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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연암과 다산: 중세 ‘외부’를 사유하는 두 가지 경로 - 같은 책 다른 독법 본문

문집/열하일기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연암과 다산: 중세 ‘외부’를 사유하는 두 가지 경로 - 같은 책 다른 독법

건방진방랑자 2021. 7. 11. 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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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과 다산: 중세 외부를 사유하는 두 가지 경로

 

 

같은 책 다른 독법

 

 

그대가 태사공의 사기(史記)를 읽었다 하나, 그 글만 읽었지 그 마음은 읽지 못했구료. 왜냐구요. 항우본기(項羽本紀)를 읽으면 제후들이 성벽 위에서 싸움 구경하던 것이 생각나고, 자객열전을 읽으면 악사 고점리가 축을 연주하던 일이 떠오른다 했으니 말입니다. 이것은 늙은 서생의 진부한 말일 뿐이니, 또한 부뚜막 아래에서 숟가락 주웠다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아이가 나비 잡는 것을 보면 사마천(司馬遷)의 마음을 얻을 수 있지요. 앞발은 반쯤 꿇고 뒷발은 비스듬히 들고, 손가락을 집게 모양으로 해가지고 살금살금 다가가, 손은 잡았는가 싶었는데 나비는 호로록 날아가 버립니다. 사방을 둘러보면 아무도 없고, 계면쩍어 씩 웃다가 장차 부끄럽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하는, 이것이 사마천이 사기를 저술할 때의 마음입니다. 경지에게 답함3[答京之之三]

足下讀太史公, 讀其書, 未嘗讀其心耳. 何也? 讀項羽, 思壁上觀戰; 讀刺客, 思漸離擊筑, 此老生陳談, 亦何異於廚下拾匙? 見小兒捕蝶, 可以得馬遷之心矣. 前股半跽, 後脚斜翹, 丫指以前, 手猶然疑, 蝶則去矣. 四顧無人, 哦然而笑, 將羞將怒, 此馬遷著書時也.

 

 

네가 지금도 사기를 읽고 있다니 그런 대로 괜찮은 일이다. 옛날에 고염무가 사기를 읽을 때 본기나 열전편을 읽으면서는 손대지 않은 듯 대충 읽었고 연표나 월표편을 읽으면서는 손때가 까맣게 묻었다고 했는데 그런 방법이 제대로 역사책 읽는 법이다. 기년아람(紀年兒覽), 대사기(大事記), 역대연표와 같은 책에서는 반드시 범례를 상세히 읽어보고 국조보감에서 뽑아 연표를 만들고 더러는 대사기압해가승에서 뽑아 연표를 만들어 중국의 연호와 여러 나라의 임금들이 왕위에 오른 햇수를 자세히 고찰하여 책으로 만들어놓고 비교해보면 우리 나라 일이나 선조들의 일에 있어서 그 큰 줄거리를 알고 시대의 앞과 뒤를 구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학유에게 부치노라[寄游兒]

汝尙讀史記云 亦自佳 然昔顧亭林之讀史也 其本紀列傳之篇 若手未嘗觸 而年表月表之篇 手垢黯然 此其所以善讀也 紀年兒覽大事記歷代年表之類 須詳其凡例 取國朝寶鑑作年表 或大事記 又取押海家乘作年表 而大國年號與列朝踐阼之年 詳攷而編比之 庶於國朝事先世事 知其大綱 別其時代先後也

 

 

앞의 것은 연암 박지원의 글이고, 뒤의 것은 다산 정약용의 글이다. 한 사람은 사기를 쓴 사마천(司馬遷)의 심정을 어린아이가 나비를 잡을 때와 같다 하였고, 또 한 사람은 사기를 제대로 읽으려면 연표를 놓고 하나씩 고증해야 한다고 했다. 나비를 잡으려다 놓친 아이의 심정이란 대체 어떤 것일까? 머쓱함, 아니면 분하고 안타까움? 그것과 궁형(宮刑)이라는 비극을 겪은 뒤, 비감한 마음으로 써내려간 사마천의 글쓰기는 대체 어떻게 연관된단 말인가?

 

읽을 때마다 아리송하고 그 생각의 깊이를 가늠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 연암의 글이라면, 다산의 글은 투명하고 진지하다 못해 냉각수를 끼얹는 느낌이다. 그 박진감 넘치는 본기열전은 대충 보고 연표, 월표는 손때가 묻도록 읽으라니. 지루하고 따분한 주입암기식 공부법이 그거 아닌가. 그런데 그거야말로 역사의 진수라고 자식한테 권하는 다산의 심정도 이해가 안 되기는 마찬가지다.

 

어떻게 이렇게 극단적으로 다를 수가 있을까?

 

 

작자 미상의 다산 정약용 초상

과연 다산답다!’ 이 그림을 처음 봤을 때의 소감이다. 다산 초상을 보고 다산답다니, 웬 뚱딴지 같은 소리냐 싶겠지만, 이 보론을 읽으면 나의 이런 심정에 충분히 공감하게 될 것이다. 보론을 쓸 때 품었던 다산에 대한 이미지가 이 그림에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단도직입의 뚝심, 견결한 기상, 드높은 이념적 열정 등등, 이 책의 앞에 실려 있는 연암의 초상과 대비해서 보면, 내가 두 사람의 관계를 평행선의 운명에 빗댄 것이 결코 과장이 아님을 알게 될 것이다.

 

 

인용

목차

열하일기

문체반정

박지원 이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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