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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사, 조선후기의 황량과 조선시의 자각 - 8. 하대부의 방향과 불평음(이상적) 본문

책/한시(漢詩)

한시사, 조선후기의 황량과 조선시의 자각 - 8. 하대부의 방향과 불평음(이상적)

건방진방랑자 2021. 12. 21.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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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하대부(下大夫)의 방향(芳香)과 불평음(不平音)

 

 

조선후기에 이르러 시단에도 새로운 경향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지만, 그 가운데서도 특기할 만한 것은 이른바 위항인(委巷人)의 진출이 상당한 세력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사실이다. 특히 하대부(下大夫) 일등지인(一等之人)으로 자처한 의()ㆍ역() 및 율과(律科) 출신의 중인들은 스스로 그들을 구속하고 있는 신분의 굴레에서 일탈할 수 없는 한계를 감수하면서, 독자적인 시세계를 향유하는데 성공한 시인들도 있다.

 

물론 역관 출신의 시인 가운데에도 회화시로 이름 높은 이상적(李尙迪)과 같이 이미 이들의 시작이 사대부의 권역(圈域)에 함께 자리할 수 있는 시인이 있는가 하면, 시로써 자신의 이름을 신후(身後)에까지 남기는 것으로 자족(自足)하는 위항시인(委巷詩人)들도 있다. 소대풍요(昭代風謠)풍요속선(風謠續選)에 이름을 전하고 있는 대부분의 시인들이 이에 속한다. 그러나 이들과는 다른 처지에서, 거침없이 세상을 내달리면서 그들의 삶과 불평음(不平音)을 절제된 감정 처리로 토로한 시인들이 있다. 현기(玄錡)장지완(張之琬)변종운(卞鍾運)황오(黃五) 등이 그 대표적인 시인이다.

 

 

이상적(李尙迪, 1804 순조4~1865 고종2, 惠吉, 藕船)은 역관이라는 중인계층의 신분이었지만, 그의 문집명이 은송당집(恩誦堂集)인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시로써 임금의 은우(恩遇)를 입었던 시인이다. 또한 이상적(李尙迪)은 역관으로 무려 12차례나 청에 드나들면서 청의 문사들과 수창하여 그의 시명을 떨치기도 하였다.

 

이상적(李尙迪)의 시는 대체로 서곤체(西崑體)의 염일(艷逸)한 경향을 띠고 있다고 한다. 김윤식(金允植)은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시에 있어서 어양 왕사진(王士禛)과 여상 송완(宋琬)의 남은 법칙을 얻어 골절이 여유롭고 풍신이 자재로워 불필요한 내용은 다듬고 정련해 구차한 뜻이 없으니 어찌 다르지 않으리오.

於詩, 深得王漁洋宋荔裳之遺則, 骨節姍姍, 風神翛然, 陶洗烹鍊, 無苟且之意, 豈不異哉.

 

 

이러한 지적은 이상적(李尙迪)의 시가 역관의 시답지 않게 시품에 있어서 도도함을 느끼게 된 것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그의 대표작 기몽(記夢)을 보기로 한다.

 

坐擁貂裘小睡溫 갖옷을 여미고 앉은 채 깜빡 잠에 빠져
依依歸夢訪家園 어렴풋이 꿈길에 고향 집을 찾았다네.
雪晴溪館無人掃 눈이 개인 집일랑 길 쓰는 이 없고
一樹梅花鶴守門 오로지 매처학자(梅妻鶴子)만 문을 지킬 뿐.

 

위 시는 헌종 13(1847) 겨울 동지사(冬至使)를 따라 입연(入燕)할 때 계주(薊州)를 지나면서 지은 작품으로 널리 알려진 작품이다. 수천리 먼 여행길의 수레에 앉아서 고향의 집을 꿈꾸는 시인의 정황이, 화려하지도 않고 억지로 다듬지도 않으면서 진솔하게 그려져 있어 감동적이다. 이 시를 통해 이상적(李尙迪)학수문(鶴守門)’이라는 별명을 청의 문사들에게 얻는 등 크게 명성을 얻었다고 전해지기도 한다.

 

다음은 경상도 사천현의 한 포구를 지나며 지은 강주도중(江州途中)을 보기로 한다. 맑고 한가한 정취가 잘 들어난 시이다.

 

靑藜扶野老 黃犢守山家 촌로는 명아주 지팡이를 짚고 누런 송아지는 산골집을 지킨다.
樵徑穿林細 村容逐岸斜 나무하는 길은 숲을 뚫고 가늘게 뻗어 있고 마을의 모습은 언덕을 따라 비스듬히 누웠네.
鹿眠谿畔月 蠭釀石間花 사슴은 시냇가 달빛 아래 잠들고 벌은 돌사이 꽃에서 꿀을 딴다.
暫向松陰憩 淸泉手煮茶 잠시 소나무 그늘에서 쉬면서 맑은 샘물로 손수 차를 끓이노라.

 

 

 

 

인용

목차 / 略史

우리 한시 / 서사한시

한시미학 / 고려ㆍ조선

眞詩 / 16~17세기 / 존당파ㆍ존송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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