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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다시 열하로!(2012년 여름) - 국경과 자본, 그 사이에서 본문

문집/열하일기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다시 열하로!(2012년 여름) - 국경과 자본, 그 사이에서

건방진방랑자 2021. 7. 11.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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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과 자본, 그 사이에서

 

 

16시간 향해 끝에 마침내 단동에 도착했다. 제일착으로 나오긴 했지만 촬영장비 때문에 발이 묶였다. 중국정부의 허가를 받은 비자를 보여줘도 막무가내였다. 우리를 담당할 중국관리와 현지 코디()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모두가 빠져나간 대합실에 덩그러니 우리 일행만 남을 즈음. 중국관리와 현지코디가 도착했다. 그들 덕분에 간신히 통과하긴 했지만 그때부터 또 실랑이가 시작되었다. 나와 사랑이가 단동 관문을 통과하는 장면을 찍으려 하자 현지 관리들은 무조건 안 된단다. 담당관리가 가지고 온 중앙정부의 신임장도 현지에선 통하지 않는다. 공산당 일당체제인데 중앙정부의 명령이 통하지 않는 아주 이상한 제국이다.

 

다들 열을 받았지만 결국 포기하고 북한식당에 가서 만찬을 즐긴 뒤 압록강으로 향했다. 두 개의 철교가 북한과 중국을 연결하고 있었다. 하나는 625때 미군이 폭파해서 중간에 잘렸고 다른 하나는 이어지 있긴 하나 일반인은 갈 수가 없다(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이 다리를 이용해 중국을 오갔다고 한다), 말 그대로 동아시아 현대사, 그 비극의 현장이었다. 그 기념비들이 이젠 관광객들을 불러모으는 상품이 되어 있었다. 기념비에서 상품으로! 세월의 무상함일까 아니면 인간 역사의 비정함일까?

 

작은 쪽배를 타고 북한 지역 근처로 접근을 시도했다. 난생처음 북한을 접하는 순간이었다. 소와 양이 풀을 뜯고 있는 풍경 사이로 간간이 마을 주민들과 아이들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저 멀리 언덕배기에 연암이 강을 건넜던 통관정이 보인다. 그 아래에 있는 구룡정 근처가 촬영의 포인트, 하지만 카메라를 들이대면 중국가이드들이 거세게 말린다. 말리는 틈새로 찍고 또 싸우고 싸우면서 틈틈이 찍고……. 나야 그저 구룡정 부근을 지켜보고 있으면 그만이지만 촬영감독의 처지에선 보통 곤혹스런 일이 아니다. 마침내 장PD가 폭발했다. “시끄러워, 그만해!” 순간, 만감이 교차한다. 230년 전 연암은 이 길을 가면서 중원땅을 밟는 설레임으로 가득했다. 지금 나는 거꾸로 중국땅에서 구룡정으로 다가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상황 아닌가. 연암 같은 예지력으로도 이런 장면은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했으리라. 그럼 대체 중국가이드들은 왜 그토록 북한으로의 접근을 금지하는 것일까? 국경의 장벽이 아직도 그렇게 높단 말인가? 그건 아닐 것이다. 만약 국경 문제라면 아예 배를 띄우는 일 자체를 금지했어야 한다. 더구나 배 위에서 보이는 북한의 시골풍경은 뉴스나 사진으로 수없이 알려진 장면들이다.

 

근데 왜? 이유는 간단하다. 자본이다. 이후에도 중국의 현지촬영엔 언제나 거액이 필요했다. 1분을 찍는 데 100만 원, 200만 원을 요구하기도 한다. 북한에 대한 촬영 역시 그렇다. 이렇게 과격한 리액션을 해야 값이 올라가는 법이리라. 북한 쪽도 그렇고 중국가이드 편에서도 그렇다. 결국 핵심은 국경 자체가 아니라 자본이다.

 

강을 건너며 연암은 묻는다. “그대 길을 아는가[君知道乎]?” 그리고 이렇게 답한다. “길은 저 강과 언덕 사이에 있다[道不他求 卽在其際]”, 지금 또한 마찬가지다. 길은 대체 어디에 있는가? 국경과 자본, 그 사이에 있다. 21세기 들어 세계 곳곳에서 국경의 경계들은 여지없이 해체되고 있다. 디지털 자본의 가열찬 진군을 감히 누가 막을 수 있으랴. 하지만 자본은 국경이라는 기호도 적극 활용한다. 때론 묵살하고 때론 설설 기면서. 압록강은 중국과 북한, 그리고 대한민국, 이 세 개의 국경이 교차하는 현장이다. 앞으로도 이 압록강에선 국경과 자본 사이의 은밀한 밀당이 쉬임없이 벌어질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에게 통일이란 과연 무엇일까? 이 디지털의 유동성 속에서 민족과 혈통을 위한 통일이 과연 가능하기나 할까? 설령 통일이 된다 해도 그건 우리가 상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 아닐까? 더 나아가 통일이 되는 순간 통일이 아무런 의미도 없는’, 그런 시대가 도래하는 건 아닐까? 기타 등등. 압록강의 푸른 물결과 더불어 온갖 상념들이 일어났다 사라진다. 그 동안에도 장PD는 가이드의 눈을 피해 한 장면이라도 더 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역시 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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