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남의 놀림을 슬기롭게 낚아채다
박지원(朴趾源)
一日翁來余望而爲隱曰: ‘春帖子狵啼.’ 翁笑曰: “春帖子榜門之文, 乃吾姓也, 狵老犬, 乃辱我也. 啼則厭聞, 吾齒豁, 音嵲兀也. 雖然, 君若畏狵, 莫如去‘犬’, 若又厭啼, 且塞其‘口’. 夫帝者造化也, 尨者, 大物也, 著帝傅尨, 化而爲大, 其惟𢅛乎. 君非能辱我也, 乃反善贊我也.”
해석
一日翁來余望而爲隱曰: ‘春帖子狵啼.’
하루는 옹이 오고 있기에, 나는 멀찍이 바라보다가 은어(隱語)로 ‘춘첩자방제(春帖子狵啼)’라는 글귀를 써서 보여줬다.
翁笑曰: “春帖子榜門之文,
그랬더니 옹이 웃으며 말했다. “춘첩자(春帖子)란 문(門)에 붙이는 글이니
乃吾姓也,
바로 내 성 민(閔)이요,
狵老犬, 乃辱我也.
방(狵)은 늙은 개를 지칭하니 바로 나를 욕하는 것이구먼.
啼則厭聞, 吾齒豁,
그 개가 울면 듣기가 싫은데, 이 또한 나의 이가 다 빠져
音嵲兀也.
말소리가 분명치 않은 것을 비꼰 것이로군.
雖然, 君若畏狵, 莫如去‘犬’,
비록 그러나 그대가 늙은 개를 무서워한다면 견(犬)변을 떼어 버리면 될 것이고,
若又厭啼, 且塞其‘口’.
또 우는 소리가 싫으면 그 입 구(口)변을 막아 버리면 그만이지.
夫帝者造化也, 尨者, 大物也,
무릇 제(帝)란 조화를 부리고 방(尨)은 큰 물건을 가리키니,
著帝傅尨, 化而爲大, 其惟𢅛乎.
제(帝)자에 방(尨) 자를 붙이면 조화를 일으켜 큰 것이 되니 바로 망(𢅛)【‘龍’ 자를 ‘𢅛’ 자로 쓰기도 한다. 원래는 얼룩덜룩할 ‘망’ 자로 읽어야 한다.】이라네.
君非能辱我也, 乃反善贊我也.”
그렇다면 이는 그대가 나를 욕한 것이 아니라, 그만 나를 크게 칭송한 것이 되어 버렸구먼.”
인용
1화: 민옹이란 사람에 대해
2화: 연암 울화병을 앓다
3화: 박지원과 민옹의 인연
6화: 민옹이 본 귀신과 신선
7화: 민옹이 말한 나이가 많은 사람
8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
9화: 불사약에 대한 민옹의 견해
10화: 민옹이 무서워하는 것
12화: 남의 놀림을 슬기롭게 낚아채다
13화: 민옹의 마지막
'한문놀이터 > 한문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민옹전(閔翁傳) - 줄거리와 인용 (0) | 2020.11.17 |
---|---|
민옹전(閔翁傳) - 13화: 민옹의 마지막 (0) | 2020.11.17 |
민옹전(閔翁傳) - 11화: 들끓는 황충에 대한 민옹의 색다른 견해 (0) | 2020.11.17 |
민옹전(閔翁傳) - 10화: 민옹이 무서워하는 것 (0) | 2020.11.17 |
민옹전(閔翁傳) - 9화: 불사약에 대한 민옹의 박학다식 (0) | 2020.11.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