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장 사바크의 저주와 축복
나그 함마디 문서의 발견
사바크 헌팅
1945년 12월이었다. 나일강 상류 유역에서 12월은 사바크(sabakh)를 캐기 좋은 시절이다. 사바크란 질소가 풍부히 들은 천연비료로서 땅에서 캐는 것이다. 여름에는 땅이 너무 딱딱해서 캐기 어렵지만 12월이 되면 땅이 연해져서 캐기 좋기 때문에 농한기에 많은 농부들이 캐러 나간다. 낙타를 타고 사바크헌팅을 나가는 것이다. 체노보스키온의 한 동네 알 카스르(al-Qasr)에 사는 일곱 아이들이 사바크를 캐기 위해 자기 동네에서 약 20리 떨어져 있는(5마일) 자발 알 타리프지역으로 원정을 나갔다. 때는 아직 이스라엘 국가가 성립(1948. 5.16.)하기 전이었고 2차세계대전이 끝난 넉 달 후였으니까 모처럼만의 평화로운 휴식기였다. 그 일곱 아이들 중에는 알 삼만(al-Samman) 족속의 무함마드 알리(Muhammad Ali)와 그의 남동생 둘이 끼어있었다.
자발 알 타리프 절벽 아래의 퇴적층 경사면에서 사발 모양의 큰 옥돌을 치워내고 그 밑을 캐는데 커다란 붉은 유약으로 덮인 거대한 항아리가 나왔다. 위쪽 네 귀퉁이로 손잡이가 달려있었고 뚜껑은 큰 접시로 덮여있었고 가생이는 천연아스팔트 역청으로 봉합되어 있었다. 이것을 맨 먼저 발견한 것은 알리의 15세 먹은 어린 동생 아부 알마지드(Abu al-Majd)였다. 겁먹은 동생은 26세의 큰형 무함마드 알리를 불렀다. 큰형은 붉은 항아리를 지상으로 끌어내었다. 한 70cm 높이의 제법 큰 항아리였다. 모두 무함마드 알리의 처분만을 기다리고 숨을 죽이며 눈치를 보고 있었다. 알리는 그 항아리를 열기를 두려워 했다. 이집트인의 관념에는 진(jinn)이라는 사기(邪氣)가 있는데, 대개 이런 항아리 속에 들어있다가 잘못 뜯으면 사람이나 동물형상의 귀신이 되어 출현하여 사람에게 사기를 뿜어대면 사람이 죽거나 크게 상하게 된다는 전설이 있기 때문이었다. 무함마드 알리는 그 유명한 권투선수와 이름이 같지만 그렇게 똑똑한 사람이 아니고 참으로 무지스러운 촌놈이었다. 이 알리의 행태를 보면 이 항아리를 묻었던 이 지역 농부출신들의 수행승의 문화에서 16세기를 지난 후의 이집트의 문화가 얼마나 퇴락했는가를 엿볼 수 있다.
터번을 풀어 둘둘 말다
알리는 순간 진(jinn)에 대한 공포감도 있었지만 또 들은 바가 있었거니, 이런 항아리 속에는 금이 가득 들어있을 수도 있다는 탐욕스러운 생각이 갑자기 엄습해온 것이다. 순간 이 무지스러운 인간은 곡괭이를 번쩍들어 항아리를 산산조각 내버렸다. 1578년만에 로마가톨릭의 정경화작업으로 억눌려 암흑 속으로 사라져버린 인류의 지혜가 다시 한번 빛을 보게 되는 그 역사적 순간이었다. 그 순간 그 항아리에는 정말 금이 가득차있었다. 아마도 코우덱스에 입힌 금박이 햇빛에 반사되었거나 그 금가루가 하늘로 날아가는 몇 조각의 환상적 찬란함이 확대되어 느껴졌을 것이다. 모두가 너무 실망하고 말았다.
