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   2025/01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건빵이랑 놀자

도올선생 중용강의 - 15장 본문

고전/대학&학기&중용

도올선생 중용강의 - 15장

건방진방랑자 2021. 9. 18. 09:15
728x90
반응형

151. 황제내경의 성립시기

 

 

동양의 의서(醫書)에는 대표적인 것이 상한론(傷寒論)이란 것이 있고 황제내경(皇帝內經)이란 것이 있습니다. 둘 다 한나라 때 성립한 것으로 보는데 상한론(傷寒論)에는 앞에 유명한 서문이 있지요. 그걸 보면 상한론(傷寒論)의 성립시대를 추정할 수 있는데 동한말(東漢末)정도로, AD 200년쯤으로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내경의 의미

 

황제내경(皇帝內經)이라는 것은 황제가 지었다고 합니다. 보통 사람들이 ()’라는 것을 내과적인 것으로 보는데 이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한서(漢書) 예문지(藝文志)에 보면 외경(外經)이라는 것도 있는데, 이때의 내경이란 것은 내과. 외과의 의 의미가 아니고 아주 은밀하게 전수한 중요한 책이라는 의미입니다. 영어로 하면 내경(內經)에소테릭(esoteric, 비밀의)’하다는 의미이고 외경은 엑소테릭(exoteric, 대중용의)’하다는 것이 됩니다. 실제 내경(內經)이라는 것은 소문(素問)하고 영추(靈樞)두 텍스트가 있는데, 이 두 가지가 다 문제가 많은 텍스트입니다. 다 황제가 지었다면 그 제작 연대가 삼황오제(三皇五帝)시대로 올라가겠지만 엉뚱하게도 황제에 대한 신화들이 만들어지는 것은 전국말(戰國末)에서부터 한초(漢初)에 아주 성행하거든요.

 

 

 

 

 

후래거상(後來居上)

 

고힐강(顧頡剛)이 쓴 고사변(古史辨)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20세기 초기 중국에는 중국문명을 비판하는 의고풍(疑古風)’이 있었다고 하죠. 옛날 것을 철저하게 회의하는 것입니다. 사실 근세에 들어와서 1910년도에 중국지식인들을 가장 흥분시켰던 신청년(新靑年)이라는 유명한 잡지가 있었습니다. 그때 중국은 의고풍(擬古風)’ 바람이 몰아쳤다고 할 수 있는데, 중국문명을 비판해 들어가는 데 상당히 중요한 사상풍(思想風)이었습니다. 거기 리더격인 사람 중 한 사람이 고힐강이고 거기 가담한 사람들 중에는 호적(胡適전목(錢穆) 등 유명한 이가 많아요. 근세 중국의 대가들은 다 고사변(古史辨)같은 의고풍 운동 속에서 큰 사람들입니다. 고힐강은 아주 젊은 20대 후반의 학자였는데도 불구하고 노학자들을 치고 들어가 물리친, 대단한 사람이죠. 그가 얘기한 말 중에 장작을 쌓을 때에는 항상 새로 뒤에 오는 놈들일수록 위에 올라간다[後來居上]’는 표현이 있습니다. 이건 상당히 정확한 지적이죠. 신화를 만들 때는 뒤에 만들어진 놈이 위에 올라간다는 얘기입니다. 먼저 요순을 만들었다가, 그 다음에 신화를 만들 때는 연도가 요순보다 더 올라가고, 또 그 다음은 더 높일 것이고, 이런 식으로 뒤에 만든 놈일수록 더 높이 올라간다는 말이지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하도(河圖낙서(洛書복희(伏羲신농(神農) 등만 나오면 아주 옛날에 만들어진 것인 줄로 착각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윤내현이란 사람은 하바드에서 나랑 같이 스페셜 스튜던트로 공부를 했는데, 윤교수처럼 지금 사계에 권위 있는 학자들의 시각에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대에 있어서는 시대적으로 위에 올라가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놈이 오히려 뒤에 만들어진 놈이란 말은 아주 적절한 표현입니다.

 

 

 

황제내경(皇帝內經)은 한대에 성립했다

 

이렇게 보면 황제내경(皇帝內經)이란 가장 오래된 것이니까 가장 뒤늦게 만들어졌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우리나라 환단고기(桓檀古記)같은 것도 다 구한말에 만들어진 거예요. 고조선은 엄존하는 것이고, 우리가 고조선의 존재를 부정할 필요는 없지만, 후대에서 만들어진 신화의 형태로써 고문명을 접근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입니다. 의서(醫書) 중 가장 오래된 황제내경(皇帝內經)이란 책은 한 대(漢代)에 성립한 것이 틀림없습니다. 황제라는 말이 붙은 것을 봐도 고대로 올라갈 수가 없지요.

 

그런데 이제마는 이런 문제에 대해서 상당히 정확하게 말하고 있어요. “황제내경(皇帝內經)이란 책은 황당무계해서 아무 쓸모없는 책이다. 역사적인 근거를 발견할 수 없다너와 나의 한의학(서울: 통나무, 1993) pp.102-142 상한론(傷寒論)의 문헌비평에 관한 내용이 있다라고 이제마는 정확하게 갈파하고 있습니다. 이런 말을 한 걸 보면 이제마가 아주 대단한 사람이란 말이야! 보는 관점이 아주 정확합니다.

 

지금 내 감기 얘기에서 여기까지 왔는데, 황제내경(皇帝內經)이라는 책은 어떠한 프로토타입(Prototype, 원형)이 한초(漢初)에 생겼다고 봐야 합니다. 영추(靈樞)라는 텍스트는 나중에 송나라 때 고려에서 진상했다고 하거든요. 영추(靈樞)라는 책도 없었는데 송나라 때 고려에서 진상이 되어서 알았다는 얘기까지 나옵니다. 나중에 한국에서 간 판본이란 이야기죠. 이러한 영추(靈樞)도 내용상으로 보면 고경(古經)의 잔재는 물론 갖고 있어요. 그렇지만 여러 가지 사항을 볼 때 소문(素問)·영추(靈樞)가 다 장시간에 걸쳐서 위조된 문헌들입니다. 하루아침에 성립된 게 아니예요.  

