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한글역주, 진심장구 상 - 31. 이윤이 태갑을 추방하다

 31. 이윤이 태갑을 추방하다

 

 

7a-31. 공손추가 말했다: “이윤(伊尹)【은나라를 세운 탕왕(湯王), 그리고 태갑(太甲)을 모신 명신. 2a-2, 2b-2, 5a-6, 5a-7에 기출】이 이와 같이 말한 적이 있지요: ‘나는 우리의 군주가 하는 행동이 의리에 따르지 아니 하는 것을 차마 그대로 편하게 볼 수가 없다.’【이것은 『서경』 「태갑(太甲)」 상에 있다】 그리고는 이윤이 군주 태갑(太甲)을 동(桐) 땅으로 추방시키니, 인민들은 이윤의 고충을 이해하고 이러한 조치를 크게 기뻐하였습니다. 그 후 태갑이 잘못을 뉘우치고 현명하게 되니 이윤은 다시 그를 수도로 환궁시켜 복위시켰습니다. 그러자 인민들은 이윤의 조치를 크게 기뻐하였습니다. 이윤은 현자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군주의 신하 되는 사람입니다. 신하로서 그 군주가 현명하지 못하다고 해서 그렇게 군주를 추방해도 되는 겁니까?” 7a-31. 公孫丑曰: “伊尹曰: ‘予不狎于不順. 放太甲于桐, 民大悅. 太甲賢. 又反之, 民大悅. 賢者之爲人臣也, 其君不賢, 則固可放與?”   맹자께서 이에 다음과 같이 대답하시었다. “이윤과 같이 한 점의 사심(私心)도 없이 천하를 위하는 공평무사한 뜻만을 가지고 있다면 부득이한 경우 가(可)하지마는, 이윤과 같은 공평무사한 뜻이 없을 때에는 그것은 찬탈일 뿐이다.” 孟子曰: “有伊尹之志, 則可; 無伊尹之志, 則簒也.”

 

본 장의 대의는 이미 5a-6에 논술되었다. 그러니까 「진심」편은 「만장」편에서 논의되었던 역사담론도 편집의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그 러나 보다 현실적으로 절실한 문제의식 속에서 역사담론을 가다듬었다.

 

본장의 내용을 세조가 보다 깊게 이해했더라면 조선의 역사가 달라졌 을 것이다. 세조는 한 인간으로서는 유능한 인간이었고, 조선왕조 왕권 의 적통을 염려하는 그의 입장도 이해는 간다. 당시 조선왕조는 개창(開創)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그의 입장에서는 김종서(金宗瑞)로 상징되는 신권(臣權)이 너무 강화되어 그것을 견제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던 것이다. 그리고 찬탈 후의 그의 통치행적도 범상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는 조선왕조로부터 가장 중요한 도덕성의 기반을 송두리째 뺏어갔으며, 당대의 지식인들에게 근원적인 자괴감을 심어주었으며, 수구 공신세력과 건강한 사림(士林) 간의 이원적 분열을 조선왕조의 구조적인 대립구도로 만들어놓았다. 뿐만 아니라 비서실 중심의 철저한 측근정치를 펼침으로써 조선왕조 정체의 성격을 폐쇄적인 것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유능한 인재들의 숙청으로 화약무기의 개발이 중단되었고, 조선왕조의 군대를 궁정호위용의 사병 형태로 집중화시킴으로써 국토방위의 전면적 시스템이 붕괴되도록 만들었다. 직업군인 출신의 우수한 지휘관들을 궁중을 지키는 친위대의 기능에 예속시킴으로써 국토방위의 농민병들을 지휘하는 유능한 중간지휘관들이 사라지게 되었다. 궁중경비 이외로는 실제로 군대가 유명무실하게 되고 말았으니, 그 폐해는 우리가 나중에 임란 때 목도하게 된다.

 

그 부도덕성이 초래한 독선과 작당과 부패의 뿌리는 실로 21세기 대한민국의 수구세력의 핵 속에까지 리얼하게 연속되고 있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수구의 본질은 민족의 대의를 망각한 파렴치한 세조류의 탐리생존전략(貪利生存戰略)일 뿐이다. 세조는 어떠한 불의라도 밀어부쳐 대세가 되면 승리한다는 떳떳치 못한 관례를 우리 역사에 심어놓았다. 세조가 그의 기량과 역량으로 단종을 보호해가면서 이윤이나 주공(周公)과 같은 자세로써 왕도의 이상을 펼쳤더라면 분명 21세기 대한민국의 운명도 달라졌을 것이다. 나 도올은 지금 유응부(兪應孚)의 한(恨)을 되씹노라!

 

 

 

 

인용

목차 / 맹자

전문 / 본문

중용 강의

논어한글역주

효경한글역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