그 항아리 속에는 13개의 코우덱스가 들어 있었다. 앞서 말했듯이 코우덱스(codex)라는 것은 파피루스를 제본한 것이다. 그러니까 앞뒤로 써서 한 쪽을 묶은, 우리가 생각하는 책의 개념과 동일한 형태의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가죽으로 포장되어 가죽끈으로 묶인다. 이 한 포장을 하나의 코우덱스라고 하는 데 이 한 코우덱스 속에는 많은 책이 들어갈 수 있다. 옛날 책의 길이가 그렇게 길지 않으니까 대강 4ㆍ5편의 책(논문)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니까 13개의 코우덱스에는 5ㆍ60권의 책이 들어있는 셈이다. 이것만 해도 성서 27서보다는 많은 분량이다.
이 13개의 코우덱스가 그 뒤로 기구한 운명에 의해 훼손된 부분도 있고 하지만 지금 52서가 현존하고 있다. 이 코우덱스는 인류사상 출토된 최고(最古)의 것이다. 순간 또 무식한 촌놈이 의리는 있는지라 뭐 근사한 항아리에서 나온 골동품이라는 생각은 들어, 자기 혼자 처먹으면 뒤탈이 있으리라는 생각에 짝짝 찢어 7명 모두에 나누어 주었다. 이때도 상당 부분에 훼손이 가고 낙장이 생기는 등 유실된 것도 있었다. 이때 만약 이 아이들이 7등분하여 나누어 가지고 갔더라면 16세기 동안을 기다려온 지혜의 빛이 영영 자취를 감추어버리고 말았을 수도 있다. 참으로 끔찍한 일이다. 그런데 꼬마들 입장에서 보자면 그 놈의 넝마꾸러미처럼 보이는 파피루스를 가지고 가봤자 담배 개피 살 돈도 안 될 것 같고, 또 번쩍이는 금덩어리가 아닌 바에야, 공연히 부정탈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모두 다시 알리에게 돌려주었다. 알리가 그들에게 나누어 주는 품새도 좀 위협적인 냄새도 들었고…… 시무룩하게들 내주는 코우덱스를 다시 모아서 알리는 머리에 쓴 터번을 풀어 둘둘 말아 등에 매고 어깨를 둘러 가슴에 점맸다. 우리 어릴 때 가방 없는 시골아이들이 애기 기저귀 같은 것으로 책을 허리에 매듯이…… 어깨에 코우덱스를 둘치고 낙타 타고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오는 20리길의 여정 속에서 알리는 코우텍스를 가지고 돈벌 궁리를 하고 있었을까? 아니다! 그의 머릿속에는 바로 지난 5월달에 억울하게 돌아가신(경찰 기록, 5월 7일 사망) 아버지에 대한 생각으로만 가득 차 있었다.
패밀리 퓨드
그의 아버지는 알 카스르 동네의 수리조합에서 경비원을 하고 있었는데 그는 독일에서 수입해온 비싼 관개시설(기껏해야 좋은 모터 수준이었을 것이다)의 밤경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알 카스르 동네와 바로 문서가 발견된 절벽에서 멀지 않은 함라 둠(Hamrah Dum) 동네는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에 나오는 카퓨렛 집안과 몽테그 집안의 패밀리 퓨드처럼 누대로 반목하는 관계였다. 함라 둠의 하우와리스 집안(The Hawwaris of Hamrah Dum)은 선지자 무함마드의 직계손이라는 자부감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날 밤 함라 둠 마을에서 그 관개시설을 훔치려는 침입자가 발생했다. 알리의 아버지는 그 침입자를 죽여버렸다. 그런데 다음날 그 마을에서 사람들이 와서 알리의 아버지 머리에 총을 쏘아 죽여 침입자가 죽어있던 그곳에 대신 눕혀놓았다. 무함마드 알리의 엄마는 남편의 시체 앞에서 일곱 아들(아들만 7명 낳았다)을 놓고 통곡을 하며 곡괭이에 칼날을 세워 갈아놓으라고 훈계를 했다. 반드시 복수를 하고야 말리라는 것이다. 긴 곡괭이 끝을 날카롭게 갈아 사람 죽이는 무기로 쓰는 습관이 있었던 모양이다.
자기 등에 둘러친 체노보스키온 문서 코우덱스가 얼마나 고귀한 인류문명의 유산이며 자산이며 보고인지, 그것 하나만으로도 열일곱 세기에 걸친 가톨릭교회 도그마 중심의 인류사가 다시 쓰이고, 그것 하나만으로도 동서문화가 소통되는 새로운 개벽의 역사가 열릴 수 있다는 일말의 하중도 느끼지 못하는 알리는 낙타등 위에서 오로지 아버지 복수할 일에만 골몰하고 있었다.
