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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미학산책, 실험정신과 퍼즐 풀기 - 5. 구슬로 꿴 고리, 장두체(藏頭體)와 첩자체(疊字體)②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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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미학산책, 실험정신과 퍼즐 풀기 - 5. 구슬로 꿴 고리, 장두체(藏頭體)와 첩자체(疊字體)②

건방진방랑자 2021. 12. 7.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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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구슬로 꿴 고리, 장두체(藏頭體)와 첩자체(疊字體)

 

 

장두체(藏頭體)란 글자 그대로 각 구절 첫 글자에 비밀이 감추어져 있는 시체(詩體)이다. 이를 달리 말해 옥련환(玉連環)이라고도 하는데, ()이란 옥편(玉篇)’의 예에서도 보듯 글자를 말하니, 옥련환(玉連環)이란 글자가 이어져 고리를 이루는 꼬리따기 노래라는 뜻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여느 한시와 다를 것이 없어 보이지만, 감춰진 규칙을 고려하면 각 구의 끝 글자가 놓이는 순간 다음 구절의 첫 글자가 제한되니, 창작 상 고도의 기교와 언어 구사력이 요구된다. 그러면서도 운자는 엄격하게 지켰다.

 

木葉蕭蕭正着霜 낙엽 우엔 쓸쓸히 서리 내리고
相如多病臥虛堂 상여(相如)는 병 앓으며 빈 집에 누웠네.
土階荒草秋猶碧 흙 계단 황량한 풀, 가을에도 푸르고
石澗黃花晩更香 시내가 국화꽃은 늦저녁에 향기롭네.
日色暎雲明遠昊 구름 사이 햇빛은 먼 하늘에 밝은데
天風吹雁度高岡 바람은 기러길 불어 높은 뫼를 건넨다.
山村覽物驚時晏 산촌에서 사물보다 때늦음에 놀라니
安得蛩聲不近床 어찌 하면 벌레 소리 멀리로 쫓을건고.

 

권벽(權擘)추일산재(秋日山齋)란 작품이다. 소소한 가을날의 감상을 잘 포착하였다. 서리 진 낙엽, 병들어 빈 집에 누워 있는 고단한 신세이지만, 황량한 듯 푸른 풀과 늦저녁에 향기로운 국화를 자임(自任)하며 오롯한 몸가짐을 다스리고 있다. 그러나 흐르는 세월을 어찌 머물릴 것이랴. 이 작품 또한 앞서의 규칙이 꼭 같이 적용되고 있는 장두체(藏頭體)이다. 첫 구 끝 자 ()’에서 둘째 구 첫 자 ()’이 나왔고, 8구 끝 자 ()’에서 첫 구 첫 자 ()’이 나왔다. 꼬리따기로 이어진다.

 

사실 필자가 이 시를 처음 접했을 때, 문집 어디에도 이러한 규칙을 설명해 놓은 것이 없어,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 시를 잡체시의 범주에 넣어 두었는지조차 의아했었다. 이 규칙을 발견한 것은 엉뚱하게도 일단 번역이나 해 놓고 보자는 마음으로 원문을 옮겨 적던 과정에서였다. 이상하게 구절이 바뀔 때마다 비슷한 글자가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이 규칙을 처음 발견했을 때의 기쁨은 지금 생각해 보아도 새삼스럽다.

 

일전에 매헌(梅軒) 윤봉길(尹奉吉) 의사(義士)의 기념관에 들렸을 때, 그곳에서 윤의사(尹義士)가 젊은 시절 지었다는 한 수의 흥미있는 작품을 볼 수 있었다. 그 시는 이러하다.

 

不朽聲名士氣明 썩지 않을 이름으로 선비 기개 밝으니
士氣明明萬古淸 선비 기개 밝고 밝아 만고에 해맑도다.
萬古淸心都在學 만고에 맑은 마음 배움에 달렸으니
都在學行不朽聲 배워 행함 속에 썩지 않을 이름 있네.

 

앞서 본 장두체(藏頭體)가 앞 구의 끝 자를 파자(破字)하여 다음 구의 첫 자로 삼는 것이었다면, 여기서는 각 구절 끝의 세 글자가 다음 구절에 그대로 반복되고, 4구의 끝 세 자는 다시 첫 구의 첫 부분에 되풀이 되어 꼬리따기로 맞물리는 완벽한 순환 구조를 이루고 있다. 말하자면 장두체(藏頭體)의 아종(亞種) 쯤에 해당하는 경우이다. 이를 달리 첩자시(疊字詩)라고 한다.

 

 

 

 

 

 

인용

목차

한국한시사

1. 빈 칸 채우기, 수시(數詩)ㆍ팔음가(八音歌)ㆍ약명체(藥名體)

2. 빈 칸 채우기, 수시(數詩)ㆍ팔음가(八音歌)ㆍ약명체(藥名體)

3. 빈 칸 채우기, 수시(數詩)ㆍ팔음가(八音歌)ㆍ약명체(藥名體)

4. 구슬로 꿴 고리, 장두체(藏頭體)와 첩자체(疊字體)

5. 구슬로 꿴 고리, 장두체(藏頭體)와 첩자체(疊字體)

6. 구슬로 꿴 고리, 장두체(藏頭體)와 첩자체(疊字體)

7. 파자(破字)놀음과 석자시(析字詩)

8. 파자(破字)놀음과 석자시(析字詩)

9. 파자(破字)놀음과 석자시(析字詩)

10. 이합체(離合體)와 문자 퍼즐

11. 이합체(離合體)와 문자 퍼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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