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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선비의 이유
7a-32. 맹자의 제자 공손추가 자기 선생을 골탕먹이려는 듯이 살짝 꼬아 질문하였다: “시(詩)에 다음과 같은 노래가사가 있습죠: ‘일 나가는 청년들아! 저 군자들조차도 거저 밥을 먹지는 않는단다!’【이 노래는 위풍(魏風) 「벌단(伐檀)」에 나온다. 세 스탄자로 구성되어 있는데 매번 마지막 구절을 장식하고 있다. 이 노래는 황하를 건너가 사냥을 해오는 동네청년들을 격려하는, 어느 강가 동네사람들의 민요이다. 그러니까 마지막에 저 무위도식하는 듯이 보이는 지배계급의 선비들도 결코 공짜밥을 먹지는 않으니, 부지런히 수렴하여 먹을 것을 가지고 돌아오라는 뜻으로 쓰인 노래가사이다. 이 민요는 영상적인 수법을 동원한 매우 아름다운 노래이다. 그리고 공손추가 인용한 의미맥락은 매우 정확하다】. 그런데 요즈음의 군자는 밭을 갈지도 않으면서 공짜로 녹만 받아먹고 있으니,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노릇입니까?”【沃案: 여기 공손추는 암암리 ‘군자(君子)’를 맹자에 빗대어 질문한 것이다. 이 대화는 제나라를 배경으로 한 것이다】 7a-32. 公孫丑曰: “『詩』曰, ‘不素餐兮.’君子之不耕而食, 何也?” 이에 맹자께서 태연하게 말씀하시었다: “군자가 한 나라에 와서 살 게 되었을 때 임금이 그를 알아보고 제대로 쓰기만 하면, 그 나라는 편안해지고, 풍요롭게 되며, 존귀하게 되며, 번영의 길을 걷는다. 그 나라의 청소년들은 그 군자 슬하에서 배움의 기회를 얻게 되니 효제충신(孝悌忠信)의 덕성을 함양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그 나라의 미래가 보장되는 것이다. 그러니 네가 인용한 ‘공짜밥을 먹지 않는다’는 노래 가사의 의도로 말하자면, 이것보다 더 위대한 노동의 효용이 도대체 어디에 있겠느냐?” 孟子曰: “君子居是國也, 其君用之, 則安富尊榮; 其子弟從之, 則孝弟忠信. 不素餐兮, 孰大於是?” |
사제지간에 너무도 신랄하고 재미있고 정직한 대화가 전개되고 있는 모습이 오늘 우리에게도 생동감을 전해준다. 공손추가 맹자를 맞대놓고 찔러 말한 것이라는 데는 주석가들의 이견이 없다. 그리고 이와 비슷한 주제가 이미 3a-4, 3b-4에서 신랄하게 토론되었다.
선비의 가치는 물리적인 보수로 계산될 수 없는, 어마어마한 국익의 결과를 가져온다는 신념은 맹자의 모든 행태(行態)의 저변에 확고하게 깔려있는 것이다. 그것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한 국가가 안부존영(安富尊榮)【안과 존을 군주에게 부와 영을 국민에게 배당하는 해석도 있다. 군주가 편안해지고 국가가 부강해지며, 군주가 존귀해지고 국가가 번영의 길을 걷는다】의 길을 걸을 수 있는 유일한 방편이며, 그 나라의 미래를 이끌어갈 수 있는 청년들이 교육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맹자사상의 핵심은 항상 ‘교육’에 있다. ‘교육’이라는 것은 미래투자이다. 그런데 그것은 모범을 보이는 스승이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가장 지난한 과제도 맹자가 말하는 안부존영과 효제충신의 기준을 제시하는 군자가 부재하다는 데에 있다. 그래서 잘 살아도 젊은이들이 방황을 계속하고, ‘멘붕’되어 자살하고 하는 난맥상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선비[君子]의 역할 | |
경제ㆍ군사 | 교육ㆍ도덕 |
안부존영(安富尊榮) | 효제충신(孝悌忠信) |
한 국가의 현재 | 한 국가의 미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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