불쏘시개
알리는 집에 돌아오자 등에 메고 있던 파피루스더미를 소죽 쑤는 곳간방 지푸라기 더미 위에 아무렇게나 던져버렸다. 이것은 너무도 끔찍한 참극이었다. 그 고귀한 문헌을, 이제 1578년간이라는 기나긴 세월을 공기변동이 없는 암흑 속에서 보낸 이 고고학적 유물은 함부로 다루면 변색되고 퇴색되고 바스러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그런대로 파피루스 위에 쓰여진 카본입자물감은 용케 새환경을 견디었던 모양이다. 진시황릉의 토용들이 열자마자 색깔이 날아가버린 것에 비하면 그래도 파피루스 위에 쓰여진 잉크물감의 강력성은 대단한 것 같다.
그런데 비극은 그런데 있었던 것이 아니다. 그날 밤 무지막지한 알리의 엄마가 화덕 오븐에 불을 때려고 나갔다가 헛간에 파피루스가 보이니까 죽죽 찢어서 지푸라기와 함께 불쏘시개로 썼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다행스럽게 쏘시개로만 썼기 때문에 전부를 태우진 않았다. 아마도 지금 코우덱스 제12가 아주 내용이 단편적이고 분량이 빈곤한데 이 첫날 밤 알리 엄마가 코우덱스 제12의 대부분을 태운 것으로 사료되고 있다. 참으로 끔찍한 일이다.
드디어 날이 왔다. 체노보스키온 문서가 발견되고 꼭 한 달의 시간이 흘렀다. 동네 친구 한 사람이 알리의 집으로 헐레벌떡 뛰어왔다. 알리의 아버지를 죽인 함라 둠 마을의 그 사람이 먼지나는 신작로가에서 내려쬐는 태양에 지쳐 드러누워 낮잠을 자고 있다는 것이다. 옆에 사탕수수를 고아 만든 조청 단지를 끼고 있는 그 사람이 바로 알리 아버지를 죽인 사람이라고 일러주는 것이 아닌가? 그 사람의 이름은 아흐마드 이스마일(Ahmad Ismail)이었는데 그가 정확한 범인이었는지 어쩐지 누가 알리오마는, 하여튼 일곱 형제들은 드디어 때가 왔다 하고 엄마의 말대로 날을 잘 세워둔 곡괭이를 하나씩 차고 피의 복수의 용전(勇戰)의 길을 떠났다.
이 함라 둠의 재수가 없어도 되게 없는 이 양반은 도망칠 새도 없이 그의 가슴에 7형제의 날카로운 곡괭이 날이 들이쳤다. 가슴을 헤치고 팔딱팔딱 뛰는 심장을 꺼내들고 그것을 일곱등분 하여 일곱 형제들은 당장에서 질겅질겅 씹어먹어 버렸다. 이들 관습상 피의 복수의 충직한 상징적 행동이었다. 야만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엘리야의 야만
이슬람(Islam)이라는 말 자체가 제아무리 순종과 평화를 의미한다 해도 하여튼 중동지역은 피의 복수가 너무 심하다. 엘리야 선지자도 분단시대의 이스라엘 왕 아합의 바알숭배를 징벌하기 위해, 황소의 번제 제단을 하나는 바알을 위한 것, 하나는 야훼를 위한 것, 두 개를 만들어놓고 시험을 한다. 불을 안 붙이고도 저절로 타오르는 제단이 진정한 하나님의 제단이라는 것을 증명하자는 것이다. 바알의 예언자는 450명이나 되었고 야훼의 예언자는 엘리야 선지자 단 한 명이었다. 바알의 예언자 450명은 아침부터 한낮까지 바알의 이름을 불러도 아무 소식도 응답도 기척도 없었다. 그런데 엘리야의 제단에는 기름을 붓고 기도하자 야훼의 불길이 내려와 장작과 돌과 흙, 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모조리 태워버린다(왕상 18:38). 온 이스라엘 백성이 이렇게 보는 앞에서 야훼 하나님의 위대성을 보였으면 이것으로 족하지 않을까?