 

 

  

 

152. 감기와 면역기능

 

 

병균들이 ()’이나 ()’으로 표현하다

 

기본적으로 황제내경(皇帝內經)에는 인체를 파악하는 시각에 있어서 음양오행이라던가 장부론’, ‘천지론등에 입각한 인체에 대한 구조적인 이해가 많아요. 그리고 그 시절에 해부학이란 말은 있을 수가 없어도, 오늘날로 치면 해부학, 생리학, 병리학에 대한 동양인들의 기초적인 생각이 다 들어있다고 봐야 합니다. 상당히 방대한 동양의학의 기초나 근간을 이루는 지식의 체계가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지요. 그러므로 황제내경(皇帝內經)은 기본적으로 일종의 이론서입니다. ‘의학철학서라고 할까, ‘philosophy of medicine’이라 할까, 그런 쪽으로 본다면 구체적으로 원리에 대한 이야기는 있어도 증상에 대한 치료나 처방내용은 없거든요.

 

그런데 이 상한론(傷寒論)이란 책이 재미있습니다. 이 유명한 책은 저자가 장중경(張中景)이라고 말을 하는데, 이 사람도 역사적으로 실존 인물인지 아닌지 몰라요. 그런데, 내가 이미 너와 나의 한의학에서 이야기를 했지만 상한론(傷寒論) 서문에 보면 동한 말에 엄청난 전염병들이 유행했던 모양입니다. 인구가 형편없이 줄고 사람들이 죽어갔대요. 장중경은 사족(士族)이 거의 다 죽어 가는데 그 죽어가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상한(傷寒)이었다, 상한이 원인이었다라고 하거든요.

 

여기에 나오는 상한(傷寒)이란 말은 한사(寒邪)에 몸이 상()했다라는 뜻입니다. ()이라는 것은 중()이라는 말과 같으니까 중한(中寒)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중한(中寒)이라 하는 것이 상한(傷寒)보다 나아요. 또 한사(寒邪)를 풍사(風邪)라고 바꾸면 상풍(傷風)도 되고 중풍(中風)도 되죠. 중풍이라고 하면 풍에 맞았다, ()에 감()했다란 뜻입니다. 오늘날은 이 풍()을 박테리아나 바이러스로 보지요. 따라서 상한(傷寒)의 한()이라는 것도 구체적인 실체가 있다는 거가 되겠지요? 그 구체적인 실체는 소위 미생물이란 겁니다. 실제로 바람에는 많은 균이 실려서 떠돌아다닙니다. 우리가 살면서 어디서나 라디오를 켜면 라디오 방송이 들리는데 신기하잖아요? 라디오, TV 전파나 인공위성 전파가 어디에나 있다는 거예요. 마찬가지로 생물학적인 입장에서 볼 때, 어디에나 뭘 두면 썩는다는 것은 어디에나 생물이 가득 차 있다는 사실을 말해 줍니다. 이 생물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입니다. 그러나 옛날 사람들은 미생물에 대한 인식이 없었거든요. 이것은 서양이나 동양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서양에서 미생물을 발견한 것도 최근의 일이니까. 그래서 옛날에는 그런 걸 ()’이나 ()’으로 표현했던 것입니다.

 

 

 

상한론(傷寒論)은 병의 단계에 따른 처방집

 

상한론(傷寒論)이란 것은 구조가 간단해요. 상한론(傷寒論)의 순서는 태양(太陽양명(陽明소양(少陽태음(太陰소음(少陰궐음(厥陰)인데 이렇게 여섯 단계로 한사(病邪)가 진행된다는 것입니다. 이건 쉽게 얘기하면, 인체를 하나의 기() 덩어리로 보아서 바깥 경계에 한사(寒邪)가 들어맞는다, 그래서 몸이 상()한다 할 적에 여섯 단계의 층위(layer)를 설정했다는 것입니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들어온 한사(寒邪)가 태양(太陽)이라는 최외곽의 표()에서 궐음(厥陰)이라는 최내곽의 리()로 진행이 된다는 거예요. 상한론(傷寒論)에서 말하는 태양(太陽)‘병은 인체의 기() 때문에 병사(病邪)가 아주 극히 표면에 머물러 있다는 겁니다. 병사(病邪)가 표면에 있을 때는 작전적으로 바깥으로 밀어서 뽑아내면 됩니다. , 병사(病邪)가 어느 단계에 있는가에 따라서 인체를 방호하는 작전이 달라진다는 얘기죠. 그 다음 양명(陽明)’이라는 것은 주로 리병(裏病)이라고 인식됩니다. 표병(表病)이 안으로 들어온 것, 즉 소양(小陽)은 반표반리(半表半裏)라고 그러는데, 여기에 쓰이는 약물은 가장 시원한 약입니다. 태양(太陽)병에는 마황(麻黃계지(桂枝)같은 약물을 쓰는데, 이런 건 발한제(發汗劑)입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상한론(傷寒論)은 각 단계에 따른 일종의 처방집이라고 할 수 있어요. 과거 인간의 질병에서 내경은 주로 장부의 불균형(unbalance)에서 오는 고질적 내과질환을 다루었고 상한론(傷寒論)은 주로 인플루엔자(influenza) 같은 바이러스에 의한 질병, 전염병 계통의 질병을 다루었다고 보면 됩니다. 요즘의 감기라는 건 사기(邪氣)에 감()했다는 것이니, 상한(傷寒)이라는 것과 같은 말이지요.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현실적으로 몸조리를 잘 하고 구조적으로 몸에 대하여 탈만 없다면, 그러니까 특별한 스트레스를 받거나 몸의 장기를 손상시킬만한 약을 먹었다거나 해서 구조적인 변화를 일으킬 만한 특별한 병에 걸리는 일없이 내 몸을 잘 관리하고 잘 먹고 잘 산다면, 살아가는데 가장 문제시되는 질병이란 것은 감기몸살밖에 없습니다. 이것은 주기적으로 앓는 것이죠. 그런데 이건 기본적으로 상한(傷寒)입니다. 나는 몸살이란 말이 서양에도 있는 줄 알았더랬어요. 그런데 미국 가서 몸살이 났을 때, 미국의사한데 가서 몸살을 설명하려고 했더니 설명이 도저히 안 되는 겁니다. 집에 와서 잘 생각을 해보니까, ‘몸살이 꼈다는 이야기거든요. 무당들 얘기로 살이 꼈다는 거지요. 이게 번역이 안 됩니다. 결국 의사와 상의 끝에 호울 바디 바이러스 인훽션(whole body virus infection)’이라고 번역을 했어요. 비슷한 이야깁니다. 서양의학에서는 감기몸살을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보거든요.

