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세계 종교화
오늘날 인도에서 소가 숭배되고 식용으로 도살되지 않는 이유는 당대 인도의 비옥한 농도의 개발을 위하여 소가 무한정으로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소의 번식은 당대의 당위였다. 따라서 그가 제시하는 이러한 평화로운 가치관에 부합되는 모든 종교를 평등하게 대했을 뿐이며, 불교는 이러한 계기를 통해 크게 세력을 신장했을 뿐이다. 아쇼카 자신이 불법의 수호자라는 것을 공언하긴 했지만, 그의 담마(팔리어, dhamma)는 반드시 불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불교에 대한 특칭적인 언급이 그의 칙령 속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그리고 그의 담마는 불교와는 달리 가족주의적 성격을 매우 강하게 띠고 있다. 부모에 대한 복종, 형제 간의 우애, 노예와 하인에 대한 자비로운 대우, 그리고 가축과 새들에 이르기까지 사랑과 자비를 베풀 것을 촉구했다. 그는 유가사상처럼 가족 간의 사랑이 근간이 되어 사회전체가 행복하게 되리라고 생각했으며 이러한 자비행의 목적이 해탈(解脫, mokṣa)이나 열반(涅槃, nirvāṇa)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치는 않았다. 그는 어디까지나 세속적인 군주였다.
아쇼카는 그의 담마 사상에 불교가 가장 포괄적인 위대한 정신체계를 제공한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자연히 그의 시대에 불교가 타종교들보다 우대를 받는 국교(the state religion)의 모습을 띠게 되는 양상은 도처의 기록에서 발견된다. 아쇼카는 불교를 미얀마(Burma)와 스리랑카(Sri Lanka)에 전파하여 남방불교의 전통을 수립했다. 그리고 많은 포교사들을 중앙아시아, 페르시아, 이집트, 그리고 헬레니즘 세계의 여러 왕들에 보냈다. 그리고 그는 왕도인 파탈리푸트라에서 불전의 제3차결집이 이루어지도록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 제3차결집 때 비로소 아비달마 논서들이 생겨났고, 이로써 팔리어장경의 삼장(三藏, Tipiṭaka)체제가 갖추어지게 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불교는 이제 힌두이즘의 한 섹트로서의 인상에서 완전히 벗어나 세계종교(a world religion)로서의 캐리어를 시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 바라나시의 번잡한 시장 한복판에 드러누워 잠자는 황소들. 그 황소들을 보초서는 개도 늘어지게 자고 있다. 개들은 소들을 잘 따러다닌다. 뒤따라 다니면서 국물을 좀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 카주라호 비슈바나트(Vishvanath)사원을 바라보고 있는 황소 난디상, 비슈바나트사원은 찬델라왕조의 가장 위대한 왕이었던 단가(Dhanga)가 1002년에 완성했다고 전하여지며, 이 비슈바나트사원의 5단구조 설계는 조금 후에 지어진 칸다리야 마하데바(1025~1050)사원의 조형에 해당된다. 단가는 노예왕조가 성립하기 직전의 이슬람 약탈자 가즈니의 마흐무드(Mathmud of Ghazni)와 동시대 사람이었다. 시바의 상징이 성적 에너지, 링감(Lingam)이라면 시바가 타고 다니는 황소 또한 농경문화의 생산성(fertility)을 상징한다. 난디는 항상 시바의 성기, 링감을 응시하는 포오즈를 취하고 있다. 난디는 원래 시바의 변신이었는데 쿠샨 왕조 때부터 시바의 탈것으로 변모하였다고 한다. 이 난디상은 통돌조각이며, 천정은 원형 피라밋드식의 적석이며 12개의 기둥이 받치고 있다. 이 황소의 모습은 매우 충직스럽고 주인 시바를 기다리는 간절함이 잘 표현되어 있다. 오래되지 않은 사진을 살펴보면 그 다리 꿇은 모습이 매우 역동적으로 표현된 걸작이었는데 웬 이유에서인지 그 부분이 최근 잘려나가고 없다. 인도의 유적들은 방치된 속에서 계속 파괴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비슈바나트의 여신상들은 특별히 매혹적이다.
▲ 비슈누에게 바쳐진 락슈마나(Lakshmana)사원을 바라보고 있는 이 멧돼지상은 바로 비슈누의 화신, 바라하(Varaha)이다. 비슈누가 멧돼지로 변신하여 악마에게 저 어두운 심해 속으로 끌려 들어간 땅을 다시 물 위로 끌어 올렸다는 ‘땅의 구원’의 신화와 관련되어 있다. 674개의 정세한 신과 여신상으로 휘덮여 있으며 그 다리 사이로 뱀이 꿈틀거리고 있다. 전체가 하나의 통돌조각인데, 그 저돌적 자세의 정교한 표현은 추종을 불허하는 걸작이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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