그때 엘리야는 외친다. “야훼야말로 진정한 하나님이십니다! 진정한 하나님이십니다! 바알의 예언자들을 하나도 놓치지 말고 모조리 사로잡으시오!” 그리고 기손 개울로 끌고가서 450명의 바알 예언자들을 모조리 한 사람도 남김없이 도륙한다. 이것이 구약의 세계다. 피는 오직 피를 부를 뿐이다. 모세오경을 읽어보아라! 매 계명마다, “…… 하면 쳐죽여라, 때려죽여라.”하는 야훼의 명령천지다. 구약의 계명을 잘 지키고 살려면 매일 사람을 쳐죽여야 할 것이다. 신구약성경을 천독(千讀)하신 나의 모친도 나에게 이렇게 말씀하시곤 했다. “구약은 너무 피비린내가 심하다.”
물론 알리의 피의 보복이 거기서 그칠 리가 없다. 후일 알리 집안의 상여가 나갈 때 함라 둠 사람들이 와서 또 살육극을 벌였다. 알리는 가슴에 총을 맞았는데 죽지 않고 살아났다. 알리는 만나는 사람마다 가슴의 상처를 보여주면서 자신의 용기를 과시하곤 했다. 이렇게 어리석은 자들의 손에 걸린 인류의 성스러운 영적 보고는 어떻게 되었을까?
제3 코우덱스의 경우
알리 집안 사람들이 이 코우덱스가 골동이라는 것은 알았는지라, 사람들에게 팔려고 했다. 그런데 사람들이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우리나라 돈으로 한 코우덱스에 만 원 정도만 달라고 했는데 만 원은커녕 천 원을 주는 사람도 없었다. 그래서 담배와 귤과 바꿔치기로 몇 개가 빠져나갔다. 왜냐하면 복수극 때문에 경찰이 알리집을 수색하기 시작했고 또 코우덱스를 뺏기기는 싫었기 때문이었다.
제3 코우덱스(Codex Ⅲ)의 경우, 알리는 그것을 자기네 알 카스르 동네에 있는 콥틱 크리스챤교회로 가지고 갔다. 코우덱스를 어떤 사람에게 보여주었는데 그 사람이 그 책이 아랍어가 아니라 콥틱어로 쓰여있다는 것을 아르켜 주었고 콥틱교회에 가져가면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귀뜸해주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당시 이집트는 아직 영국보호령이었는데 영국통치자들은 종교분쟁이 두려워 무슬림경찰들에게 콥틱 기독교인들을 거칠게 다루지 못하게 했다. 따라서 콥틱교회는 안전한 조계같은 느낌이 있었다. 알리는 제3 코우덱스를 교회에 안전하게 맡아달라고 부탁했다.
교회사제는 이 제3 코우덱스를 중등교사인 처남, 라그히브 안다라우스 ‘알키스’ 아브달사이드(Rāghib Andarāwus ‘al-Qiss’ Abd al-Sayyid: 이름이 좀 길지만 중요하다. 왜냐하면 이 사람이 이 문서매매의 최초의 공식 싸인자이기 때문이다)에게 보여주었다. 알키스는 여러 콥틱학교에서 영어와 역사를 가르치는 순회교사였다. 알 카스르 마을에는 당시 콥틱 학교 하나 밖에 없었는데(낫세르 대통령이 공립학교 세우기 이전) 알키스는 일주일에 한 번 처남집에 묵으면서 교사일을 했다. 알키스도 이 문서의 가치를 알아볼 만한 지식이 없었다. 그래서 그는 콥트 인텔리겐챠인 친구 게오르기 베이 소브히(Georgy Bei Sobhy)에게 보여주었다. 그는 그 코우덱스에 들어있는 요한 비서(The Apocryphon of John), 이집트인 복음서(The Gospel of the Egyptians), 예수 그리스도의 지혜(The Sophia of Jesus Christ), 구세주의 대화(The Dialogue of the Savior) 등을 보고 경악했다. 게오르기는 공포스러운 나머지 즉각적으로 이 문서를 당국에 신고했다. 당국은 이것을 콥틱 박물관에 조회했고 알키스는 이 문서를 가지고 콥틱 박물관으로 갔다. 박물관은 알키스를 형벌에 처한 것이 아니라, 300 이집트 파운드를 주고 정식으로 구입했다. 그리고 박물관에는 50 파운드를 세금조로 기증해야 했다. 그러니까 5만 원 정도 받고 8천 원은 커미션으로 떼준 셈이다. 4만 2천 원을 가지고 돌아오는 알키스의 가슴은 감옥에 안 가고 골동품 공포에서 해방된 행복감에 두근거렸다. 돈은 혼자 쓱싹해버렸다.
