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집이 멀어 애인을 보러 갈 수 없다는 비겁한 핑계
9-30. “이스랏의 꽃잎은 봄바람에 펄럭펄럭, 아~ 어찌 그대가 그립지 않으리오마는 왜 그리 멀리 있소. 그대 집은.” 9-30. “唐棣之華, 偏其反而. 豈不爾思? 室是遠而.” 이 노래를 들으시며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진실로 그리워하고 또 그리워하지도 않으면서, 어찌 집만 멀다 말하느뇨?” 子曰: “未之思也, 夫何遠之有?” |
이스랏은 산앵두나무. 그것이 당체(唐棣)다. 겹잎의 담홍색(淡紅色) 아 름다운 꽃이 봄에 핀다. 당체는 때로 아가위나무를 가리키기도 한다. 고주의 입장은 이 장을 전 장에 종속시켜 ‘권도(權道)’의 문제를 계속 끌고 가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나는 이런 입장이 도무지 애매하고 별로 취할 바가 없다고 생각한다. 여기 인용된 시는 현재 『시경』에 들어있지 않은 일시(逸詩)라서 해석이 어렵다. 그러나 이 시에 대한 공자의 해석은 명료하다. 아주 쉽게 생각하면 평범한 남녀의 사랑시로 풀어도 좋다. 정말 사랑하고 또 사랑하면,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 거리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간절히 사랑하느냐 안 하느냐만이 문제 될 뿐이다. 인(仁)이 멀리 있느뇨? 내가 원하기만 한다면 당장 달려오는 것이 인(仁)인데 라고(7-29) 말한 공자의 사상의 변주로 생각하면 될것이다. 호학(好學)의 주제를 끌고간 마지막 장으로써 그 주제의 총마무리를 짓는 것으로서는 매우 적절한 시의 인용과 평어라 할 것이다. 배움은 결코 멀리 있지 않다. 오직 배우려고 하는 의지, 그것만이 영원히 문제될 뿐이다.
‘棣’는 대계(大計) 반이다. ○ ‘당체(唐棣)’는 이스랏이다. ‘편(偏)’은 『진서(晋書)』에 ‘편(翩)’으로 되어 있다. 그렇다면 그 다음의 ‘반(反)’도 또한 마땅히 ‘번(翻)’과 같은 글자로 보아야 한다. 그러면 제2구는 꽃잎이 바람에 펄럭펄럭 요동(搖動)치는 모습을 말한 것이다. 마지막의 ‘이(而)’자는 어조사일 뿐 별 뜻이 없다. 이것은 일시(逸詩)이다. 육의(풍風ㆍ부賦ㆍ비此ㆍ홍興ㆍ아雅ㆍ송頌)에 있어서 흥(興)에 속하는 것으로 위의 두 구절은 별 뜻이 없다. 단지 아래의 두 구절의 말을 흥기시켰을 뿐이다. 여기에 이른바 ‘너[爾]’라는 것은 누구를(무엇을) 가리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棣, 大計反. ○ 唐棣, 郁李也. 偏, 「晉書」作翩. 然則反亦當與翻同, 言華之搖動也. 而, 語助也. 此逸詩也, 於六義屬興. 上兩句無意義, 但以起下兩句之辭耳. 其所謂爾, 亦不知其何所指也.
‘夫’는 부(扶)로 발음한다. 부자께서는 시(詩)의 말을 빌어 반박하신 것이니, 대저 「술이(述而)」 29에서 ‘인이 멀리 있는가?’라고 하신 말씀과 상통한다.
夫, 音扶. ○ 夫子借其言而反之, 蓋前篇“仁遠乎哉”之意.
정이천이 말하였다: “성인께서는 일찍이 쉬운 것을 말하여 사람들의 뜻을 교만하지 않게 하고, 또한 일찍이 어려운 것을 말하여 사람들의 나아감을 가로막지 않는다. 단지 말씀하시기를, 왜 참으로 그리워하지도 아니 하고 멀다고만 하느냐라고 말씀하셨으니, 이 말씀은 극히 함축미가 있어, 그 뜻이 깊고 멀다.”
○ 程子曰: “聖人未嘗言易以驕人之志, 亦未嘗言難以阻人之進. 但曰未之思也, 夫何遠之有? 此言極有涵蓄, 意思深遠.”
이로써 「자한」편이 끝났다. 웨일리는 오리지날한 『논어』는 여기까지라 고 했는데 꼭 그렇게 생각할 일은 아니다. 웨일리는 제18편 「미자(微子)」를 아주 단순하게 반유교적 문헌으로 규정해버리고 「향당(鄕黨)」, 「요왈(堯曰)」은 전혀 공자와 관련없는 편으로 간주하는 등, 그의 『논어』 이해는 매우 피상적 수준에 머물고 있다. 20편의 논어가 다 『논어』일 뿐이다. 다음의 「향당」편도 우리나라 조선의 유학자들에게는 엄청난 영향을 끼친 편이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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