 

그런데 감기 몸살에 대해서 바이러스를 죽일 수 있는 약이 있느냐 하면 아직 없어요. 있을 수가 없습니다. TV에서 선전하는 약은 감기 바이러스를 죽이는 약이 아니라, 몸의 상태를 바이러스에 불리하게 조성하거나 사람을 확 취하게 해서 푹 쉬게 만드는 약들입니다. 대부분 감기약의 효용이란 그런 것들이예요.

 

 

 

바이러스는 불알만 있는 놈

 

바이러스란 놈의 악랄한 성격은 무엇입니까? 이놈이 왜 그렇게 작으냐 하면 몸뚱이가 없어요. 쉽게 이야기하면 불알만 있는 놈입니다. 우리가 불알만 갖고는 살 수가 없잖아요? 불알은 정자를 만드는 것이고, 생명체가 되려면 몸의 상초(上焦중초(中焦하초(下焦)가 다 있어야 하고, 이런 엄청난 몸의 기능이 돌아가야만 유지되는 것인데, 바이러스란 놈은 그런 게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다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의미에서 핵산만 가지고 있다는 말입니다. 굉장히 불완전한 놈이지요. 그래서 다른 생물의 몸속으로 들어가게 되면 어떻게 됩니까? 세포질이라든가 세포분열에 필요한 에너지를 그 생물체의 세포로부터 취해서 쓴단 말입니다. 그 세포 속에 들어가서 자기 스타일로 그걸 분열시키고 변질시키고 파괴시키고 그래서 다시 나오는 것이거든요. 바이러스란 놈은 세포질이란 것이 없습니다. 핵만 가지고 있어요. 이 핵이 남의 세포 속으로 침투해 들어가서, 마치 자기 물건인 것처럼 해먹고 나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그 동안에 상대는 파괴되는 것이지요. 자기가 자기 아닌 것에 의해서 조종될 때 그건 파괴될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이 바이러스란 것은 어차피 죽일 수는 없고 몰아낼 수밖에 없는데, 바이러스를 몰아내는 것은 인체의 면역기능(immune system)’ 밖에는 없습니다.

 

상한(傷寒)이란 말은 한사(寒邪)에 대해서 인체의 면역기능이 어떻게 대처하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태양(太陽)병이란 것은 뭐예요? 만약에 북한에서 쳐들어온다고 할 적에 그걸 한사(寒邪)로 한다면, 휴전선에 전투선을 쳐놓고서 대치하고 있는 것과 같은 상태가 태양(太陽)병 상태란 말입니다. 그게 성공을 하면 다시 퇴각을 하겠지만, 성공을 못하면 그 저지선이 점점 밀려서 몸 안으로 들어오겠죠? 태음(太陰) 정도 되면, 서울, 수도권 정도 들어온 것이고, 궐음(厥陰) 같으면 부산정도 내려간 것입니다. 인체가 면역 체계를 어디에 놓고 대처하는가 하는 단계를 설정한 것입니다. 오늘날 면역체계(immune system)란 것은 홀리스틱(holistic, 전체적인)’한 것입니다. 이 면역체계에는 세포를 매개로한 면역계(cell mediated immune system)’체액 면역체계가 있는데, 이걸 여기서 다 이야기할 수는 없어요.

 

 

 

 

 

 

 

 

153. 증상과 위치에 따른 작전

 

 

위장도 체외이다

 

내가 항상 인체를 그리는 유명한 그림이 있어요. 인체를 동그랗게 그려서 반을 자르면 그림처럼 되어 있는 존재입니다. 입구에서 출구까지 뚫려 있습니다. 몸 안의 위장은 체내입니까? 체외입니까? 이것도 체외예요. 여러분들은 겉의 피부만 체외인 줄 아는데, 이 안도 역시 체외입니다. 양자가 모두 상피세포로 이루어져 있어요.

 

밥 먹을 때에 식탁 위에서 마늘 냄새가 소록소록 납니다. 이건 체외에서 나는 거지요? 밥 먹고 나니까 입에서 마늘 냄새가 꼬락꼬락 납니다. 이건 뭡니까? 이것도 똑같은 체외의 사건이죠? 그래서 냄새가 나는 것입니다. 이해가 됩니까? 마늘이 식탁이라는 공간에서 내 위라는 공간으로 옮겨졌을 뿐이지 똑같이 체외에 있다는 거예요. 음식이 이 위를 지나가는 동안에 체외에 있는 것을 체내로 빨아들이겠지요? 단계는 다 다릅니다. 체내로 빨아들이는 절차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우선 먹은 것이 스킨을 통과하게끔 잘게 부수는 것입니다. 스킨이란 것은 상당히 타이트한 구조예요. 이 상피세포(epitherial cell)란 것은 내부의 결합조직(connective tissue)같은 것과는 성격이 다르게 아주 단단합니다. 예를 들면, 건물의 벽 같은 것 바를 적에, 속에는 굵은 모래와 시멘트를 섞어서 상대적으로 좀 엉성하게 바르고, 맨 나중에 마무리할 때는 고운 모래에다 시멘트도 많이 섞은 것을 잘 발라서 막을 형성시키지요? 인체의 스킨이란 것이 이렇게 대단히 타이트한 구조이기 때문에 속이 유지된다는 말입니다. 이걸 자세히 얘기하면 너무 길어질 텐데, 아무튼 이 스킨을 통해서 음식을 흡수, 소화한다는 말입니다.