이 매매를 알선한 카이로 콥틱 박물관 관장은 토고 미나(Togo Mina)였다. 구입일자는 1946년 10월 4일이었다. 박물관 관장 미나는 매우 양심적인 인물이었다. 그리고 이 체노보스키온문서의 수집 역사에 있어서 유일하게 사심없이 헌신한 인물이었다.
이것이 이 문서가 알려지기 시작한 최초의 단서다. 이제 소문은 빨리 퍼지기 시작하게 마련이고 유엔이 개입하고 국제분쟁이 일어날 수도 있는 소지가 있었다. 그 기나긴 역사를 어찌 다 말할 수 있으리오마는 조금만 더 궁금한 뒷이야기를 해보자!
타노와 다타리
카이로에는 우리나라 인사동이나 장안동의 대표적인 골동상과도 같은 유명한 가게로서 사이프러스섬 출신의 타노(Phocion J. Tano)라는 사람이 운영하는 골동품가게가 있었다. 그런데 카이로 부근의 기자(Giza)라는 곳에서 일하고 있던 알 카스르의 농부 하나가 자기네 동네에서 옛 코우덱스 사본들이 발견되어 돌아다니고 있다는 정보를 타노에게 귀뜸해주었다. 그래서 타노는 나그 함마디 동쪽에 위치하고 있는 도시 키나(Qinā) 지역의 지방골동상인 자키 바스타(Zaki Basta)에게 전화를 걸어, 이러한 정보가 있으니 한번 조사해보라고 일러주었다. 타노는 자키 바스타와 이런 식으로 계속 거래를 해온 터이었다. 자키 바스타는 알 카스르 지역을 장악하고 있는 깡패두목을 수배했다. 바히즈 알리(Bahij Ali)는 한쪽을 가린 애꾸눈이었는데 무법자였다. 바히즈 알리는 무함마드 알리로부터 두 개의 코우덱스를 몇 천 원 주고 샀다. 그리고 자키 바스타와 같이 카이로로 가서 타노에게 큰 돈을 받고 팔았다. 이 문제의 코우덱스는 제2, 제7이었는데, 제2 코우덱스 속에는 그 소중한 도마복음서가 들어있었다. 하여튼 스릴있는 역사의 장면들이다. 자키 바스타와 애꾸눈은 타노에게 팔기 전에, 카이로에 와있던 독일 교수들을 접촉했다. 더 비싸게 팔까 하고, 그런데 이들이 구매를 거부하니까 타노에게 팔아넘긴 것이다.
애꾸눈 바히즈 알리는 카이로에서 알 카스르로 귀향하자마자 즉시 무함마드 알리를 다시 찾아갔다. 그리고 알리네 집에 남아있던 코우덱스를 푼돈에 모조리 싹쓸이했다. 그리고 이 애꾸는 요번에는 욕심이 났다. 그래서 중간상 자키 바스타를 빼놓고 자기 혼자 타노에게로 갔다. 그리고 타노에게 거액을 요구했다. 타노는 그것을 다 살 돈이 없었기 때문에 유명한 콜렉터 마리카 다타리양(Miss Marika Dattari)을 접선했다. 다타리의 아버지는 유명한 코인 콜렉터였다. 다타리는 그것을 구입하여 타노에게 맡겼다. 결국 대부분의 코우덱스가 타노에게로 수집되었다. 그래서 이 코우덱스를 다타리-타노 코우덱스(the Dattari-Tano Codices)라 부르게 된 것이다.
