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응장(應感章) 제십칠(第十七)
신적 존재로서의 천인감응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옛부터 명철한 천자는 당신의 아버지를 섬기시는 것이 지극히 효성스러웠다. 그러기 때문에 하느님 아버지[天神]를 섬기는 것도 어두운 곳이 없이 순결했다. 당신의 어머니를 섬기시는 것이 지극히 효성스러웠다. 그러기 때문에 대지의 어머니[地神]를 섬기는 것도 어두운 곳이 없이 세밀했다. 그리고 나이 많은 사람들과 어린 사람들을 서로 순화롭게 만들었기 때문에 천하의 위ㆍ아래가 모두 질서있게 하나로 융합되어 태평을 이루었다. 子曰: “昔者明王事父孝, 故事天明; 事母孝, 故事地察; 長幼順, 故上下治. 하느님 아버지 신(神)과 대지(땅)의 어머님 신(神)이 밝게 살피시게 되니, 신령한 조상의 귀신들이 나타나 재앙을 없애주고 축복을 내려주었다. 그러므로 지고의 천자(天子)라 할지라도, 반드시 그보다 더 높은 존재가 있는 것이다. 아버님이 계시다고 말하는 것은 반드시 선대(先代)가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형님이 계시다고 말하는 것은 반드시 장배(長輩)가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天地明察, 鬼神章矣. 故雖天子, 必有尊也; 言有父也, 必有先也; 言有兄也, 必有長也. 천자가 종묘에서 공경을 다하여 제사를 지내는 것은 부모와 선조를 잊지 않기 때문이다. 천자일지라도 몸을 닦고[修身] 행동을 신중하게 하는 것은 부모와 선조를 욕되게 할까봐 걱정하기 때문이다. 종묘에서 공경을 다하여 제사를 지내니 조상의 귀신들이 춤을 추며 재앙을 막아주고 축복을 내리는 구나. 아~ 천자의 효제(孝弟: 아들 되고 동생됨)가 지극하니 신들의 신비로운 기운[神明]과 통하고 그 빛이 사해(四海: 이방의 먼 지역. Gentiles)로 뻗쳐 미치지 아니 하는 곳이 없도다. 宗廟致敬, 不忘親也. 修身愼行, 恐辱先也. 宗廟致敬, 鬼神著矣. 孝弟之至, 通於神明, 光於四海, 亡所不曁. 『시경』 대아(大雅) 「문왕유성(文王有聲)」 노래에 이런 구절이 있다: ‘동으로부터 서로부터, 남으로부터 북으로부터 유덕한 천자를 사모하여 심복하지 아니 하는 제후가 없도다.’” 『詩』云: ‘自東自西, 自南自北, 亡思不服.’” |
또다시 천자가 주어가 되어 논리가 전개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해주었으면 한다. 이것을 일반 선비나 서인들의 제사로 생각하여 효행의 신비적 감응으로 해석한 것은 참으로 용렬한 짓이다. 더구나 『삼강행실도』에 나오는 감응의 사례들이 모두 본 장의 맥락을 그릇되게 인용하고 있는 것은 매우 유감이다. 『효경』을 신비화시키는 데 본 장이 오용되어 왔다.
이 장은 다석의 ‘효기독론’의 원형이다. 즉 천자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곧 천신(天神: 하느님) 지신(地神: 따님)이므로 『역(易)』의 「설괘」에 ‘건은 하늘이니 아비라 칭하고, 곤은 땅이니 어미라 칭한다[乾, 天也, 故稱乎父; 坤, 地也, 故稱乎母].’라 한 것이나 장횡거(張橫渠)의 「서명(西銘)」에 ‘건칭부, 곤칭모[乾稱父, 坤稱母]’라 한 것과 일맥상통하는 말들이다. 천인상응(天人相應)의 이치를 말한 것이다. 인간은 신적인 존재이며, 우주의 모든 가능성을 구유한 존재이기 때문에 지성을 다하면 반드시 천지신명의 감응이 있다는 것을 말한 것이다. 원불교(圓佛敎, Won-Buddhism)【1916년 박중빈(朴重彬), 1891~1943, 개창】에서 말하는 천지은(天地恩)과 부모은(父母恩)도 두 개의 실체화된 은혜가 아니라 하나로 귀결되는 은혜이다. 천지은(天地恩)은 우주론적 차원에서 말한 것이고, 부모은(父母恩)은 개인의 정감적 차원에서 말한 것이나 양자는 상통하는 것이다. 원불교 사은(四恩) 교리는 『효경』의 사상을 투철하게 반영하고 있는 한국인의 토착적 사유이다.
‘응감장(應感章)‘은 금문에서는 ‘감응장(感應章)’으로 되어 있다. 본 텍스트의 ‘言有兄也, 必有長也’는 인치본에는 ‘必有長也’가 없다. 그리고 국립중앙도서관 『고문효경』(古古1-29-72)에는 ‘言有兄, 必有長也’로 되어있다. 그리고 청가정본에는 ‘故雖天子, 必有尊也. 言有父也, 必有長也, 言有兄也’로 되어있다. 어주효경본, 십삼경주소본에는 ‘故雖天子, 必有尊也, 言有父也; 必有先也, 言有兄也’로 되어 있다. 나는 이 모든 것을 참고하여 텍스트를 확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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