 

인체를 놓고 보면 약을 먹는다는 사건, 예를 들어 따뜻한 약을 먹는다고 하면 온중(溫中)이란 말을 씁니다. 생강이나 대추 같은 것을 다려 먹는 것은 전부 온중(溫中)입니다. 고약 같은 것은 어때요? 피부에 붙여서 밖으로 빨아내는 것이지요? 물론 반대로 피부로 집어넣을 수도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인체의 속에 고약을 붙일 수 있다면 문제는 간단하겠지만 이것이 불가능해요. 그래서 탕약으로 해서 먹지요? 더운 약을 안에 집어넣는다면 어떻게 됩니까. 한사(寒邪)가 들어와 있는데, 더운 기()가 구조적으로 안에서 바깥으로 발산하려고 하니까 한사(寒邪)가 밀려나겠지요? 약을 쓰는 작전이 이런 것입니다.

 

상한론(傷寒論)에는 인체에 대한 공간 개념이 있습니다. 상한론(傷寒論)에서는 팔강(八綱)’이라고 하는 것을 다뤄요. 표리(表裏허실(虛實음양(陰陽한열(寒熱). 이것을 팔강이라고 합니다. 한 마디로 하면 음양이지요. 상한론(傷寒論)은 내용이 단순합니다. ((), ((), ((), (() 등에 따라서 인체를 보는 눈이 있어요. 예를 들어 우리가 같은 발열을 해도 오한(惡寒)이 있지요? 오한이란 발열인데도 불구하고 한()을 싫어한다는 말입니다. 이런 사람은 체온이 고온으로 올라가는데, 그럼 당연히 찬물 찜질을 해야겠죠. 그런데 오한이 나면 찬물이 무서우니까 몸은 마구 열이 나도 엄청난 솜이불을 뒤집어쓰고 덜덜 떨지요. 이 오한이라는 사건은 태양(太陽)병 현상이라고 설명합니다. 한사(寒邪)가 아직 표()에 있고 면역기능이 아주 강할 때, ()에서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상당히 극렬한 전투가 표피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여튼 간에 이걸 보면 동양의학은 인체에 대한 공간설계가 있습니다. 그런데 서양은 인체에 대한 공간설계가 전부 경험과학적인 올간 시스템(organ system, 기관계)’에 의해서 공간설계를 해 놓은 것이죠. 동양의 인체의 공간설계는 바로 이 팔강법칙(八綱法則)’에 의해서 설계를 해 들어간 것입니다. 현실적으로 스토마크(stomach)’에서 에이누스(anus)’까지 여기 간장이 있고 저기 뭐가 있고 하는 구조가 아니란 것입니다. 상한론(傷寒論)이 이런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이제마의 사상의학은 어떻습니까.

 

 

 

증상에 따라 작전이 달라진다

 

결국 태양·양명·소양·태음·소음·궐음이라는 이것은 유행성 감염질환(infectious disease)에 나타나는 증상(symptom)의 단계입니다. 태양(太陽)병때는 오한·발열을 하지만, 양명(陽明)병에 들어가면 한사(病邪)가 깊이 들어가므로 오한이 없어지고 오히려 오열(惡熱)이 있습니다. 더운 걸 싫어하게 되요. 한사(病邪)가 깊게 들어가므로, 비유하면 휴전선에서 격렬하게 싸우던 전투병들이 후방으로 밀려서 지쳐있는 상태이니까, 양명(陽明)병 같은 증세는 사람들이 오히려 미열에다가 나른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습니까? 이런 양명(陽明)병은 거기서 발산시킬려고 하는 작전이 좋을까요? 안 됩니다. 이럴 때는 거기서 똥으로 빼야겠지요. 토하게 하거나 하법(下法)을 쓴다는 것입니다. 증상에 따라서 심프터매틱(symptomatic, 대중요법) 작전이 달라져야 해요.

 

 

 

인체에도 사천왕이 있다

 

자고 일어나서 보니 목의 편도선이 따끔따끔하다. 이런 것은 무엇이겠습니까? 절간에 들어갈 적에 보면, 절 입구에 사천왕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 사천왕은 잡귀가 들어올 때 문간에서 막는 놈들이죠. 그래서 무서운 얼굴을 하고 버티고 서있는 거예요. 인체도 사천왕이 있는데, 이것을 어디에 배치하겠습니까? 제일 입구입니다. 그것이 편도선이예요. 발데이어스 링(waldeyer‘s ring)이라고 해서, 링으로 되어 편도선 근처에 백혈구가 밀집되어 둥그렇게 방위선이 쳐 있거든요. 대개 편도선이 부으면 덩달아서 다른 데도 붓지요? 여기 겨드랑이가 붓는 것은, 팔에서 들어오는 외사(外邪)들을 처리하는 사천왕은 겨드랑이에 있는 것이 편하기 때문이지요. 다리에서 들어오는 것은 사타구니에서 처리하고. 인체라는 것은 안을 보호하기 위해서 길목 길목마다 작전적으로 사천왕 누각을 배치해 놓았습니다. 겨드랑이·사타구니·편도선. 아시겠어요?

 

공간적으로 보면 인체에는 밖에서 안으로 외사(外邪)가 들어올 때, 안에서 밖을 막아내는 전선들이 있습니다. 그것이 점점 무너져 가면, 인체는 점점 취약해져 갑니다. 그러면 그것을 살려내기가 점점 어려워져요. 여기에 따라서 약을 쓰는 형태가 달라집니다. 안으로 깊게 들어올수록 보약으로 강화하면서 작전을 펼 수도 있고 여러 가지 작전이 나오지 않습니까? 밖에 있을 때는 안심하고 독한 약을 써서 밖으로 빨리 빼 준다거나 하는 작전이 많이 성립하게 됩니다.

