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란 직후 『동국신속삼강행실도』 또 편찬
『삼강행실도』의 간행역사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임진왜란이라는 비극적 국난을 거치면서 조선왕조는 기강이 흐트러지고 민심이 이반된다. 왜적을 막지 못했고 국민을 도탄에 빠뜨렸으니 국가의 신뢰도가 땅에 떨어질 수밖에, 그러자 조정에서는 또다시 『삼강행실도』를 대규모로 증보하는 사업을 벌인다. 문제의 본질을 파고들지 않고 헛치레로 역사의 과실을 땜방하는 치자의 꼬락서니는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다.
왜란 이후에 정표(旌表)를 받은 효자ㆍ충신ㆍ열녀를 중심으로 자그마치 1600여 명의 케이스를 모두 17권 17책으로 편찬하였는데 이름하여 『동국신속삼강행실도(東國新續三綱行實圖)』라 하였다. 이 증보판의 특징은 수록된 인물이 모두 조선사람이라는 것이다. 광해군 7년(1615)에 편찬이 완성되었으나 워낙 방대한 내용이라서, 간행에 막대한 경비가 소요되었으니 각 도별로 분담하여 그 목각을 진행시켰다.
5도의 경제력에 비례하여 전라도 6책, 경상도 4책, 공홍도(共洪道: 충청도) 4책, 황해도 3책, 평안도 1책씩 분담하여 광해군 9년(1617)에 그 간행이 완성되었다. 충신도는 1권 1책으로 최소화시켰는데 그 마지막에 ‘통제사이순신(統制使李舜臣)’이 한 커트 들어가 있는 것도 눈에 띈다. 8권 8책이나 되는 열녀도에는 왜적들의 강탈에 정조를 지키느라고 처참하게 죽거나 자결한 무수한 여인들의 이야기가 쓰여져 있는데 열녀이야기라기보다는 무정부상태의 국가에서 억울하게 희생당하는 한많은 여인들의 참혹한 이야기라고 해야 할 것이다.
조선왕조는 『삼강행실도』의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에게 보편화 되어있는 효라는 덕목은 조선왕조 오백년을 통해 지속적으로 토착화되었는데, 그것은 『효경』이라는 경전을 통하여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삼강행실도』라는 만화를 통하여 이루어진 것이다.
『삼강행실도』라는 만화책은 조선왕조라는 출판주식회사의 빅 히트작으로서 화려한 역사를 연출했지만 뭐니뭐니 해도 그 중심책은 고려말 권씨가문에서 만들어진 『효행록』이다.
▲ 서울대 규장각 소장본, 홍문각 영인본.
이씨는 전라도 광주(光州)에 사는 미모의 처녀였는데 충의위(忠義衛) 이활(李活)의 딸이었다. 임진왜란 때 왜적이 들어와 처녀 이씨를 겁탈하려고 쫓았는데, 이 처녀는 당당하게 하늘을 가리키며 내가 죽을지언정 너희 도적놈에게 정절을 빼앗기지 아니하리라 하고, 왜적들을 향해 준엄하게 꾸짖기를 그치지 아니하였다[指天誓死, 罵不絶口]. 그리고 왜적의 칼에 버히었다.
5ㆍ18광주민중항쟁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하다. 400년을 격해도 민중의 모습은 변함이 없다. 『효경』」 제20장에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불의를 당하면 투쟁하라[當不義則爭之]!”
인용
'고전 > 효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효경한글역주, 5장 조선왕조 행실도의 역사 - 동영의 고사, 나무꾼과 선녀 이야기의 원형 (0) | 2023.03.31 |
---|---|
효경한글역주, 5장 조선왕조 행실도의 역사 - 유향의 『효자전』에서 곽거경의 『이십사효』까지 (0) | 2023.03.30 |
효경한글역주, 5장 조선왕조 행실도의 역사 - 『속삼강행실도』와 『이륜행실도』를 연이어 펴낸 중종 (0) | 2023.03.30 |
효경한글역주, 5장 조선왕조 행실도의 역사 - 중종의 시대는 『삼강행실도』의 전성기 (0) | 2023.03.30 |
효경한글역주, 5장 조선왕조 행실도의 역사 - 『삼강행실도』 다이제스트 언해본의 등장 (0) | 2023.03.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