 성찰을 가한 다음 다시 이 단락에서 1단락의 감정을 되살리면서 자신의 감정을 토로하고 있다. 주목할 것은, 이 단락에 진짜라는 말이 무려 네 번이나 나온다는 점이다. 이 단어에는 석치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데 따른 체념과 안타까움이 묻어 있다. 석치가 죽은 것은 이제 더 이상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인 것이다.

석치는 이제 그 좋아하던 술을 마시지도 못한다. 같이 어울려 지내던 주당酒黨들을 놔두고 떠나 버렸다. 석치야, 너 정말 돌아보지도 않고 가 버리기냐? 우리를 놔두고 그럴 수가 있냐! 만일 네가 그런다면 너 없이 우리끼리 술을 마시면 되지 뭐. 너 없다고 우리가 술을 못 마실 줄 아냐? 우리끼리도 얼마든지 재미있게 잘 놀 수 있다. 연암은 표면적으로 이렇게 말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반어로 들린다. 이런 반어적 표현은 석치의 빈자리가 너무도 크며, 그래서 연암을 비롯한 벗들의 가슴이 뻥 뚫려 있음을 확인시켜 줄 뿐이다.

 

 

  

 

 

 

인용

목차

원문

작가 이력 및 작품

1. 파격적인 제문

2. 일상 속 빈자리를 통해 너의 부재를 확인하다

3. 자유분방하게 감정을 토로하다

4. 천문학ㆍ수학ㆍ지리학 등 학문에 뛰어났던 그대

5. 석치를 저주한 사람들

6. 머리로 아는 죽음과 가슴으로 느껴지는 죽음

7. 진짜로 네가 죽었구나

8. 사라져 버린 본문

9. 너무나 인간적인 나의 친구

10. 울울하던 그날 함께 하던 벗

11. 파격적인 제문을 쓸 수밖에 없던 이유

12. 총평

 

 

  1. 강신降神: 제사의 한 절차로, 혼령을 부르기 위해 술을 따라 모사茅沙(그릇에 담은 띠풀의 묶음과 모래) 위에 붓는 일을 말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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