 

 

 

 

154. 이발과 감기

 

 

이제마는 보편적인 증상을 장부구조에 환원해서 보았다

 

이 상한론(傷寒論)은 기본적으로 증상을 중심으로 해서 만든 것입니다. 병의 증세 중심입니다. 그런데 이제마는 이것이 심프텀(symptom, 증세) 중심인 것이 아니라, 분석을 해보니까 이 심프텀을 인체의 장부적인 구조로 환원시킬 수가 있겠다는 것입니다. 상한이라는 것은 체질 구조와 무관한 보편적인 인체의 증상단계를 말한 것인데, 이제마는 이 증상단계는 인간의 체질구조에 따른 특유한 형태일 뿐인데, 오히려 이 사람들이 보편적인 증상단계로 잘못 본 것이다하고 바꾼 것입니다. 무슨 이야기냐 하면, 태음·소음·궐음은 이렇게 단계적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6단계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대개 이제마가 말하는 장부구조 상의 소음인(小陰人)에게만 나타나는 증상이라는 이야기예요.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그리고 상한론(傷寒論)에서 말하는 소양(小陽)병이란 것은 내가 말하는 소양인(小陽人) 구조에서 나타난다. 태양(太陽)병과 양명(陽明)병은 소양인(小陽人)ㆍ소음인(小陰人)ㆍ태음인(太陰人)에게 다 나타난다. 그러나 그것도 역시 소음인(小陰人)에게 나타나는 경우가 가장 많다.” 이 사람은 이러한 증세의 구조를 장부구조 상의 문제로 환원시켜버렸습니다.

 

이제마는 하루아침에 나온 사람이 아닙니다. 사실은 상한론(傷寒論)에 굉장히 구체적인 처방이 있기 때문에, 이 처방을 이 사람은 자기가 생각하는 체질구조 상으로 이용을 해 본 거예요. 그래서 이제마는 중국의학사를 상한론(傷寒論) 중심으로 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상한론(傷寒論)을 중시한 의사가 없어요. 대개가 내경 중심인데, 이제마는 특이하게 상한론(傷寒論)을 치밀하게 분석해 들어갔습니다.

 

내가 보니까, 아직 내 병사(病邪)가 표()에 있다고 여겨져서, 약을 먹고 이 병사(病邪)를 바깥으로 밀어내는 것을 무엇이라고 하지요? ‘온중산한(溫中散寒)’이라고 합니다. ‘안을 덥혀서 한기(寒氣)를 흐트려버린다란 이야긴데, 나는 , 그럴 필요가 있겠는가? 옛 사람들은 사우나 같은 것이 없었으니까 그랬겠지만, 요정도면 목욕탕에 가서 사우나를 푸욱 하면 되지 않겠는가?’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체질별로 볼 때, 예를 들어서 태음인(太陰人)의 경우에 땀을 내는 것이 좋거든요. 이 사우나 같은 것도 태음인이 하면 좋다는 말입니다. 왜냐하면, 태음인이란 것은 간대폐소(肝大肺小)이기 때문에 간의 기()(이제마로 말하면 吸水之氣)가 강하기 때문에 오히려 자꾸만 간열(肝熱)이 뭉치는 그런 상태이므로 발산을 시켜야 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태음인의 건강비결은 항상 땀을 많이 내는 것입니다.

 

그런데 거꾸로 소음인(小陰人) 같은 경우에는 이제마 식으로 보면 어떠냐 하면, 이 사람들은 신대비소(腎大脾小)로 비(()가 찹니다. 그런데 이 소음인들의 경우에 사우나를 해서 자꾸만 땀을 흘리게 되면 사람들이 휘져요. 휘져서 망양(亡陽)이라고 양()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나쁩니다.

 

 

 

머리 깎는 것과 감기

 

나는 어제 아침에 실수를 한 것이 있어요. 여기 지금 교무님들도 앉아 계시는데, 우리 도올서원을 구경하겠다고 하셔서 얼마든지 하시라고 해서 오셨습니다. 그런데, 나는 모양을 내는 방법이 머리입니다. 간단한 머리모양이지만 벌써 대머리가 되어서 보기가 싫습니다. 그래서 머리가 조금만 길면 들쑥날쑥 해서 긴 것과 짧은 것이 표시가 심해집니다. 옛날에는 머리를 아주 빡빡 깎았는데, 그것이 문제가 크더란 말입니다. 인간이라는 것이 머리 깎는다는 게 비정상적인 것으로 좋지가 않아요. 내가 경험해 보니까 느끼는 건데, 여러분들 머리 깎을 필요가 없겠더라구.

 

인간의 진화라는 것이 이걸 보면 말입니다. 신유학에서 말하는 인간관에서 나오는 이야기인데, 내가 동의수세보원(東醫壽世保元)강의에서도 한번 얘기한 적이 있지만 식물들을 보세요. 식물은 뿌리가 땅에 있고 가지가 위로 뻗어가고 꽃이 하늘을 향해서 핍니다. 그러나 사람은 머리털이 위로 있고 머리가 위에 있고 팔다리[四枝]가 아래로 향해 있고 정반대입니다. 그런데 식물은 동성(動性)이 없어요. 대가리가 땅에 박혀 있습니다. 대가리가 뽑혀 옆으로 다니는 것[橫立]이 동물이고, 인간은 직립(直立)해서 다니지요. 인간에게 있어서 머리털은 식물의 뿌리 같은 것이예요. 옛사람의 상투는 머리카락을 모아서 백회혈에 뭉쳐놓은 형태인데 생각해보면, 건강에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기()를 하늘에서 받아서 영명해진 것이거든요. 오늘 아침에 내가 머리를 깎았는데, 이것 때문에 감기가 나을려다 말고 오히려 더 악화 되버렸습니다.

