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나를 알아주는 건 하늘뿐이구나
14-37.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나를 알아주는 이가 없구나!” 14-37. 子曰: “莫我知也夫!” 이에 자공(子貢)이 여쭈었다: “어찌하여 선생님을 알아주는 이가 없는 것입니까?” 子貢曰: “何爲其莫知子也?”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나는 하늘을 원망하지 않노라. 나는 사람을 탓하지 아니 하노라. 나는 비천한 데서 배워, 지고의 경지까지 이르렀노라. 이 나를 아는 이는 저 하느님이실 것이로다.” 子曰: “不怨天, 不尤人. 下學而上達. 知我者其天乎!” |
「공자세가(孔子世家)」는 이 탄식을 ‘획린(獲麟)’의 불길한 사건 직후로 배열하고 있으나(애공 14년), 나는 아무래도 자로가 죽은 이후의 공허감과 자신의 머지않은 죽음을 예견하는 달관된 심정을 토로하고 있다고 본다. 자로도 드디어 세상을 떴다. 돌아보니, 아~ 이 세상에 나를 알아주는 이가 없구나! 이에 대한 자공의 질문은, ‘왜 알아주는 이가 없다고 말씀하시나이까? 누구든지 선생님을 다 알고 있습니다. 그게 말이 됩니까?’라는 식의 반박을 내포한 어투는 아니다. 그냥 단순히 되쳐 묻는 것이다.
이에 공자는 솔직한 자신의 심정을 토로한다. 내가 이토록 불우한 것은 천의(天意)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내가 하늘을 원망할쏘냐? 내가 이토록 불우한 것은 인간들 탓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내가 인간을 탓할쏘냐? 내 인생을 돌아보자! 나는 ‘하학이상달(下學而上達)’하였노라! 형이하학적 세계를 거쳐 형이상학적인 지고의 경지를 개척하였다고 하는 자부감을 표명한다. 여기 ‘하학(下學)’은 자신의 비천했던 과거를 되씹는 언사일 수도 있고, 비근한 일상성 속에서 진리를 찾아가는 비범한 정도일 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하(下)와 상(上)이 하나로 관통되었다는 사실이다.
인간의 세계와 하늘의 세계, 어 세계와 빛의 세계, 비근한 세계와 고원한 세계, 과학과 철학, 노래(詩)와 천리(天理), 현상과 본체의 모든 이원적 사유가 하나로 관통되었다는 사실이다. ‘하학이상달(下學而上達)’이야말로, 소인은 하달(下達)하고 군자는 상달(上達)한다는 이원적 분별을 관통시키는 공자의 삶의 과정이다. ‘하학상달’은 영원한 과정(Process)일 수밖에 없다. 그것은 파르메니데스 이래로 서구인의 가슴에 자리잡은 존재론적 실재(Reality)일 수가 없다. 이렇게 ‘하학상달’하는 나의 역동적 삶의 과정을 알아주는 이는 오로지 하느님일 것이다. 죽기 전에 이 지고한 경지를 개척했다고 하는 자부감을 공감할 수 있는 자는 오직 하느님일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천(天)’을 동학(東學)의 『용담유사(龍潭諭詞)』에서는 ‘하늘님’이라고 표현했다. ‘한울’이라는 표현은 야뢰(夜雷) 이돈화(李敦化, 1884~?)의 그릇된 인식에서 비롯된 왜곡이다. ‘하늘’ ‘하느님’ ‘하늘님’은 공자에게 있어서는 다 같은 단어일 뿐이요, 조선의 민중에게서도, 최수운에게서도 동일한 의미체일 뿐이다.
인간세에 자기 삶의 지고한 경지에 대한 평가를 묻는다는 것은 참으로 구질구질한 범인의 소치이다. 인간은 그저 침묵할 뿐이다. 그 침묵, 그 침묵을 공자는 ‘하느님’이라고 표현했을 것이다.
여기 연속된 세 장에서(34ㆍ36ㆍ37) 공자 생애를 규정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세 개념이 집중하여 나오고 있다는 것도 주목할 만한 사실이다. 그것은 ‘질고(疾固)’(34)와 ‘직(直)’(36)과 ‘하학이상달(下學而上達)’(37)이다. 이 세 가지만 가슴에 품고 살아도 누구든지 유학의 본령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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