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산길과 같은 사람의 마음
7b-21. 맹자께서 방황하는 그의 제자 고자(高子)를 타일러 말씀하시었다: “산봉우리의 작은 길도 당분간 사람들이 열심히 그 길로 다니면 탄탄한 좋은 길이 만들어진다【沃案: ‘경(徑)’은 봉우리. ‘간(間)’을 주희는 위로 붙여 읽었으나 의미가 명료하지 않다. 밑에 나오는 ‘간(間)’과 짝지어 ‘당분간’의 의미로 읽는다. ‘간개연(間介然)’하나의 관용구로 보는 해석도 있으나 근거가 박약하다】. 7b-21. 孟子謂高子曰: “山徑之蹊閒, 介然用之而成路. 그런데 그 길로 당분간 사람들이 다니지만 않아도 금새 억새 같은 잡초로 길이 막혀 버리고 만다. 학문이란 이와 같이 끊임없이 쉬지 않고 정진해야 하는 것인데 지금 너의 마음은 억새로 덮여 길이 보이질 않는구나!” 爲閒不用, 則茅塞之矣. 今茅塞子之心矣.” |
고자(高子)는 조기의 주에 의하면 이 사람은 제나라의 사람으로 맹자의 문하에서 배웠다고 한다. 맹자가 말하는 도를 열심히 배우려는 향심(向心)이 있었으나 결국 깨닫지 못하고 맹자를 떠나 타술(他術)을 배웠다고 한다. 이 고자(高子)는 2b-12, 맹자가 제나라를 떠나는 장면에서 윤사(尹士)의 말을 전하는 사람으로 나오고 있다. 그러니까 제나라에서 맹자 문하에 입문하였다가 맹자와 같이 제나라를 떠나 같이 유람하였고 끝내 맹자 곁을 떠난 인물로 보인다.
그러나 6b-3에 나오는 고자(高子)는 『시경』의 대가로서 맹자보다 나이가 더 많은 석학이다. 두 인물이 혼동되면 안 된다
맹자야말로 비유의 달인이라는 사실에는 누구도 토를 달 수가 없다. 제나라에서부터 데리고 있던 제자가 방황하는 모습을 보고 타이르는 선생의 마음이 절절하게 표현되어 있다.
혹자는 6a-8의 ‘우산지목(牛山之木)’의 비유와 비교하여 맹자 ‘성선론(性善論)’과 배치되는 발언이라고 주석하고 있으나 참으로 소갈머리 없는 훈고학자의 밴댕이 콧구멍 같은 소견이라 할 것이다. ‘우산지목(牛山之木)’의 비유와 여기 ‘산경지혜(山徑之蹊)’의 비유는 근본적으로 차원을 달리하는 논의이며, 그 의미체계는 전혀 상치(相馳)되지 않는다. 우산지목은 우리 삶의 본연의 모습을 말한 것이고, 여기 산경지혜는 끊임없이 수신해야만 천명이 유지된다고 하는 학습의 문제를 다룬 것이다. 우산지목 천명지위성(天命之謂性)이며 산경지혜는 수도지위교(脩道之謂敎)의 단계를 말한 것이다.
우산지목(牛山之木) | 산경지혜(山徑之蹊) |
삶의 본연의 모습 | 학습의 문제 |
천명지위성(天命之謂性) | 수도지위교(脩道之謂敎) |
의미체계는 전혀 상치(相馳)되지 않음 |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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