물론 중간상 자키 바스타는 자기를 빼놓고 거래를 한 애꾸를 증오했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그리고 애꾸는 그 돈으로 거대한 농장을 샀다. 그리고 무함마드 알리에게도 한 푼을 안 주었다. 바보같은 알리만 붕 뜬 셈이다. 알리는 평생 애꾸에게 이를 갈았다. 애석하지만 어리석은 자의 업보다.
그러니까 제3 코우덱스는 콥틱 박물관으로 갔고, 제2, 제4~제13은 다타리-타노 콜렉션이 되었다. 이중 제13은 독립된 코우덱스가 아니라 8잎의 논문이 제6 코우덱스 가죽포장 안에 끼어 있었다. 제1 코우덱스는 어디로 갔나?
제1 코우덱스의 경우
이 제1 코우덱스는 어떻게 돌고 돌아 카이로에 있는 벨기에 출신의 골동상인 알버트 에이드(Albert Eid)에게로 굴러들어 갔다. 그런데 이 에이드는 내가 생각키에 유능한 골동상인지는 모르겠으나 너무 돈을 밝히는 질 좋지 않은 인물이었다. 에이드는 박물관장 토고 미나가 국외로 반출하면 안 된다고 그렇게 당부했어도, 그것을 밀반출하는 데 성공했다. 공항에서 세관원들에게 동전 몇 개와 구부러진 쇳조각 몇 개하고 같이 보여주면서 국외 나가 팔 생각이라고 했어도 아무 말 않고 통과시키더라는 것이다. 물론 세관원들을 몇 푼 주고 매수했을 것이다.
에이드는 제1 코우덱스를 가지고 미국시장으로 갔다. 처음에 미시간대학 도서관에 가서 2만 불을 요구했다. 미시간대학 도서관은 너무 비싸다고 구입을 거절했다. 그 뒤 뉴욕에 가서 폴 멜론이 펀드를 댄 볼링겐 파운데이션(Bollingen Foundation)을 접근하였다. $12,000을 요구하였지만 볼링겐 파운데이션은 사적인 책 구입은 안 한다고 말했을 뿐 아니라 그것 좀 안전하게 맡겨 놓게나 해달라는 부탁도 거절해버렸다. 에이드는 화가 나서 브뤼셀에 가서, 거기 은행 안전금고에다가 넣고 덜커덩 잠궈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이듬해에(1949) 죽었다.
그 뒤 그 코우덱스는 어떻게 되었을까? 결국 그 유명한 심리학자 칼 구스타프 융(Carl Gustav Jung, 1875~1961)의 권유에 따라, 취리히에 있는 융 인스티튜트(the Jung Institute)가 에이드 부인으로부터 8천 불에 샀다(1952. 5. 10. 매매성립), 돈은 미국의 사업가 죠지 페이지(George H. Page)가 댔다. 그래서 이 제1의 코우덱스는 우리가 보통 융 코우덱스(Jung Codex)라고 부른다. 융은 선견지명이 있었던 비젼의 사나이였고, 그의 심리학에는 영지주의적 요소가 많이 깔려있다. 프로이드가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에너지를 리비도라고 본 것에 반하여, 칼 구스타프 융은 ‘신화를 창조하는 의식의 기층’(the myth-creating substratum of the mind)이라고 본다. 인간 존재의 근원을 프로이드는 ‘꼴림’으로 보았다면, 융은 ‘신화창조’로 본 것이다. 누가 옳을까? 독자들 스스로 고민해보라!
이 체노보스키온 문서를 세계학계에 처음으로 알린 인물은 불란서 파리대학에서 나일강 유역의 초기기독교 수도원 집단생활사를 연구하던 쟝 도레쓰(Jean Doresse)라는 인물이었다. 그는 1947년 9월 카이로에 있는 불란서 고고학 연구소(The French Institute of Archeology in Cairo)의 초청으로 갔다가 친구였던 토고 미나를 방문함으로써 그 역사적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그때 도레쓰는 부인 마리앙(Marianne)과 함께 갔는데, 토고 미나는 불란서에 유학하던 시절에 현 도레쓰의 부인이 된 마리앙과 친구 사이이기도 했다. 3인이 모두 훌륭한 이집트학 학자들이었다. 도레쓰가 발표하여, 1948년 2월 23일자 『르몽드』지에 난 기사가 최초의 공식발표였다. ‘4세기 파피루스 발견’이라는 제목하에 3줄이었다.