 

여러분들은 아플 때는 머리 깎지 마세요. 깨어 있을 때는 우리 몸에 위기(衛氣)가 흐릅니다. 표피로 위기가 삭 흐르니까 방위선이 쳐진 것이죠. 이 방위선이 잘 때는 없어져요. 그래서 추울 때 자면 몸이 언다고 하지요. 이럴 때 담요 하나라도 있으면 위기 역할을 합니다. 내가 머리 깎은 데다 목욕까지 했어요. 목욕을 하면 땀을 내는 한증(汗蒸)을 한 것이니까, 땀구멍이 커져 한사(寒邪)가 쉽게 들어올 수 있습니다. 만약에 은행나무를 만져서 독이 생겼을 때 한증하면 땀구멍이 커져서 독이 나가니까 바로 낫습니다. 그런데 목욕을 했으니 오히려 표피에 한사(寒邪)를 밀어 집어넣은 셈이지요. 이런 걸 보면 역시 온중산한(溫中散寒)이 좋구나 느낍니다.

 

 

 

 

155. 한시의 맛

 

 

花間一壺酒 獨酌無相親 꽃 속에서 한 호리병 술, 서로 친구 없이 독작한다.
擧杯邀明月 對影成三人 잔 들어 밝은 달맞이하고, 그림자 마주하니 세 사람이 되었구나.
月旣不解飮 影徒隨我伴 달은 술을 아예 마시지 못하니, 그림자만 하릴없이 나를 따라 짝하네.
暫伴月將影 行樂須交春 잠시 달과 그림자와 친구 되어, 즐거움을 누리는 이 일 봄에만 가득하지.
我歌月徘徊 我舞影零亂 내가 노래하면 달도 배회하고, 내가 춤추면 그림자도 춤을 추지.
醒時同交歡 醉後各分散 깨어서는 함께 서로 기뻐하고, 취한 뒤엔 각자 나누어 헤어지니
永結無情遊 相期邈雲漢 정에 얽매임 없이 길이 결의하여 은하수에서 만나길 서로 기약하네.

 

 

이건 오언고시(五言古詩)입니다. 고시(古詩)는 길기 때문에 한 운()으로 다 깔 필요가 없어요. 여기서 (((()’이 다 운이라는 걸 알 수 있죠. 비슷비슷한 글자들이긴 한데 이 4자가 진운(眞韻)에 들어가는 것이고 그 다음이 한 운()인데 ((()’ 이것이 같은 운입니다. 그러나 전부 으로 끝나는 상통하는 무리들입니다. 우리말로 보면 ((((((()’ 다 통하는 운입니다. 전부 같은 운모를 써서 만든 것입니다.

 

화간(花間)을 보면 평기식(平起式)이라는 것을 알 수 있죠. ()이란 것이 평성(平聲)이고 작()을 보면 입성(入聲)이죠 ㄱ받침이니까 입성이란 걸 딱 알 수 있죠. 평측측평평측 이렇게 나와 있죠. 반대, 같고·반대·같고, 이렇게 치밀한 운을 갖고 있어요.

 

이태백은 아주 술을 잘 먹은 사람이죠. 나도 이태백처럼 술을 잘 먹었으면 좋겠는데 나는 그렇게 술을 먹어서는 도저히 하루를 견딜 수 없어요. 그래서 내가 보기에 이태백은 맹렬한 소음인이었던 것 같습니다. 술을 아무리 먹어도 소음이 차기 때문에 얼마든지 술을 받아들이는 그런 특이한 체질입니다. 이 사람은 약을 써도 부자 같은 것을 막 써도 아무 해가 없는 사람입니다. 우리가 이태백을 주선이라고 하는데 술에 있어서는 이태백의 경지를 아무도 못 따라가는 것 같아요. 그러니 한번 보세요. 이 사람이 술을 먹어도 어떻게 먹었나. 그런데 이 사람은 술꾼이니까 우리 어제도 야회에 가서 지금은 동신대학교 학생인 그 학생이 고려대학교 뒷산에서 매일 올라가서 맹렬한 독공을 했다. 판소리부터 이태리가곡부터. 아마 그런 학생들은 이런 경지를 많이 느꼈을 거예요. 이태백이도 혼자서 술을 먹는 거예요, 월하독작(月下獨酌)이라고. 그런데 혼자 먹는 게 아니란 말이예요. 간단하게 봅시다.

 

화간(花間)이라고 하니까 정원의 동산에 꽃이 만발해 있고 화창한 봄날이겠지요. 봄날에 나가서 꽃 사이에 호로병에 담긴 술을 탁 걸어놓고 혼자 마시는데 함께 벗할 사람이 없네. 그래서 생각다 못해 잔을 들어 명월(明月)을 같이 마시자고 인바이트(invite)하고 그리고 딱 보니까 나에게 그림자가 생겼지요? 그림자와 더불어 갑자기 세 사람이 되었구나. 달은 말이야. 이 새끼에게 술을 주니까 한없이 처먹어[解飮]. 계속 먹었다는 얘기겠죠. 달은 주는 대로 끊임없이 마시고 나의 그림자는 덩달아서 나를 따라서 마신다.

 

잠시 달과 그림자를 벗 삼아서여기의 장()은 달그림자라는 뜻의 ‘And’의 의미입니다행락(行樂)이란 지금의 행락(行樂)과 같습니다. 즐겁게 노는 것은 반드시 봄을 따라서 해라. 이것은 인생의 전성기, 봄기운도 있겠지만 이렇게 술을 마실 수 있는 화려한 인생의 시기에 이렇게 달과 같이 노래한다. 아름다운 시기를 따라서 이렇게 행락(行樂)을 한다.

 

내가 노래를 부르니 달이 내 주위를 빙빙 돌고 내가 춤을 추니까 나의 그림자도 개판으로 저 추는구나. 내가 춤을 추니 저 그림자는 마구 춤추고 깨어 있을 때는 같이 서로 정을 나누면서 즐거이 놀더니 술이 취하니 제각기 다 흩어지네. 자 우리 영원히 무정유(無情遊)를 맺자. 여기의 무정은 인간의 세속적 정이 끼지 않은 우정을 영원히 맺자. 우리 영원히 세속에 매이지 않은 우정을 맺자꾸나. 우리는 저 먼 은하수에서 언젠가 또다시 만날 날 있으리. 이렇게 끝나는 겁니다.

