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고집불통을 증오한 공자
14-34. 미생무(微生畝)라는 은자가 지나가는 공자를 평하여 말하였다: “구(丘)는 어찌 저리 거드름을 피우며 여기저기 다니는고? 말재주나 굴리는 놈이 아닌가?” 14-34. 微生畝謂孔子曰: “丘何爲是栖栖者與? 無乃爲佞乎?” 이에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감히 말하건대 나는 말재주를 굴리는 사람이 아니외다. 나는 고집불통의 완고함을 증오하는 사람이외다.” 孔子曰: “非敢爲佞也, 疾固也.” |
미생무가 누구인지는 모른다. 주희가 말하기를, “미생무가 공자의 이름 을 부르면서 하는 말이 매우 거만하니, 아마도 연치(年齒)와 덕(德)이 있으면서 은둔하는 자인 듯하다.’
나는 ‘서서(栖栖)’를 거만하게 걷는 모습으로 푼다. 의태어이다.
공자의 대답은 매우 리얼하다. 공자의 일생을 나타내기에 매우 적합한 표현이다. 공자는 ‘녕(佞)’을 가장 싫어했다. 교언영색(巧言令色)의 축약적 표현이다. 은자의 평가를 빌어 반박함으로써, 자신의 ‘녕(佞)’에 신념을 재표방한다. 그러나 단순히 말재주를 거부하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깊이 있게 천착해 들어간다. 그가 진정으로 싫어하고 거부하고 증오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 핵심에 바로 ‘고(固)’라는 단어가 있다. 이 ‘고(固)’야말로 공자가 가장 증오하는 것이다.
‘고(固)’란 무엇인가? 이 ‘고(固)’는 바로 ‘관념적 고착성’을 말하는 것이다. 플라톤의 ‘이데아’가 ‘고(固)’의 대표적인 사례에 속하는 것이고, 많은 종교인의 신념이 ‘고(固)’에 속하는 것이다. ‘변통(變通)’이 없는 ‘고(固)’, 한번 관념을 형성시키면 일체 타와의 교섭을 거부하는 ‘고(固)’, 그 ‘고(固)’가 공자는 가장 미운[疾] 것이다. 째즈아티스트로서 악보대로만 치려고 하는 인간들의 답답함은 견디기 어려운 것이다. 고착된 진리는 우주 한 터럭 어느 곳에도 없다. 여기서 우리는 ‘서자여사부(逝者如斯夫)’(9-16)를 외친 공자의 우주론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다.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가장 증오하는 것을 말하라면 나 도올도 역시 ‘질고(疾固)’를 외칠 것이다. 완전은 불완전보다 저차원의 개념이다.
‘위공자왈(謂孔子曰)’의 ‘위(謂)’의 용법은 3-1, 5-1A, 5-1B, 5-2에 있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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