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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미학산책, 실험정신과 퍼즐 풀기 - 8. 파자(破字)놀음과 석자시(析字詩)②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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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미학산책, 실험정신과 퍼즐 풀기 - 8. 파자(破字)놀음과 석자시(析字詩)②

건방진방랑자 2021. 12. 7.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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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파자(破字)놀음과 석자시(析字詩)

 

 

出門遠觀山山翠 문을 나서 멀리 보니 산마다 푸르르고
朋友相送月月親 벗을 보낸 뒤부터 달만 보면 반갑구나.

 

위의 시에서는 ()’산산(山山)’으로, ‘()’월월(月月)’로 각각 파자(破字)하여 장난친 경우이다. 이러한 장난이 보다 더 진전되면, 다음과 같은 창작으로 이어진다.

 

日月明朝昏 山風嵐自起 해와 달 아침 저녁 환하게 밝고 산 바람에 이내가 절로 이누나.
石皮破仍堅 古木枯不死 돌 껍질은 깨뜨려도 단단만 하고 고목은 말랐어도 죽지 않았네.
可人何當來 意若重千里 보고 싶은 그대가 오지 않으매 마음은 천리나 떨어져 있는듯.
永言詠黃鶴 志士心未已 시를 지어 황학(黃鶴)을 노래하자니 지사(志士)의 마음은 끝이 없어라.

 

() 나라 때 무명씨의 작이다. 산 속을 거닐며 먼 곳에 있는 지기(知己)를 그리는 마음을 노래하였다. 이제 글자가 조합되는 경위를 알아보자. 처음 다섯 구는 앞의 두 글자를 합하여 세 번째 글자로 만든 것이다. 일월(日月)’이 옆으로 합쳐져 ()’이 되고, ‘산풍(山風)’은 아래 위로 ()’이 되었다. ‘()’은 산 속에 떠도는 안개 비슷한 푸른 기운, 즉 이내를 말한다. ‘석피(石皮)’는 차례대로 ()’자를 만들고, ‘고목(古木)’은 뒤집어 ()’가 되었다. 5구의 가인(可人)’은 앞쪽에서 ()’가 되고, 6구는 천리(千里)’는 뒤쪽에서 ()’을 조합하였다. 다시 영언(永言)’으로 ()’을 만들고, 8구에서는 지사(志士)’()’을 만들었는데 여기서는 글자를 합하지 않고 오히려 빼고 있다. 같은 원리로 글자를 만들어 가면서도 각 구절이 위치나 방식에서 흥미로운 대조를 이루었고, 각 구절의 가운데 글자를 조합자(組合字)로 하였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닌다.

 

이런 형태는 좀 더 유희적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명나라 때 노단(盧枬)이 장난으로 노래하였다.

 

鳥入風中 새가 바람 속에 들어가더니
銜出盤而作鳳 벌레를 물고 나와 봉황 되었네.

 

()’자 속으로 ()’가 들어가서는 ()’을 물고 나왔으니, 결국은 ()’자로 된 것이다. 그러자 그 친구 왕운풍(王雲風)이 대답하였다.

 

馬行蘆畔 말이 갈대 물가를 거닐다가
吃盡草以變驢 풀을 다 뜯어 먹자 나귀로 변했네.

 

()’()’ 곁을 지나다가 ()’를 다 뜯어 먹었으니 남은 것은 ()’ 뿐이다. 거기에 다시 ()’를 붙이면 ()’가 된다. 묘한 장난이다. 더욱이 왕운풍(王雲風)에게 ()’자로 농을 걸자, 그는 노()단의 ()’자로 되받아 응수한 것이어서 묘미가 있다. 김삿갓의 시에도 이와 비슷한 것이 있다.

 

天脫冠而得一點 하늘이 모자를 벗고 한 점을 얻으며
乃失杖而橫一帶 ()’가 지팡이를 잃고 띠를 하나 둘렀네.

 

무슨 소리일까. ‘()’이 모자를 벗으면 ()’가 된다. 여기에 다시 한 점을 얹으면 ()’이다. ‘()’가 지팡이를 잃으면 ()’만 남고, 여기에 다시 띠를 하나 둘러 주면 ()’가 된다. ‘견자(犬子)’ 쉽게 말해 개새끼이다. 부아가 치밀어 욕은 퍼부어 주어야겠는데 툭 뱉는 대신 비꼬아서 말한 것이다.

 

 

 

 

 

 

인용

목차

한국한시사

1. 빈 칸 채우기, 수시(數詩)ㆍ팔음가(八音歌)ㆍ약명체(藥名體)

2. 빈 칸 채우기, 수시(數詩)ㆍ팔음가(八音歌)ㆍ약명체(藥名體)

3. 빈 칸 채우기, 수시(數詩)ㆍ팔음가(八音歌)ㆍ약명체(藥名體)

4. 구슬로 꿴 고리, 장두체(藏頭體)와 첩자체(疊字體)

5. 구슬로 꿴 고리, 장두체(藏頭體)와 첩자체(疊字體)

6. 구슬로 꿴 고리, 장두체(藏頭體)와 첩자체(疊字體)

7. 파자(破字)놀음과 석자시(析字詩)

8. 파자(破字)놀음과 석자시(析字詩)

9. 파자(破字)놀음과 석자시(析字詩)

10. 이합체(離合體)와 문자 퍼즐

11. 이합체(離合體)와 문자 퍼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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