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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어 사전 - 계급의식(Class Consciousness ) 본문

어휘놀이터/개념어사전

개념어 사전 - 계급의식(Class Consciousness )

건방진방랑자 2021. 12. 17.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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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급의식

Class Consciousness

 

 

계급은 경제적인 개념이므로 계급 구분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경제적 이해관계다. 하지만 경제적 이해관계가 같다고 해서 사고방식도 같은 것은 아니다. 같은 계급에 속한 사람들이 모두 같은 생각을 한다면 세상은 삭막하고 재미가 없을 것이다. 노동자라고 해서 누구나 해방을 꿈꾸지는 않으며, 자본가라고 해서 모두가 착취적인 성향을 가진 것은 아니다.

 

헝가리 태생의 사회주의 철학자인 루카치(György Lukács, 1885~1971)역사와 계급의식에서 한 계급의 구성원들이 반드시 행동을 함께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런데 계급의 공동 행동이 불가능하다면 착취 구조를 근절하기 위한 혁명은 어떻게 가능할까? 루카치에 의하면 그것은 계급의식이 동반되어야 가능하다. 계급의식이란 같은 계급에 속해 있다는 공통적 의식을 뜻하는데, 이것은 단순히 경제적 계급 개념에 의해서 형성되지는 않는다.

 

 

마르크스(Karl Marx, 1818~1883)자본주의 초창기인 19세기 중반에 이미 자본주의의 붕괴를 예상했다. 그 근거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계급이 부르주아지와 프롤레타리아로 양극화되며, 부르주아지는 갈수록 수적으로 적어지고 프롤레타리아는 갈수록 늘어나므로 결국은 프롤레타리아에게 모든 권력이 넘어갈 수밖에 없다는 데 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마르크스의 예상대로 되지 않았다. 시민혁명의 물결이 드높았던 1848년의 위기에 서유럽 자본주의 사회는 자유주의 이념을 받아들이고 노동자들의 주장을 수용하는 방식으로 국면을 타개했으며, 경제 성장이 둔화된 19세기 말에는 해외 식민지를 개척하는 제국주의 정책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20세기에도 자본주의는 누적된 모순을 경제공황으로 털어버리고, 국가가 경제에 개입하는 방식을 도입하면서 끈질긴 생명력을 이어갔다.

 

 

사태가 이렇게 전개되자 마르크스주의 진영에서도 단지 프롤레타리아가 피지배 계급이자 피착취 계급이라고 해서 무조건 혁명의 주체가 될 수는 없다는 견해가 조심스럽게 제기되기 시작했다. 이제 프롤레타리아가 사회주의 혁명의 동력이라는 근거를 경제적 이유에서만 찾을 수는 없었다. 루카치가 계급의식을 들고 나온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그는 계급의식의 측면에서 볼 때 자본주의 사회의 프롤레타리아야말로 인류 역사상 최초로 완전한 인간 해방을 이룰 수 있는 계급이라고 주장한다. 그 이유는 뭘까?

 

루카치는 프롤레타리아가 이전까지의 역사상 어느 피지배 계급과도 다르게 자신의 경제적 토대를 분명하게 의식한 최초의 계급이라고 말한다. 그들은 자본주의를 총체적으로 바라보는 안목을 지녔기 때문에 자본주의의 기원과 종말을 알고 있으며, 자신의 운명도 의식하고 있다. 이런 프롤레타리아의 특성은 단지 계급적 이해관계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 프롤레타리아는 하나의 계급이지만 자신의 계급적 이해관계를 극복할 수 있고 계급의식을 넘어설 수도 있다. 계급적 이해관계는 프롤레타리아 혁명의 객관적 조건을 이룰 뿐이고 진정으로 혁명의 주체적 요소를 만들어내는 것은 계급의식이다. 계급의식의 관점에서 보면 프롤레타리아는 역사적으로는 자본주의를 붕괴시키고 사회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계급인 동시에 철학적으로는 주관과 객관의 전통적인 이분법을 극복할 수 있는 계급이 된다.

 

루카치의 이론은 마르크스주의 진영의 일각으로부터 정통을 벗어난 관념론적 사고라는 비난을 받았다. 특정한 계급의 계급의식은 그 계급이 처한 물질적 토대(계급적 이해관계)를 반영해야 하는데, 루카치는 그 점을 무시했다는 것이다. 예상할 수 있는 비판이다. 그러나 일찍이 마르크스는, 프롤레타리아가 주도하는 사회주의 혁명은 자본주의적 착취 구조를 폐지함으로써 프롤레타리아만이 아니라 부르주아지, 나아가 인류 전체의 해방을 가져오리라고 예상한 바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프롤레타리아가 계급적 이해관계를 넘어 총체적 계급의식을 가진다고 본 루카치는 오히려 정통 마르크스주의자라고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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