▲ 칼 구스타프 융(1875–1961). 프로이드의 성(性)중심 심리학과는 다른, 심오한 인성의 신화기층을 파헤친 위대한 심리학자.
나그 함마디 라이브러리 전체목록
더 이상 자세한 이야기는 생략하겠으나 이 체노보스키온 문서라고 하기도 하고 나그 함마디 라이브러리라고 하기도 하는 이 문서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많은 이야기들이 있으나 관련된 많은 사람들이 불행하게 죽었다. 하나님의 지혜를 말하는 문헌을 둘러싼 인간들은 지혜롭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기와 탐욕과 영예가 그들을 지배했다. 결국 다타리-타노 컬렉션은 낫세르 대통령에 의하여 국유화되었고 융 코우덱스도 결국 제자리로 돌아왔다. 그래서 대부분의 코우덱스가 카이로의 콥틱 박물관에 안치되었다. 그리고 유네스코와 많은 뜻 있는 기관의 협력으로 1977년에는 나그 함마디 라이브러리 전체가 영역되어 출판되었다.
지금은 누구든지 쉽게 볼 수가 있다. 이 나그함마디 도서관을 인간세의 공적인 자산으로 만드는 데 가장 큰 공헌을 한 사람으로서, 콜럼비아대 신학대학을 나와 클레어몬트 신학대학의 교수가 된 제임스 로빈슨(James M. Robinson)이라는 이름도 기억해둘 만하다. 독자들의 궁금증을 풀기 위해 나그 함마디 라이브러리 전체목록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Ⅰ,1 | The prayer of the Apostle Paul (사도 바울의 기도) |
Pr. Paul |
Ⅰ,2 | The Apocryphon of James (야고보 비서秘書) |
Ap. Jas. |
Ⅰ,3 | The Gospel of Truth (진리 복음서) |
Gos. Truth |
Ⅰ,4 | The Treatise on the Resurrection (부활론) |
Treat. Res. |
Ⅰ,5 | The Tripartite Tractate (삼부대론, 三部大論) |
Tri. Trac |
Ⅱ,1 | The Apocryphon of John (요한 비서) |
Ap. John |
Ⅱ,2 | The Gospel of Thomas (도마 복음서) |
Gos. Thom. |
Ⅱ,3 | The Gospel of Philip (빌립 복음서) |
Gos. Phil. |
Ⅱ,4 | The Hypostasis of the Archons (지배자들의 실체) |
Hyp. Arch. |
Ⅱ,5 | On the Origin of the World (세계기원론) |
Orig. World |
Ⅱ,6 | The Exegesis on the Soul (영혼의 해석) |
Exeg. Soul |
Ⅱ,7 | The Book of Thomas the Contender (변자辯者 도마서) |
Thom. Cont. |
Ⅲ,1 | The Apocryphon of John (요한 비서) |
Ap. John |
Ⅲ,2 | The Gospel of the Egyptians (이집트인 복음서) |
Gos. Eg. |
Ⅲ,3 | Eugnostos the Blessed (축복받은 자 유그노스토스) |
Eugnostos |
Ⅲ,4 | The Sophia of Jesus Christ (예수 그리스도의 지혜) |
Soph. Jes. Chr. |
Ⅲ,5 | The Dialogue of the Savior (구세주의 대화) |
Dial. Sav. |
Ⅳ,1 | The Apocryphon of John (요한 비서) |
Ap. John |
Ⅳ,2 | The Gospel of the Egyptians (이집트인 복음서) |
Gos, Eg. |
Ⅴ,1 | Eugnostos the Blessed (축복받은 자 유그노스토스) |
Eugnostos |
Ⅴ,2 | The Apocalypse of Paul (바울 묵시록) |
Apoc. Paul |
Ⅴ,3 | The (First) Apocalypse of James (제1 야고보 묵시록) |
1 Apoc. Jas. |
Ⅴ,4 | The (Second) Apocalypse of James (제2 야고보 묵시록) |
2 Apoc. Jas. |
Ⅴ,5 | The Apocalypse of Adam (아담 묵시록) |
Apoc. Adam |
Ⅵ,1 | The Acts of Peter and the Twelve Apostles (베드로와 열두 제자 행전) |
Acts Pet. 12 Apost. |
Ⅵ,2 | The Thunder: Perfect Mind (천둥 지혜서) |
