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치야 니가 살아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제정석치문(祭鄭石癡文)
박지원(朴趾源)
살아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生石癡, 可會哭可會吊, 可會罵可會笑. 可飮之數石酒, 相臝體敺擊, 酩酊大醉, 忘爾汝, 歐吐頭痛, 胃翻眩暈, 幾死乃已. 今石癡眞死矣.
너의 죽음을 대하는 방식이 가지각색인 네 부류의 사람들
石癡死而環尸而哭者, 乃石癡妻妾昆弟子姓, 親嫟固不乏.
會哭者握手相慰曰: “德門不幸, 哲人云胡至此?” 其昆弟子姓拜起, 頓首對曰: “私門凶禍.” 其朋朋友友相與歎息言, “斯人者固不易得之人.” 而固不乏會吊者.
與石癡有怨者, 痛罵石癡病死, 石癡死而罵者之怨已報, 罪罰無以加乎死.
世固有夢幻此世, 遊戱人間, 聞石癡死, 固將大笑, 以爲歸眞, 噴飯如飛蜂, 絶纓如拉朽.
너는 본래대로 되돌아갔지만 그리운 나의 친구여
石癡眞死. 耳郭已爛, 眼珠已朽, 眞乃不聞不覩, 酌酒酹之, 眞乃不飮不醉.
平日所與石癡飮徒, 眞乃罷去不顧. 固將罷去不顧, 則相與會酌一大盃. 爲文而讀之曰 缺 『燕巖集』 卷之十
해석
살아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生石癡, 可會哭可會吊, 可會罵可會笑.
석치【정철조鄭喆祚(1740~1781): 소북(小北)집안으로 공조판서를 지낸 정운유(鄭運維, 1704~1772)의 아들이다. 18세기의 저명한 산림학자인 미호(渼湖) 김원행(金元行)의 문인이며, 남인(南人)인 이가환(李家煥)의 처남이다. 1774년 문과에 급제하여 지평(持平)과 정언(正言)을 지냈다. 홍대용(洪大容, 1731~1783), 황윤석(黃胤錫, 1729~1791) 등과 친교가 있었으며, 영ㆍ정조 때의 뛰어난 자연과학자의 한 사람이다. 그림에도 뛰어나 정조의 초상화 제작에 관여한 적이 있다. 벼루 제작에 조예가 깊어 ‘석치(石癡)’라 자호(自號)하였다. -박희병, 『연암을 읽는다』, 2006년, 돌베개, 260쪽】가 살아있다면 함께 곡할 수 있고 함께 조문할 수 있으며 함께 욕할 수 있고 함께 웃을 수 있으리라.
可飮之數石酒, 相臝體敺擊,
그리고 몇 섬의 술을 마실 수 있어 서로 벌거벗고서 치고 박고하며
酩酊大醉, 忘爾汝,
곤드레만드레 만취하여 너는 너라는 것도 잊고
歐吐頭痛, 胃翻眩暈,
구토하니 머리가 아프고 위가 뒤집혀 어질어질
幾死乃已. 今石癡眞死矣.
거의 죽을 지경에야 그만 둘 것인데, 석치는 참말로 죽었구나.
너의 죽음을 대하는 방식이 가지각색인 네 부류의 사람들
石癡死而環尸而哭者,
석치가 죽자 시신을 에워싸 곡하는 사람들은
乃石癡妻妾昆弟子姓, 親嫟固不乏.
곧 석치의 아내와 첩, 형제, 자식, 그리고 친구들이었으니 진실로 적지 않았다.
會哭者握手相慰曰: “德門不幸, 哲人云胡至此?”
모여 곡하는 사람들이 서로 악수하면서 위로했다. “덕문【덕문(德門): 남의 집안을 높여 부르는 말】이 불행하니 철인【철인(哲人): 죽은 사람을 높여 부른 말이다. 『예기(禮記)』 「단궁(檀弓)」 상(上)에 공자가 죽기 얼마 전에 “태산이 무너지려는가? 대들보가 쓰러지려는가? 철인이 병들려는가[泰山其頹乎 梁木其壞乎 哲人其萎乎]?”라는 노래를 불렀다는 고사에서 유래한 말이다】이 어찌 여기에 이르렀습니까.”
其昆弟子姓拜起, 頓首對曰: “私門凶禍.”
형제와 자손이 일어나 절하고서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사문(私門)에 흉화가 있었습니다.”
其朋朋友友相與歎息言, “斯人者固不易得之人.”
친구마다 서로 함께 탄식하며 말했다. “이 사람은 진실로 얻기 쉬운 사람이 아닙니다.”
而固不乏會吊者.
진실로 모여 곡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었다.
與石癡有怨者, 痛罵石癡病死,
석치에게 원망함이 있던 사람들은 석치에게 ‘병들어 뒤져라’라고 아프게 욕을 했지만,
石癡死而罵者之怨已報,
석치가 죽었기에 욕하는 이들의 원망은 이미 갚아졌으니
罪罰無以加乎死.
죄를 벌하는 것이 죽음보다 더할 게 없기 때문이다.
世固有夢幻此世, 遊戱人間,
세상에는 진실로 이 세상을 한바탕 꿈으로 여겨 인간세상을 유희하려는 이들이 있으리니
聞石癡死, 固將大笑, 以爲歸眞,
석치가 죽었다는 걸 듣는다면 진실로 크게 웃으며 본래대로 돌아갔다고 여겨
밥톨이 벌떼처럼 뿜어져 나올 것이고 갓끈이 썩은 새끼 끊어지듯 끊어질 것이다.
너는 본래대로 되돌아갔지만 그리운 나의 친구여
石癡眞死.
석치는 참으로 죽었구나.
耳郭已爛, 眼珠已朽,
귓바퀴는 이미 문드러졌고 눈알은 이미 썩어
眞乃不聞不覩,
진실로 듣지도 보지도 못할 것이고
酌酒酹之, 眞乃不飮不醉.
제사주를 따라도 진실로 마시지도 취하지도 못할 것이다.
平日所與石癡飮徒, 眞乃罷去不顧.
평일에 함께 했던 석주의 술친구들은 참으로 돌아가 뒤돌아보지 않을 것이다.
固將罷去不顧, 則相與會酌一大盃.
참으로 돌아가 뒤돌아보지 않고선 서로 모여 한 번 크게 마시리라.
爲文而讀之曰 缺 『燕巖集』 卷之十
제문을 지어 읊는다. (이하 원문이 누락됨)
인용
1. 파격적인 제문
5. 석치를 저주한 사람들
7. 진짜로 네가 죽었구나
8. 사라져 버린 본문
10. 울울하던 그날 함께 하던 벗
12. 총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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