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광장(匡章)은 불효자가 아니다
4b-30. 이것 역시 맹자께서 제나라에 머물고 있을 때 일어난 대화 이다. 그의 중후한 제자인 공도자(公都子)【2b-5, 3b-9에 기출, 공도(公都)가 복성. 제나라 사람인 듯하다】가 맹자께 여쭈었다: “광장(匡章)【제나라의 유명한 장수인데 강직한 인물이다. 제선왕의 아버지 제위왕 시절부터 활약한 인물. 맹자와 나이가 비슷했던 것 같다. 그리고 맹자와 막역한 친구지간이었던 것 같다. 광(匡)이 성, 명이 장(章)이다】은 나라안의 모든 사람이 그를 불효자라고 부릅니다【‘통국(通國)’은 ‘나라 전체를 통틀어서’라는 뜻인데 이때 ‘국(國)’은 보통 수도의 성 안을 가리킨다. 임치성 안에서 불효자로서 소문이 자자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선생님께서는 그 불효한 광장과 그토록 가깝게 교류하시고, 또 예의를 갖추어 그에게 존경심을 표하시니, 감히 여쭙건대 도대체 무슨 까닭이오니이까?” 4b-30. 公都子曰: “匡章, 通國皆稱不孝焉. 夫子與之遊, 又從而禮貌之, 敢問何也?” 이에 맹자께서 답하여 말씀하시었다: “이 세상의 풍속[世俗]상으로 소위 불효(不孝)라고 규정하는 것이 다섯 가지가 있다. 자기 사지(四肢)의 편안함만을 추구하여 부모의 봉양을 돌보지 않는 것이 첫째 불효이다. 박혁(博弈)【박(博)은 주사위놀음이고 혁(弈)은 바둑이다. 『논어(論語)』 17-22에도 나오는 것을 보면 당시 가장 흔한 놀음이었던 것 같다】으로 시간을 허비하고 음주에만 빠져 부모의 봉양을 돌보지 않는 것이 둘째 불효이다. 돈 버는 데만 미쳐 돌아가고 자기 부인과 자식만을 아끼면서 부모의 봉양은돌보지 않는 것이 셋째 불효이다. 방종하게 이목의 감각적 쾌락만을 추구하면서 부모님께 불명예를 안겨드리는 것이【여기 ‘륙(戮)’은 살육이 아니라 치욕을 앵긴다는 뜻이다】 넷째 불효이다. 부질없는 혈기의 용맹을 좋아하며 맨 쌈박질만 해대면서 부모님을 위태롭게 해드리는 것은 다섯째 불효이다. 孟子曰: “世俗所謂不孝者五: 惰其四支, 不顧父母之養, 一不孝也; 博弈好飮酒, 不顧父母之養, 二不孝也; 好貨財, 私妻子, 不顧父母之養, 三不孝也; 從耳目之欲, 以爲父母戮, 四不孝也; 好勇鬪很, 以危父母, 五不孝也. 자아~ 한번 생각해보라! 장자(章子)【이름에다가 ‘자’를 붙여 높였는데 친구를 부르는 방식으로서는 매우 정중한 방식이다】가 도대체 이 중 하나의 불효라도 범했단 말인가? 장자는 그런 인물이 아니다! 章子有一於是乎? 대저 장자는 아들된 자로서 아버지와 책선(責善)【선한 행위를 하도록 권면한다는 뜻인데, 부자지간에 도덕적인 행위에 관한 의견이 엇갈려 서로에게 압력을 가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이 단어는 4a-18에서 매우 정중하게 쓰였다】을 하다가 아버지와 아들의 의견이 안 맞아 사이가 벌어지게 된 것이다【沃案: 이 사태의 배경에는 매우 슬픈 사연이 있다. 『전국책(戰國策)』 제책(齊策)1 13에 보면, 광장의 아버지가 광장의 어머니가 잘못했다고 그녀를 참살하여 집안의 마구간 밑에다가 매장한 사건이 기록되어 있다. 역사기록들은 이 사건을 여인의 잘못인 양 쿨하게 기록하고 있지만 광장은 분명 아버지가 잘못한 일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그리고 맹자는 광장의 슬픔을 내면적으로 동감하고 있었던 것 같다. 이런 사연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면 이 파편을 전혀 이해할 수 없다】. 책선(責善)이란 붕우지간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도리이며 부자지간에 있어서는 아니 되는 것이다. 