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장 효와 제국의 꿈
『효경』은 누가 지었을까?
이상으로 주자학의 수용으로부터 시작하여 한국인의 효관념의 변화과정을 살펴보았다.
이제 우리가 감행해야 할 작업은 『효경』이라는 텍스트 그 자체에 관한 것이다. 과연 누가 언제 왜 『효경』을 만들었는가? 이러한 문제에 관하여 아무 『효경』 책이나 거들떠보면 있는 얘기들을 내가 나열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공자자찬(孔子自撰), 증자소록(曾子所錄), 증자문인편집(曾子門人編輯), 자사소작(子思所作), 칠십제자문도의 유서(遺書), 한유소찬(漢儒所撰) 등등의 다양한 제설이 있으나, 그 작자(作者)를 이야기하면 ‘증자문인계열에서 성립한 책’이라는 설이 가장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증자는 효를 주제로 하여 공자학설을 발전시킨 인물이라는 것이 통설이고, 그 효의 학풍을 이은 제자 중에 누군가가 『효경』을 편집하거나 찬술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나는 이러한 통설을 반박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이러한 통설은 아무런 구체적 정보를 우리에게 전하지 않는다. 과연 누가 언제 왜 이 『효경』을 지었을까?
우선 ‘효경(孝經)’이라는 서명(書名)부터 우리는 통념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외면상 ‘효경’이라는 서명에 ‘경(經)’이라는 권위있는 단어가 접합되어 있기 때문에 『효경』이야말로 십삼경(十三經) 중에서 ‘경(經, canon)’이라는 권위있는 이름이 붙은 최초의 책이라고 말하지만, 이 말도 잘 따져보면 어폐가 있다. ‘경(經)’이라는 개념 속에, 권위있는 경서로서의 의미가 포함되려면 그러한 바이블을 규정하는 조직이나 정치권력의 권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 된다. 일례를 들면, 신약 27서가 권위있는 정경으로서 인지된 배경에는 로마가톨릭이라고 하는 강압적 종교 정치권력조직의 정경화작업(canonization)의 뒷받침이 있었다. 아타나시우스의 정경 리스트 이래 진행된 가톨릭의 정경화작업은 주로 이단을 죽이기 위하여 이단계열의 성경을 모두 외경화하기 위한 배타적 작업이었지만, 백화노방(百花怒放)의 다양한 학설을 포용하는 것을 미덕으로 안 춘추전국시대를 거친 중국제국에서는 그러한 배타적ㆍ부정적 정경화의 필요성은 부각되지 않았다.
그러나 통일된 제국이 등장하면서 사상의 통일이나, 존중되어야만 할 경전의 규정에 대한 긍정적 필요성은 부각되지 않을 수 없었다. 춘추전국시대의 다양한 학파가 있지만 그들학파가 제국의 정통학문이 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역사의식의 결여라고 말할 수 있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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