 

상당히 한시의 세계는 자유롭습니다. 우리 저번 야회때에 공부한 예기』 「악기에서 음악은 같아지게 하고 예절은 달라지게 한다[樂者爲同 禮者爲異]’라고 했지만 이러한 한문 한시의 세계는 우리가 중용(中庸)에서 보는 그러한 세계와는 상당히 다른 점이 있어요. 굉장히 형식이 있습니다. 이 형식을 무시하고 시를 지으면 안 되고 오히려 이 형식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시가 형식과 내용이 맞아서 멋있는 거지요. 여러분들 이걸 그냥 앉아서 이태백이가 운서보고 지었겠어요? 완전히 술취해서 휘두른 것인데도 이렇게 멋있게 운이 들어맞으면서 이렇게 우주적인 스케일(술을 하나 먹더라도 천지와 더불어 먹으면서 이런 시를 순간적으로 토해낼 수 있는 이 사람의 경지) 그래서 우리가 이 사람을 시선(詩仙)이라고 하는거죠.

 

그런데 이 형식이 있기 때문에 불편한 점도 있으나 여기에 익숙하게 되면은 굉장히 자기의 생각을 더 정확히 표현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시들은 정형성이 없기 때문에 괜히 말만 어려워집니다. 정형성이 없어서 말장난이 심해지는데 한시는 오히려 정형성이 있기 때문에 말 내용 그 자체는 어려울 게 없이 심플하고 소박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격이 있는 시들은 내용이 쉬워진다는 말입니다. 지금의 한글 시처럼 아무런 격이 없는 시들은 말장난이 심해지죠? 그런 서로간의 폐단이 있다는 것을 알아 두시고 이 한시의 세계를 조금 깊게 이해를 해 두십시오.

 

그리고 이 이태백월하독작(月下獨酌)이라던가 유명한 것들 몇 개는 외우세요. 내가 또 좋아하는 것이 유명한 이태백의 장진주(將進酒)라던가 두보의 고백행(古栢行)이라던가 몇 개는 외워둘 만한 것입니다. 한문의 세계에 들어가려면 시를 반드시 알아야 하기 때문에 오늘 시를 어떻게 분석할 줄 알고 어떻게 쓸 줄 아는가 하는 걸 배웠습니다. 운서 하나만 있으면 다 됩니다. 그러니까 여러분들 생각하는 것보다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또 좋기는 중국어를 하면 대개 운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1성이나 2성 같은 건 대개 평성이 많고 3성이나 4성 같은 것은 대개 측성이 많습니다. 지금 그렇게 되어 있거든요. 그러므로 중국어의 성조 같은 것을 알아도 상당히 도움이 많이 됩니다. 그러나 시운은 기본적으로 현대 중국어의 통운보다는 당운을 기초로 하기 때문에 일치하지 않는 것도 많지요. 그러나 중국어의 4성 같은 것은 대개 측성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이렇게 여러분들이 한시의 맛을 배우십시요. 잠깐 쉬고 중용(中庸)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야회에 안 간 학생이 많은데, 야회에 가서 보니까 우리 서원 학생들이 정말 우수하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어요. 학교를 불문하고 정말 개성 있고 우수한 학생이 많아요. 서원에서 내 강의를 통해서 수직관계를 통해서 배우는 것과 동등하게 중요한 배움의 길이 있습니다. 도올서원에서 특이한 것은 자기 혼자 어떤 방면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주변에 비슷한 삶의 자세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거예요. 이런 상호관계를 통해서도 배울 점이 많을 겁니다. ()활동이라는 수평관계를 통해서도 배우는 것, 이것이 도올서원의 정신입니다. 부질없다고 생각하지 말고 재생들 사이에서 여기 있는 동안이라도 진지하게 토론하고 서로 간의 문제에 대해서 기탄없이 이야기하고 서로 간에 배움이 있기를 바랍니다.

 

 

 

 

156.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시작하다

 

전번에 14장까지 했나요? 저번 12연비려천 어약우연(鳶飛戾天 魚躍于淵)’이란 말에서 ()’자하고 ()‘자를 합치면 현재 우리가 쓰고 있는 비약(飛躍)’이란 말이 됩니다. 여기가 그 출전이지요. 비약이란 말이 거기서 나왔다는 걸 아시고, 14의 맨 마지막에 실저정곡 반구저기신(失諸正鵠 反求諸其身)’이란 말을 존 듀이의 교육론과 관련지어 해설한 부분도 다시 한 번 잘 생각해서 깊이 새겨두기 바랍니다. 존 듀이는 목적이라는 게 저기 어디엔가 있는(end in view) 것이 아니다 이 말이죠? 행위 그 자체가 바로 목적(end in action)이라 할까, 프로세스라 할까, 목적(end)은 정곡 그 자체는 아니죠. 끝까지 계속적으로 내 몸의 행위를 반추해 봄으로서 중용지도(中庸之道)’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 그다음 15장을 읽겠습니다.

 

 

 

君子之道, 辟如行遠必自邇, 辟如登高必自卑.
군자의 도()는 비유컨대, 먼곳을 가려면 반드시 자기 가까운 곳에서부터 출발해야 하는 것과 같고, 높은 곳을 오르려면 반드시 낮은 곳으로부터 오르기 시작해야 하는 것과 같다.
 
, 譬同.
()은 비유하다와 같다.

 

()라는 것은 프롬(from)’이라고 했어요. ()에 해당되는 말이 앞에 유()가 나왔었죠. 같은 겁니다. ‘()~()~’라고 쓰지요.

 

 

 

 

 

 

   

詩曰: “妻子好合, 如鼓瑟琴. 兄弟旣翕, 和樂且耽. 宜爾室家, 樂爾妻帑.”
시에 말하기를 처자가 합하기를 좋아하는 것이 마치 슬금을 울리는 것과 같도다. 형과 아우가 이미 기꺼워하여 화목하여 즐기고 또한 탐하도다. 실가(室家)를 마땅하게 하며 부인과 자식 손자들을 다 즐겁게 하는 구나.
 
