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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논어한글역주, 공야장 제오 - 3. 자장은 호련과 같은 사람이다 본문

고전/논어

논어한글역주, 공야장 제오 - 3. 자장은 호련과 같은 사람이다

건방진방랑자 2021. 5. 28.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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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자장은 호련과 같은 사람이다

 

 

5-3. 자공이 여쭈어 말하였다: “저는 어떻습니까?”
5-3. 子貢問曰: “賜也何如?”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너는 그릇이다.”
子曰: “女器也.”
 
자공이 이어 어떤 그릇입니까?”하고 되묻자,
: “何器也?”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귀한 호련(瑚璉) 옥그릇이다.”
: “瑚璉也.”

 

자공(子貢)은 현실적인 관심이 많은 인물이었다. 그리고 실제적으로 공자학단의 경제적 지원자였고 정치적으로도 크게 성공한 인물이었다. 자공은 아마도 공자가 자천에 대하여 그렇게 높은 평가를 하는 것을 보고 샘이 났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자기도 공자에게 어떤 평을 듣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을 것이다. ‘자공문왈(子貢問曰)’이라는 최초의 구절은 그러한 자공의 안달복달하는 심정을 잘 나타내고 있다. 물론 이 장은 전장과 전혀 연속적 맥락을 지니지 않은 독립된 파편일 수도 있다. 그러나 황간의 소나 주자의 집주는 그러한 연속적 맥락에서 읽고 있다. 구태여 그러한 편집상의 흐름을 부정할 특별한 이유도 없을 것 같다[子貢見孔子以君子許子賤, 故以己爲問. 주자주].

 

그런데 그렇게 애타게 묻는 자공에게 공자는 다음과 같은 폭탄선언을 내뱉고 있다.

 

 

너는 그릇이다.

, 器也.

 

 

이 말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가? 전통적으로 이 공야장(公冶長)의 언급은 위정(爲政)12군자불기(君子不器)’라고 하는 공자의 말씀과 동차원의 연계선상에서 해석되어 왔다. 그렇다면 군자는 불기(不器)가 되어야 하므로 네가 곧 기()라고 하는 말은 수학적으로 계산하면 곧 너는 군자가 아니라고 하는 뜻이 되어 버리고, 그렇게 되면 이 말은 공자께서 자공을 폄하한 맥락이 되는 것이다.

 

  군자는 그릇이 아니다[君子不器].
  너는 그릇이다[女器也].
그러므로 너는 군자가 아니다[女非君子也].

 

너는 군자가 아니라고 선언하는 공자의 말씀을 들은 자공은 비참한 심정에 사로잡혔을 것이다. 그러나 자공은 결코 그러한 폭탄선언 앞에 그냥 무릎을 꿇고 말 수는 없었다. 무엇인가, 그 말의 배면에 감도는 여운 속에서 다시 건질 그 무엇이 있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군자가 아니라고 할지라도, 단지 한 그릇에 지 나지 않는 국한된 효용의 인간이라 할지라도, 한 그릇으로서 챙겨먹을 수 있는 콩고물이라도 챙겨먹어야겠다고 작심했던 것이다.

 

 

제가 불기(不器)의 군자가 아니래도 좋습니다. 선생님께서 저를 단지 한 그릇에 지나지 않는 인간이라고 폄하하셔도 좋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도대체 무슨 그릇입니까?[何器也].

 

 

이 때, 공자는 빙그레 웃으면서 한마디를 던진다.

 

 

호련이다[瑚璉也].

 

 

호련(瑚璉)이란 무엇인가? 호련의 의미맥락이 과연 어떻게 공자의 의식 속에서 규정된 것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고주의 전통적 해석을 대부분의 주석들이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

 

 

 

호련이라고 한 것은 서직(찰기장과 메기장)을 담는 그릇이다. 그 그릇을 하나라에서는 호라고 불렀고, 은나라에서는 연이라 불렀고, 주나라에서는 보궤라고 불렀다. 종묘제례에서 쓰이는 그릇 중에서 귀한 것에 속하는 그릇이다.

瑚蓮者, 黍稷器也. 夏日瑚, 殷曰璉, 周曰簠簋. 宗廟器之貴者也.