그러나 광장은 아버지와 책선을 해야만 했으니 이것은 부자의 은애(恩愛)의 정을 크게 해치는 것이다. 夫章子, 子父責善而不相遇也. 責善, 朋友之道也; 父子責善, 賊恩之大者. 대저 어찌 장자라 해서 부인과 자식과 한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아버지를 잘 모시고 싶지 않았었겠느냐마는, 이왕 아버지에게 득죄할 수 밖에 없었고 따라서 아버지를 곁에서 효양(孝養)할 수 없게 되자, 그는 눈물을 머금고 부인을 내쫓았고, 자식을 멀리 보내버렸다. 종신토록 불효의 몸으로써 처자식의 봉양을 받기를 거부했던 것이다. 그 결심이 이와 같지 않았다면 자신의 죄는 더욱 커질 뿐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나의 친구 장자(章子)의 사람됨일 뿐이다. 무엇을 탓하리오!’ 夫章子, 不欲有夫妻子母之屬哉. 爲得罪於父, 不得近. 出妻屛子, 終身不養焉. 其設心以爲不若是, 是則罪之大者, 是則章子已矣. |
참으로 애절한 사연이 담긴 프라그먼트인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감정의 흐름을 놓친 채 이 파편을 피상적으로 읽고 있다. 맹자의 상식적 판단력, 그리고 인간의 고뇌를 세론의 피상적 틀 속에서 파악하지 않는 그의 정감적 깊이가 유감없이 노출된 위대한 파편이라 할 것이다. 한 인간에 대한 평가는 세간의 평가나 선악의 피상적 기준에 의하여 이루어지면 안 된다. 맹자는 도덕론자이면서도 사회적으로 비도덕적이라고 규정하고 있는 인간을 깊이 있게 옹호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유자들이나 주희가 모두 『전국책(戰國策)』을 읽지 않고 관념적으로만 이 장을 읽고 도덕적 멘트를 날리고 있는 것은 매우 천박한 경전해석일 뿐이다.
제책의 기사에 의하면 진(秦)나라가 한(韓)ㆍ위(魏) 두 나라의 길을 빌어 제나라를 공격하는데 제 위왕(威王)은 광장(匡章)을 장군으로 삼아 대전케 하였다. 그런데 광장은 기묘한 연막전술을 썼다. 후방에서 야전텐트를 치고 앉아있는 위왕에게 광장이 오히려 진나라 편이 되어 진나라에 투항했다는 보고가 서너 번이나 들어온다. 그러나 위왕은 그런 보고를 듣지 않고 광장을 믿는다. 광장은 드디어 진나라 군대를 대패시키고 대승을 거둔다. 어떻게 광장이 배반치 않으리라는 것을 알았냐고 묻는 질문에 위왕이 광장의 이야기를 한다. 광장의 어머니계가 아버지에게 득죄하여 참살당해 마구간 마루판자 밑에 매장되었는데, 위왕이 전승하면 어머니를 이장하여 좋은 무덤을 만들어주겠다고 하니깐 광장이 이미 아버지도 돌아가셨고, 아버지께서도 당부함이 없으셨는데 지금 아버지의 허락도 없이 묘를 이장하면 아버지를 속이는 꼴이니 어찌 이장할 수 있겠냐고 눈물을 흘리며 고백하였다는 것이다. 그러니 무릇 사람의 아들로 태어나 그 돌아가신 아버지도 속이지 않는 자가 어찌 신하된 자로서 살아있는 임금을 속이겠는가[夫爲人子而不欺死父,豈爲人臣欺生君哉]!라고 위왕이 설명한다.
이로써 보면, 광장은 매우 강직하고 의리가 있는 사람이며 도덕적 심성이 확고한 사람이다. 그런데 사회적으로 ‘불효자’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그러나 그 원초적 잘못은 광장의 아버지에게 있었던 것이다. 광장의 이러한 인간적 고뇌를 이해하면서 맹자는 광장에게 경의를 표하였던 것이다. 인간에 대한 너무도 따사로운 정감을 가진 휴매니스트로서의 맹자가 느껴지는 장이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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