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록 1.3. 팔리어삼장에 대해
소승의 상좌부계열에서 성립한 결집장경으로 삼장(三藏)을 갖춘 유일한 경전이 소위 ‘팔리어삼장’인 것이다. 보통 우리가 대장경을 영어로 ‘트라이피타카’(Tripitaka)라고 하는데 이것은 세 개의 바구니라는 팔리어에서 유래된 것이다. 세 개의 바구니란 무엇인가? 그것은 율(律)과 경(經)과 논(論)을 말하는 것이다. 율이란 승가를 유지하면서 생겨나는 여러 규칙이나 계율에 관한 부처님의 말씀이다. 경이란 부처님께서 깨달으신 진리를 설파한 내용들을 담아놓은 것이다. 논이란 부파불교시대로 들어가면서 이 부처님의 말씀에 대하여 후대의 제자들이 논구한 주석이나 독립논설이다. 물론 논은 경이나 율에 비해 그 권위가 떨어질 것이지만, 팔리경전의 특징은 삼장의 체제를 정확하게 유지했다는 것과 후대에 성립한 대승경전이 일체 삽입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완벽하게 소승부파불교시대의 언어만을 담아놓은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볼 수 있는 체제로서 문자화된 그 원형의 성립은 BC 29년경 스리랑카의 밧타가마니 아바야왕의 통치시기로 추정하는데, 물론 그 삼장의 내용 자체는 매우 초기로부터 축적적으로 성립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우리가 보통 불교의 성전하면, 한역대장경을 생각하기 쉬우나, 그것은 후대의 잡설이 심하게 찬효된 것이며, 사실 진짜 초기불교의 성경(the Bible)은 ‘팔리어삼장’밖에는 없다.
팔리어삼장(Tripitaka) | ||
율(律) | 경(經) | 논(論) |
승가를 유지하면서 생겨나는 여러 규칙이나 계율에 관한 부처님의 말씀 | 부처님께서 깨달으신 진리를 설파한 내용들을 담아놓은 것 | 부파불교시대로 들어가면서 이 부처님의 말씀에 대하여 후대의 제자들이 논구한 주석이나 독립논설 |
중국이나 조선에서 인도로 경전을 구하러 간 수행승(入竺僧)들을 ‘삼장법사’(三藏法師, 현장玄奘과 같은 사람들)라고 부르는 것도, 이들이 구하고자 한 것이 바로 ‘팔리어삼장’이기 때문인 것이다. 이 팔리어삼장이 오늘날까지 완벽하게 보존되어 우리가 그 원전형태를 볼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기적과도 같은 사실이다.
팔리어삼장중 핵심부분인 경장(經藏)은 다섯 부(部)로 되어 있는데, 이 ‘모음집’이라는 뜻을 지니는 부를 팔리어로는 니까야(nikāya)라고 부른다. 이 니까야는 장부(長部, Dighanikāya), 중부(中部, Majjhimanikāya), 상응부(相應部, Saṁyuttanikāya), 증지부(增支部, Aṅguttaranikāya), 소부(小部, Khuddakanikāya)의 다섯 니까야로 되어있는데, 바로 이 다섯 니까야에 해당되는 대장경 부분이 산스크리트에서 한역으로 전승된 소위 아함이라고 하는 것이다.
아함을 보통 중국에서 아함경이라고 불렀기 때문에 우리는 아함경이 한 권의 책이름인 것처럼 알고 있지만, 아함이란 본시 아가마(āgama)의 음사일 뿐이며, 그것은 ‘우리에게 전해져 내려온 것’ 혹은 ‘그러한 가르침의 모음’이란 뜻이다. 즉 아함이란 말은 전승(傳承)의 뜻으로, 고타마 싯달타의 직설(直說)로 여겨지는 경전이라는 뜻이다.
사실 순수한 초기불교의 경장은 대장경에서 『長阿含』 『中阿含』 『雜阿含』 『增一阿含』 四部四阿含밖에 없다. 이 네 아함이 팔리어 경전의 다섯 니까야에 상응되는 것이다. 그러나 현존하는 다섯 니까야는 남방상좌부에서 성립한 것이며, 한 부파의 경장(經藏) 전승이 고스란히 보존된 것으로는 유일한 것이다. 산스크리트원전은 사라지고 한역된 것만 남은 4부4아함은 남방상좌부 외의 법장부(法藏部, 『장아함』), 유부(有部) 계열(『중아함』, 『잡아함』), 대중부(大衆部) 계열(『증일아함』)에서 성립한 것으로 분명히 그 전승의 루트가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이 양자를 대조해보면 동일한 모태적 자료의 공통성을 지니고 있다. 동아시아문명권에서는 아함을 하찮은 소승경전이라 하여 대승불교의 입장에서 폄하했을 뿐 아니라, 중요시하지 않았다. 그러나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에 걸쳐서 팔리어삼장이 『남전대장경』으로서 소개되면서 비로소 아함의 진가가 드러났을 뿐 아니라 이 4부4아함과 5니까야의 양전(兩傳)을 대조연구함으로써 원시불교의 진의를 파악하는 데 혁명적인 전기를 마련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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