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선비의 역할
7a-33. 제나라의 왕자, 점(墊)【조기 주에 의거하여 제나라의 왕자라는 것만 안다. 점(墊)은 명(名)이다】이 물어 말하였다: “사(士)【특정한 신분성이나 직책의 규정성이 없는 통칭으로 보아야 한다】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이오니이까?”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지(志)를 고상하게 지녀야 합니다.” 王子墊問曰: “士何事?” 孟子曰: “尙志.” 왕자가 물었다: “어떻게 해야 지(志)가 고상하게 되오리이까?” 曰: “何謂尙志?”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인의(仁義)를 실천하는 것뿐이다. 한 사람 의 죄없는 사람이라도 죽이게 되면 인(仁)이 아닙니다.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자기의 소유가 아닌 것을 취하는 것은 의(義)가 아닙니다. 자신에게 반문해보세요. 내가 산다는 것은 도대체 어디에서 사는 것일까? 인(仁) 밖에는 살 곳이 없습니다. 내가 걸어가야 할 길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 의(義) 밖에는 걸어갈 길이 없습니다. 항상 인(仁)에 거(居)하고, 의에 말미암아 삶의 모든 일을 행하게 되면 덕의 향기 드높은 대인의 일은 다 갖추어지는 것이지요.” 曰: “仁義而已矣. 殺一無罪, 非仁也; 非其有而取之, 非義也. 居惡在? 仁是也; 路惡在? 義是也. 居仁由義, 大人之事備矣.” |
앞 장과의 연계선상에서 보면, 선비는 거저 먹어서는 아니 된다, 무엇인가 반드시 밥먹는 것에 해당되는 가치있는 것을 해야 한다는 관념을 전제로 하고, 선비의 역할을 계속 질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3b-4에도 팽갱(彭更)의 주장으로서 ‘사무사이식(士無事而食), 불가야(不可也)’라는 말이 있었다. 그러나 맹자는 이런 질문에 어떤 구체적인 업적과 관계되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상지(尙志)를 말하고 인의(仁義)를 말할 뿐이다. 여기 ‘상지(尙志)’의 ‘상(尙)’의 의미 속에는 ‘상우(尙友)’(5b-8)의 ‘상(尙)’의 의미도 들어가 있다.
그리고 인(仁)을 안택(安宅)으로 보고 의(義)를 정로(正路)로서 보는 관점은 2a-7, 4a-10, 5b-7, 6a-11에서 계속 강조되어왔다.
그리고 ‘살일무죄비인야(殺一無罪非仁也)’는 이미 2a-2에 ‘하나의 불의라도 행하여, 하나의 무고한 인민의 생명이라도 죽여 설사 천하를 얻을 수 있다 해도 그런 짓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라는 말로서 나왔다. 무고한 사람을 죽여서는 아니 된다는 생각은 중국고전의 도처에서 발견된다(『서경』 「대우모」, 『좌전』 양공(襄公) 26년, 『묵자(墨子)』 「법의(法儀)」 「명귀하(明鬼下)」 「상동중(尙同中)」에 보인다).
우리나라의 율곡 이이가 젊은 시절 인생에 회의를 품고 중이 되려고 금강산에 들어갔다가 20세 때 다시 세상을 나오게 되는데 그때 자신을 경계하기 위하여 지은 「자경문(自警文)」 속에 이런 말이 있다: 항상 ‘하나의 불의라도 행하거나 한 사람의 무고한 생명을 죽이기만 하면 천하를 얻을 수 있다는 유혹이 있어도 그런 짓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는 말씀의 뜻을 가슴속에 깊게 새겨놓고 살아야 할 것이다[常以行一不義, 殺一不辜, 得天下不爲底意思, 存諸胸中].
율곡은 진실로 이 말씀을 평생 가슴에 새기고 산 인물이었다. 치세(治世)의 모든 과정에서 연약하고 소외된 사람들에게 최대의 배려를 아끼지 아니 한 인물이었다. 단지 그의 불행은 선조가 그의 천품의 위대함을 질투하여 그 제세방략(濟世方略)의 대의를 조금도 수용하지 않았다는 데 있었다. 선조는 양혜왕(梁惠王)의 아들 양양왕(梁襄王)의 수준에도 못 미치는 인물이었다. 맹자의 표현대로 ‘같지 않은[不似]’ 인물이었다. 이것은 타협이 있을 수 없는 나 도올의 평어(評語)이다. 선조는 같지 않은 인물이었다!
이 장에서 나온 ‘대인(大人)’이라는 의미를 앞의 19장의 ‘대인’이라는 의미와 관련하여 좀 특별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그가 말년의 담론에 있어서는 ‘대인’의 개념에 매우 완성된 포괄적인 의미부여를 했다고도 볼 수 있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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