 

 

그렇다면 처음에 공자는 자공의 안달복달하는 질문에 대하여 폄하의 언사를 던지고, 자공이 그러한 폄하에 대하여 반문을 던지니까, 그제서야 그릇 중에서는 귀한 그릇인 호련이라고 자공을 높여주었다는 가치평가의 맥락이 성립하게 되는 것이다. 주자의 말대로 호련은 그릇 중에서 귀하고 또 화려한 것이다[기지귀중이화미자야(器之貴重而華美者也)]. 혹자는 호련 그릇이 화려하다는 특성을 들어, 이것은 자공이 돈 잘 버는 것을 풍자한 말이며, 이렇게 되면 이 언급은 전체적으로 자공을 낮잡아 평가한 말 밖에는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장은 자유(子游)학파에서 자공을 폄하하기 위해서 지어낸 대화이며, 이것은 후대의 공자학단 내에서의 자공학파와 자유학파간의 갈등을 반영하고 있다고 풀이하기도 한다.

 

이러한 논의에 대하여 나는 보다 간결한 해석의 입장을 제시하고자 한다. 우선 기존의 모든 논의는 군자불기(君子不器)’에 대한 상식적인 해석으로부터 출발하고 있다는 측면이 지적되어야 한다. 군자불기(君子不器)는 결코 기()의 부정이 아니다. 불기(不器)는 기됨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요, 성기(成器)됨을 통하여 그 그릇됨을 다시 초월하는 것이다. 불기(不器)는 기()의 비젼일 뿐이며, ()의 초월적 차원(transcendental realm)을 제시하는 것이다. 여기서 초월이란 초자연(supernatural)’을 말하는 것이 아니요, 기의 도덕적 차원, 마땅함의 차원[소이연지리(所以然之理)]을 의미하는 것이다. 형이상자(形而上者), 형이하자(形而下者)의 논리로 말하자면 형이상(形而上)의 도()를 지칭하는 것이다. 형이하(形而下)는 기()의 세계요, 형이상(形而上)의 세계는 도()의 세계며 불기(不器)의 세계인 것이다. 한마디로 기()와 불기(不器)하학이상달(下學而上達)의 관계에 있는 것이요, 양자가 서로를 배타하거나 부정하는 관계가 아니다.

 

형이상자위지(形而上者謂之) 형이하자위지(形而下者謂之)
() ()
불기(不器) ()
상달(上達) 하학(下學)

 

따라서 공자(孔子)가 자공(子貢)을 평하여 여기야(女器也)’라고 한 것은 결코 폄하의 의미가 아니다. 공자(孔子)는 자공을 인간적으로 사랑하였으며 그의 인품됨됨이에 큰 기대를 걸었다. ‘너는 참으로 그릇이다라고 말한 것은 불기(不器)’와의 관계에서 부정적으로 한 말이 아니라, 우리말로 너는 참으로 물건이다라는 정도의 찬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하학이상달(下學而上達)의 격려를 의미했을 것이다하학이상달(下學而上達)’이라는 말 자체가 헌문37의 공자와 자공의 대화 속에서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자공은 그 그릇의 의미를 보다 구체적으로 알고 싶어했던 것이다.

저는 무슨 그릇이오니이까?”

호련이다.”

 

주자는 호련을 놋그릇인데 옥으로 화려하게 장식한 제기로 보았다. 나는 호련은 역시 옥자체로 만든 그릇이 아닐까 생각한다. 호련이 서직(黍稷)을 담는 그릇이라 했는데, ()는 찰기장(찰기가 있다)이요 직()은 메기장이다. 서와 직에 관해서는 다산의 둘째아들 정학유(丁學游, 1786~1855)가 지은 시명다식(詩名多識)에도 잘 설명되어 있다. 기장(Panicum miliaceum)은 중국사람들이 까오리앙(高梁)이라고 부르는 수수(Andropogon sorghum)와는 좀 다른 것인데, 중앙 아시아 원산이지만 중원에서의 재배의 역사가 매우 오래되었다. 7천년 신석기 시대의 유적에서 탄화된 종자가 발견되고 있다. 수수는 촉나라 지역을 통하여 전파되었기 때문에 촉서(蜀黍)라고 부른다. 둘 다 포아풀과에 속한다. 기장이나 수수나, 장예모(張藝謨, 1951~ ) 감독의 붉은 수수밭(홍까오리앙紅高梁, 1987년작, 1988년 베를린영화제 금곰상)이라는 영화의 광막한 수수밭 장면들이 잘 나타내주듯 이 강우량이 적은 중원에서는 주요한 식량원이었으며, 특히 고대사회에서 그것은 신성한 술을 담그는 원료였다. 시경에는 기장이 성애 표현의 한 모티프로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공자가 자의 그릇됨을 평하여 호련(瑚璉)’이라고 한 것은 결코 풍자적인 비꼬는 의미를 내포한 것이 아니라, 가장 보편적인 성격의 귀한 제기를 들어 그가 크게 쓰일 귀한 그릇임을 칭송한 것이다. 이러한 나의 견해는 다산(茶山)이 이미 그 비슷한 맥락을 지적한 것이다.