, 小雅常棣之篇. 鼓瑟琴, 和也. , 亦合也. , 亦樂也. , 子孫也.
시는 소아 상체의 편이다. 고슬금(鼓瑟琴)은 화목하단 뜨이다. ()은 또한 합하다란 것이다. ()은 또한 즐기다란 것이다. ()은 자손이다.

 

주자 주를 보면, 이 글은 시경(詩經) 소아(小雅) 상체(常棣)편이라고 했습니다. 시경(詩經)에 있어서 아()와 송()은 상당히 제식적(祭式的, ritual)인 것이기 때문에 나는 풍()을 좋아합니다. (() 부분은 내가 별로 안 봤어요.

 

국풍(國風)이 정말 민요지요. (), 바람이란 것은 여기서는 노래를 말하는데, 풍이 왜 노래가 되었나 하면, 바람에는 신기(神氣)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노래에 대해 풍()이란 단어를 쓴 것입니다. 국풍이란 그 나라나라 마다의 고유한 민요를 말합니다. ()는 대아(大雅)와 소아(小雅)로 나뉘는데, 여기 나와 있는 것은 소아(小雅) 상체(常棣)편입니다. 지난번에 이야기 했듯이, 유교는 상당히 강력한 훼밀리즘을 가지고 있었고 부부지도(夫婦之道)’를 가지고서 중용(中庸)의 궁극적 근거를 삼았기 때문에 이런 시가 여기서 인용이 되고 있습니다.

 

주자 주를 보면, ()를 거성으로 했기 때문에 호합(好合)은 합하기를 좋아한다 이렇게 읽어야 하겠죠. ‘잘 합한다이래도 되는데, 여기서는 호()를 조동사로 보고 합()을 본동사로 본 경우입니다20 동기호오(同其好惡)’의 호()로 생각하면, 호합(好合)’좋아함을 서로 합한다로 해석하는 것도 맥락에 잘 어울린다. 부인과 자식이 좋아하는 바가 서로 같다. 친친(親親)의 기본이 여기에 있다고 하지 않았는가?. “시에 말하기를 처자가(와이프와 칠드런이)합하기를 좋아하는 것이 슬금(瑟琴)을 울리는 것과 같아서 화목하다.” 한 훼밀리 안에서도 정말 호합(好合)하는 현상이 쉬운 것이 아닙니다. 집안이 슬()과 금()이 하모니를 이루는 것처럼 어려운 거라고,

 

지금 얘기로 하면 앨토와 소프라노가 잘 어울리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 그렇게만 얘기할 수 없는 것이 동양의 합주는 멜로디는 같은데 음색이 다른 악기들의 소리가 조화를 이루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토날리티(Tonality, 음색)의 문제지요. 그런데 서양음악은 음색의 화합이 아니라 멜로디의 화합이죠. 서양에서는 음의 공간성이 문제되는데, 동양에서는 음의 ’, 음의 색깔이 문제가 됩니다. 이건 음악적인 얘기라 접어두죠.

 

형과 아우가 이미 흡하고.” 이 시는 단란한 가정의 모습, 아주 화목한 집안의 분위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어떤 집에 가보면 아주 썰렁한 경우가 있기도 하고 그런데, 집안이 화합한다는 것이 아주 어려운 거에요. “화목하여 즐기고 또한 탐한다.” 탐하다는 건 즐긴다, ()하고 같은 얘기죠. ‘의이(宜爾)’라는 건 별의미가 없습니다. ‘실가(室家)’라는 것도 그 당시의 의미가 무엇이었는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지금의 가정 같은 것입니다. “실가(室家)를 마땅하게 하고.”

 

처탕(妻帑)’는 처와 자손이라고 할 수 있죠. 주자의 주를 보면, 는 자손이라 했으니까. “부인과 자식. 손자들이 다 즐겁다집안의 화목한 모습을 노래로 부른 시이죠. 아주 단란하고 조화로운 집안의 모습을 노래한 것입니다.

 

 

 

子曰: “父母其順矣乎!”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이 시와 같은 집안이라면) 그 부모가 참 편안하실 것이다.”
 
夫子誦此詩而讚之曰: 人能和於妻子宜於兄弟如此, 則父母其安樂之矣.
부자께서 이 시를 외워 찬미하며 사람이 아내와 자식에 화목할 수 있고 형제에 우애할 수 있음이 이와 같다면 부모께서 안락하시리라.”라고 말했다.
 
子思引詩及此語, 以明行遠自邇登高自卑之意. 右第十五章.
자사는 시와 이 말을 인용하여 행원자이(行遠自邇)와 등고자비(登高自卑)의 뜻을 밝혔다. 이번 장은 15장이다.

 

그 부모가 참 편안하실 것이다.” 부모 역할이 수월할 것이다 이런 말이죠?

 

주자의 주를 보면, 자사가 이 시를 인용하여 공자의 말에 이르게 된 것은, () 바로 앞 행원필자이 등고필자비(行遠必自邇 登高必自卑)’하는 뜻을 밝히려 함이라고 했습니다. 행원(行遠)하고 등고(登高)하는 것이 다 가정의 화목으로부터 출발하는 것이죠. 결국 가까운 사람에서부터 화목하고 가까운 사람들끼리 뜻이 통하는 것이 참으로 좋은 것입니다. 여기는 큰 문제가 안 되는 장()이니까, 더 이상 설명하지 않고 넘어가겠습니다. 문제가 되는 것이 별로 없을 겁니다.

 

 

 

 

 

 

 

인용

목차

전문

본문

 

 
728x90
반응형
그리드형

'고전 > 대학&학기&중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올선생 중용강의 - 17장  (0) 2021.09.18
도올선생 중용강의 - 16장  (0) 2021.09.18
도올선생 중용강의 - 14장  (0) 2021.09.17
도올선생 중용강의 - 13장  (0) 2021.09.17
도올선생 중용강의 - 12장  (0) 2021.09.17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