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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한시사, 조선전기의 다양한 전개 - 5. 당시 성향의 대두(나식) 본문

책/한시(漢詩)

한시사, 조선전기의 다양한 전개 - 5. 당시 성향의 대두(나식)

건방진방랑자 2021. 12. 20.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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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식(羅湜, 1498 연산군4~1546 명종1, 正原, 長吟亭)을사사화(乙巳士禍)에 동생이 피죄(被罪)됨에 따라 그도 강계(江界)로 유배되었다가 사사(賜死)되었다.

 

그래서 그의 문집 장음정유고(長吟亭遺稿)에는 겨우 50여수가 수습되고 있을 뿐이어서 시세계의 전정(全鼎)을 맛볼 수 없는 아쉬움이 있다. 뿐만 아니라 그의 작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제화원(題畵猿), 여강(驪江)도 작자를 최수성(崔壽峸) 또는 정희량(鄭希良)이라하여 귀일(歸一)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그는 타고난 시취(詩趣)가 있어, 허균(許筠)도 그의 시가 성당(盛唐)의 권역(圈域)에 근접하고 있다 하였다. 제화원(題畵猿)은 다음과 같다.

 

老猿失其群 落日枯槎上 늙은 원숭이 제 무리 잃고, 지는 해에 외론 나무가지에 올랐네.
兀坐首不回 想聽千峯響 꼿꼿이 앉아 머리도 돌리지 않고, 왼 봉우리 울리는 소리 듣고 있는 듯.

 

이 시는 원숭이를 그린 족자 위에 쓴 제화시(題畵詩)이다. 그는 기절(氣節)이 비범(非凡)하여 사람들이 쉽게 근접하기 어려웠다고 하거니와 이 작품은 바로 그의 오올(傲兀)한 직절(直節)을 실감케 하는 기작(奇作)이라 할 것이다.

 

이 시를 지을 때 신광한(申光漢)정사룡(鄭士龍) 등 일시(一時)의 명가(名家)들이 함께 자리하고 있었는데, 나식(羅湜)의 이 시를 보고 모두 감탄했다고 하며, 특히 정사룡(鄭士龍)은 이를 극찬했다고 한다. 이달(李達) 또한 이 시에 대하여는 칭찬을 아끼지 않아 그림 속에 다시 그림이 있다고 평한 바 있으며, 이 시의 구법(句法)에 대하여 성당(盛唐)의 악부시(樂府詩) 이주가(伊州歌)의 법식을 갖추었다고 하였다.

 

 

다음은 나식(羅湜)여강(驪江)이다.

 

日暮蒼江上 天寒水自波 해가 지는 푸른 강물 위에 날씨는 차고 물 절로 일렁인다.
孤舟宜早泊 風浪夜應多 외로운 배 일찌감치 대야 하리니 풍랑이 밤에는 응당 거세지겠지.

 

장음정유고(長吟亭遺稿)에 제목이 한중우음(閑中偶吟)으로 되어 있으며, 국조시산(國朝詩刪)기아(箕雅)대동시선(大東詩選)에는 여강(驪江)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지봉유설(芝峯類說)시화 7소화시평(小華詩評)권하 3에서는 최수성(崔壽峸)의 작품이라 하고 있다. 국조시산(國朝詩刪)은 제목 아래 혹자는 정허함이 지었다고 말한다[或云, 鄭虛菴作]’이라 주를 달아 이 작품이 정희량(鄭希良)의 것이라는 이설(異說)을 제시하고 있는데, 정희량(鄭希良)허암선생속집(虛菴先生續集)(卷一)에는 둔거일운(遁去日)이라는 제목으로 이 작품이 실려 있다.

 

원제(原題)한중우음(閑中偶吟)으로 되어 있지만, 이 시는 다가올 정변(政變)을 예고하는 우의(寓意)가 담겨 있다. ‘일모(日暮)’천한(天寒)’에 이은 수파(水波)’ 등은 어두운 현실을, 34구는 예료(豫料)되는 정치적 격동을 보다 가까운 비유로 말하고 있다. 사화(士禍)에 희생된 인물들의 시에서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는 수경미(瘦硬美)를 읽을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인용

목차 / 略史

우리 한시 / 서사한시

한시미학 / 고려ㆍ조선

眞詩 / 16~17세기 / 존당파ㆍ존송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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