 

 

공자가 자공을 안희에 비견하여 누가 더 나으냐고 물을 정도로 그를 평가하였다면 공자의 자공에 대한 기대나 허여하심이 매우 큰 것이다. 여기서 다시 하나의 국한된 그릇으로서 폄하하였다고 해석할 수는 없다. 공자가 관중(管仲)의 그릇이 작다고 말씀하신 것도, 반드시 관중의 인품이 편벽된 한 그릇에 지나지 않으며 그 그릇됨의 작음을 혐오한 것으로만 풀이할 수는 없다. 자공의 학문이 삼대를 꿰뚫고 있었으므로 하나라 은나라에서 쓰인 제기로써 비유하여 그 인품을 평가하신 것이다. ‘군자불기(君子不器)’는 그 나름대로 독립된 하나의 의미맥락을 갖는 것이다. 반드시 여기서 말하는 의미와 연결시켜서 해석할 필요는 없다.

孔子以子貢擬於顔子, 問其孰愈, 則其期許大矣. 不應復以一偏之器貶之. 孔子謂管仲之器小, 未必以管仲爲一偏之器, 而又嫌其小也. 子貢學貫三代, 故許以夏商之器. 君子不器, 自是一義, 恐不必與此經牽連言之也.

 

 

사야하여(賜也何如)’하여(何如)’는 어느 판본에는 여하(如何)’로 되어 있기도 하다. 그 의미에 차이가 없다. 그리고 가운데에 ()’를 삽입하여 여지하(如之何)’라 말하여도 대차가 없다.

 

()’는 선생 앞에서 자기를 낮추어 부르는 표현이다. ()는 자공(子貢)의 실명(實名)이다. 자기의 실명으로써 우리말의 저는에 해당되는 주격을 나타낸 것이다.

 

 

()’라고 발음한다. ‘()’라고 발음한다. ‘()’은 력전(力展) 반이다. ()’란 쓰임이 있는 완성된 재질이다. 하나라에서는 호()라 하였고, 상나라에서는 련()이라 하였고, 주나라에서는 보궤(簠簋)라 하였는데, 모두 종묘에서 찰기장 과 메기장을 담는 그릇인데, 옥으로 장식하였다. 그릇 중에서는 귀중하고 화려하고 아름다운 것이다. 자공은 공자께서 군자로써 자천을 허여하심을 보았다. 그러므로 저는 어떻습니까 하고 물은 것이다. 그러자 공자께서 이와 같이 답하셨으니, 그렇다면 자공은 비록 불기(不器)’의 경지에는 이르지 못하였다 할지라도, 또한 그릇 중에서는 귀중한 것임이 분명하다.

, 音汝. , 音胡. , 力展反. 器者, 有用之成材. 夏曰瑚, 商曰璉, 周曰簠簋, 皆宗廟盛黍稷之器而飾以玉, 器之貴重而華美者也. 子貢見孔子以君子許子賤, 故以己爲問, 而孔子告之以此. 然則子貢雖未至於不器, 其亦器之貴者歟.

 

 

예기』 「명당위(明堂位)에 의하면, ‘하후씨지사련(夏后氏之四璉), 은지육호(殷之六瑚), 주지팔궤(周之八簋)’로 되어있어, 하나라의 그릇이 련()이 되어야 하고 상나라의 그릇이 호()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주자의 집주는 포씨의 고주를 계승한 것이며, 기타 여러 출전에도 하나라 그릇을 호로, 상나라 그릇을 련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예기』 「명당위에 준거하여서만 어느 것이 틀리다 맞다 할 수가 없다.

 

 

 

 

인용

목차 / 전문

공자 철학 / 제자들

맹자한글역주

효경한글역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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