Thund. |
Ⅵ,3 | Authoritative Teaching (정교론正敎論) |
Auth. Teach. |
Ⅵ,4 | The Concept of Our Great Power (우리의 큰 권능) |
Great Pow. |
Ⅵ,5 | Plato, Republic 588a-589b (플라톤의 『이상국가론』 콥틱 번역, 588a~589b) |
Plato Rep. |
Ⅵ,6 | The Discourse on the Eighth and Ninth (팔천八天과 구천九天) |
Disc. 8-9 |
Ⅵ,7 | The Prayer of Thanksgiving (추수감사기도) |
Pr. Thanks. |
Ⅵ,7a | Scribal Note (사경자주寫經者註) |
Scribal Note |
Ⅵ,8 | Asclepius 21-29 (아스클레피우스 21-29) |
Asclepius |
Ⅶ,1 | The Paraphrase of Shem (셈 이설易說) |
Paraph. Shem |
Ⅶ,2 | The Second Treatise of the Great Seth (위대한 세트의 대속론 제2서) |
Treat. Seth |
Ⅶ,3 | Apocalypse of Peter (베드로 묵시록) |
Apoc. Peter |
Ⅶ,4 | The Teachings of Silvanus (실비아누스의 가르침) |
Teach. Silv. |
Ⅶ,5 | The Three Steles of Seth (세트의 3부 찬송가) |
Steles Seth |
Ⅷ,1 | Zostrianos (조스트리아노스 계시록) |
Zost. |
Ⅷ,2 | The Letter of Peter to Philip (빌립에게 보내는 베드로 서한) |
Ep. Pet. Phil. |
Ⅸ,1 | Melchizedek (멜키제덱) |
Melch. |
Ⅸ,2 | The Thought of Norea (노레아의 생각) |
Norea |
Ⅸ,3 | The Testimony of Truth (진리 증언서) |
Testim. Truth |
Ⅹ | Marsanes (예언자 마르사스) |
Marsanes |
XI,1 | The Interpretation of Knowledge (영지의 해석) |
Interp. Know. |
XI,2 | A Valentinian Exposition (발렌티누스 우주론) |
Val. Exp. |
XI,2a | On the Anointing (기름부음에 관하여) |
On Anoint. |
XI,2b | On Baptism A (세례론 1서) |
On Bap. A |
XI,2c | On Baptism B (세례론 2서) |
On Bap. B |
XI,2d | On the Eucharist A (성찬론 1서) |
On Euch. A |
XI,2e | On the Eucharist B (성찬론 2서) |
On Euch. B |
XI,3 | Allogenes (알로게네스 계시록) |
Allogenes |
XI,4 | Hypsiphrone (휩시프로네 계시록) |
Hypsiph. |
XII,1 | The Sentences of Sextus (섹투스 교훈집) |
Sent Sextus |
XII,2 | The Gospel of Truth (진리 복음서) |
Gos. Truth |
XII,3 | Fragments (단편들) |
Frm. |
XIII,1 | Trimorphic Protennoia (프로텐노이아의 세 형상 계시록) |
Trim. Prot |
XIII,2 | On the Origin of the World (세계기원론) |
Orig. World |
BG,1 | The Gospel of Mary (마리아 복음서) |
Gos. Mary |
BG,2 | The Apocryphon of John (요한 비서) |
Ap. John |
BG,3 | The Sophia of Jesus Christ (예수 그리스도의 지혜) |
Soph. Jes. Chr. |
BG,4 | The Act of Peter (베드로행전) |
Act Pet. |
※ BG는 나그 함마디 도서관 이외의 문서인 베를린 그노스틱 파피루스(Berlin Gnostic Papyrus)의 약자이다.
여기까지가 내가 신약성서에 관하여 말할 수 있는 전부이다. 지금부터 상기의 문헌에 관해 내가 다시 입을 열기 시작하면 또 한 권의 책이 필요할 것이다. 이제 입을 다물어야 할 때가 왔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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