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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어 사전 - 신자유주의(Neoliberalism) 본문

어휘놀이터/개념어사전

개념어 사전 - 신자유주의(Neoliberalism)

건방진방랑자 2021. 12. 18.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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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

Neoliberalism

 

 

자본주의 초기인 18세기에 애덤 스미스(Adam Smith, 1723~1790)가 영원할 것이라고 생각한 보이지 않는 손의 위력은 예상보다 약했으나 그 수명은 예상보다 길었다. 스미스가 예찬한 자유주의 시장경제는 한 세기도 지나지 않아 자본주의가 독점화되고 제국주의로 변모하면서 막을 내리는 듯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다시 한 세기가 지난 20세기 말에 보이지 않는 손은 신자유주의라는 이름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전형적인 제국주의 전쟁이었던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세계경제는 곧바로 급전직하했다. 1929년 미국에서 터진 대공황(大恐慌)은 인류 역사상 최대규모의 참극을 겪고도 자본주의의 모순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가장 큰 문제는 전 세계가 자본주의 시장으로 편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수요가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산업혁명에 이어 과학기술과 공학의 비약적인 발달로 생산력은 크게 늘었으나 상품이 소비되지 않으면 자본주의적 이윤은 실현될 수 없었다. 이로 인해 금융과 주식시장이 붕괴하면서, 그동안 후퇴를 모르고 달려왔던 자본주의에 처음으로 강력한 제동이 걸렸다.

 

 

대공황 같은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더 이상 보이지 않는 손에 의존할 수는 없었다. 고전 경제학은 수요가 시장에서 저절로 이루어진다고 가정하고 오로지 생산을 중심으로 경제 이론과 정책을 구성했다. 그러나 수요가 막힐 수 있다는 현실을 생생하게 경험한 상황에서는 경제 이론과 정책이 전면적으로 바뀌어야 했다. 이런 추세에 따라 영국의 경제학자인 케인스(John Neville Keynes, 1852~1949)는 수요를 중심으로 경제를 재편하고 자유방임 경제 대신 국가가 경제에 개입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케인스의 이론을 가장 환영한 나라는 대공황의 현장인 미국이었다.

 

수요를 중시하고 국가가 경제 주체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케인스의 이론에 따라 미국에서는 정부가 산업, 노동, 재정 등 경제 각 분야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면서 대공황으로 늘어난 실업 인력을 소화하고 경제구조를 재편했다. 이 뉴딜(NewDeal) 정책으로 미국은 짧은 기간에 대공황의 상처를 크게 치유할 수 있었다. 더구나 때마침 터진 제2차 세계대전은 지난번 세계대전보다 더 극심한 참극이었지만 경제적으로 보면 부족한 수요를 군사부문에서 보충해준 보약이었다.

 

전쟁이 끝난 뒤부터 1960년대까지 세계정치는 냉전시대의 팽팽한 긴장을 겪었으나 세계경제는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다. 이제 국가가 기업보다 더 주도적인 경제 주체라는 점에는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았다. 그러나 그 호황기에 자본주의의 성격은 서서히 변하고 있었고 새로운 위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위기는 경제적인 것과 경제 외적인 것이 섞여 있었다. 1970년대 초반 중동에서 터진 석유 파동은 세계적인 에너지 위기를 초래했다. 그보다 더 장기적이고 심각한 것은 호황 속의 불황, 즉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 만연되고 자본주의 각국의 재정 위기가 심화되는 현상이었다.

 

 

결국 1980년대에 들어 세계경제는 또다시 침체기를 맞았다. 이때 화려하게 부활한 해법이 보이지 않는 손이다. 그러나 스미스 시대의 보이지 않는 손과는 다르기 때문에 그냥 자유주의가 아니라 신자유주의다.

 

둘 다 자본주의를 살리려는 목적을 가졌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신자유주의가 물리치고자 하는 적은 자본주의를 가로막는 절대왕정이 아니라 1950~60년대에 발달한 복지 국가다. 냉전시대에 경제를 주도한 국가는 막대한 군사비와 더불어 국민들을 위한 복지에 엄청난 재정을 쏟아부었다. 사회복지에 국가 재정을 투입하는 것은 이윤 추구를 제일의 목적으로 하는 자본주의의 기본 원리에 어긋난다. 국가 재정의 위기를 심화시킨 최대의 주범은 바로 복지국가의 이념이라는 게 신자유주의의 논리다.

 

 

신자유주의와 자유주의의 또 다른 차이는 경제 주체다. 자유주의의 경제 주체는 개인이었으나 신자유주의의 주체는 국가다. 자유주의는 자유방임을 통해 자본주의를 육성하고자 했지만, 이미 국가 개입의 경험을 거친 뒤에 생겨난 신자유주의는 오히려 강한 국가를 통해 시장의 경쟁 질서를 정치권력의 힘으로 조정하고자 한다. 현대 사회에서는 이미 경제와 정치가 분리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신자유주의의 이념은 복지국가를 파괴하고, 국가가 경제와 정치를 조정하며, 아울러 고전적 자유주의의 시장경제 질서를 밀고 나가는 것이다. 그 결과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이 세계무대에서 활동하는 다국적 기업들과 찰떡궁합을 이루면서 국제적 시장을 자유경쟁 체제로 재편하는 정책으로 나타났다. 자본주의 초창기에 노동자 개인들을 상대로 했던 착취가 이제는 국제적 차원에서 경제 후진국들에 대한 착취로 변모된다.

 

 

사회주의권이 무너진 1990년대부터 신자유주의는 이른바 세계화의 이념을 내걸고 세계 자본주의의 통합을 시도했다. 이는 당연히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이 주도할 수밖에 없다. 이미 세계 자본주의 진영에 편입된 국가들은 자유경쟁의 시장 논리로 철저히 묶어두고, 아직 경제를 개방하지 않은 국가들은 강제로 개방시켜 자본주의 질서에 종속시킨다. 그 일환으로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은 경제 후진국들의 금융 체제를 정비하도록 강요하는데, 여기에 앞장선 것이 IMF(International Monetary Fund)를 비롯한 국제 금융기구들이다.

 

전 세계를 하나의 자본주의 시장으로 묶어 경제 통합을 시도하는 신자유주의 정책은 여러 가지 저항에 부딪히고 있다.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의 전략과 그들에게 예속되지 않으려는 저항의 강도에 따라 세계 자본주의는 새로운 모습을 갖춰 나갈 것이다. 그러나 자유주의 국가 개입 신자유주의의 전개 양상이 보여주듯이, 설사 신자유주의의 목적이 모두 실현된다 하더라도 자본주의의 모순이 완전히 제거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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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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