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성인도 또한 사람일 뿐
4b-32. 제나라의 재상인 저자(儲子)【『전국책(戰國策)』 연책(燕策)1 9에는 연나라의 재상 자지(子之)가 연왕 쾌(噲)의 지위를 찬탈하여 남면한지 3년만에 나라가 어지럽게 되자 장군 시피(市被)와 태자 평(平)이 모반하려 할 때 바로 제선왕(齊宣王)에게 연나라를 칠 것을 권유한 제나라의 재상의 이름이 저자(儲子)로서 기록되어 있다. 여기의 저자는 분명히 그 저자임이 분명하고 다음의 ‘왕’ 또한 제선왕이다. 그렇다면 이 대화는 맹자 59세 전후에 제나라에서 있었던 것이다】가 맹자에게 물어 말하였다: “제선왕께옵서 사람을 보내어 선생님의 일상생활을 규탐케 하였다고 들었는데【여기 ‘간(瞷)’은 엿보게 한다는 뜻인데 정탐한 것은 아닌 것 같고, 제선왕이 맹자를 흠모하여 그 일상생활을 보고케 한 것 같다】, 선생님께옵서는 정말 보통사람과 다른 그 무엇이 있사옵나이까?” 4b-32. 儲子曰: “王使人瞯夫子, 果有以異於人乎?”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나라고 보통사람들과 뭐가 다를 게 있겠소? 옛 성인이신 요임금이나 순임금도 보통사람과 하나도 다를 게 없는 그냥 사람이라오.” 孟子曰: “何以異於人哉? 堯舜與人同耳.” |
인간의 형상을 한 자라면 누구든지 성인(聖人)이 될 수 있다고 하는 맹자의 신념은 인간평등관의 확인 동시에 그의 성선론의 기반이다. 맹자가 요순을 극구 찬양하지만 그 배경에는 인간이라면 누구든지 요순이 될 수 있다고 하는 인간에 대한 격려가 깔려있다. 요순을 정치적 권력의 정점으로 본다면 결코 그런 말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맹자는 요순을 인간의 덕성의 정점으로 본다. 그래서 요순 또한 나와 동류의 인간일 뿐이다【6a-7: 聖人, 與我同類者】. 맹자는 개인의 자유와 결단을 중시하며 외재적 규범보다는 내면의 비상을 사랑하는 것이다.
성인과 인간의 평등은 개체적 인간의 가능성을 극대화시키며 규범적인 제약 속에 인간을 묶어두지 않는다. 결국 인간은 신적 경지에 도달할 수 있게 된다. 기독교사상의 궁극적인 문제점은 예수를 인간에게서 외재화 시키고 하나님을 인간으로부터 개화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맹자는 인간이 얼마든지 예수가 될 수 있다고 믿으며, 또 더 나아가서는 예수를 중개로 하여 인간이 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신을 인간으로부터 객화시키는 모든 사상은 ‘사이비(似而非)’일 뿐이다.
결국 이러한 맹자의 인간평등관은 공자의 ‘시구야(是丘也)’(『논어(論語)』 7-23)와도 같은 담박한 자기독백이 발전한 것이라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동방 문명의 출발은 인간긍정에 있고 인도유러피안계열의 서방문명(인도까지를 포함)의 출발은 인간부정에 있다고 말해도 대차가 없을 것이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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