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세월을 통해 궁달을 봐야 한다
시능궁인변(詩能窮人辯)
장유(張維)
‘시능궁인(詩能窮人)’이란 말은 잘못됐다
古人以窮者多工詩, 工詩者多窮, 乃曰“詩能窮人” 余獨以爲不然. 夫天之所以窮達人者, 與人異趣. 達於人者, 未必達於天, 則人之所窮者, 安知非天之所達乎? 請試辨之.
세상의 궁달(窮達)과 하늘의 궁달(窮達)은 다르다
人有恒言曰 “仁者必壽, 有德者必得其位” 有位而壽, 斯乃世所謂達者也. 然而顏回之仁而三十而夭, 孔子之大聖而終身爲匹夫, 似可謂之窮矣. 雖然, 孰知夫二子乃有大達者存焉? 顏子不得其壽, 而死而不亡者, 亘宇宙而彌光; 仲尼無其位, 以萬世爲土, 則謂孔ㆍ顏不達而窮者, 不知窮達者也. 蓋貴賤豐約之及其身者, 人之妄謂窮達者也. 而名聲芳臭之垂于後者, 乃天之所以眞窮達人者也, 乖於人而合於天, 失其妄而得其眞, 此固吾所謂達者也.
시란 작은 재주이지만, 하늘이 준 능력이다
詩固小藝也. 不足擬於道德之大, 然而較諸富貴外物, 蓋亦天所畀者耳. 暢性情之微; 探造化之奧, 文繡不足以侔其華, 金玉不足以比其珍. 明可以被管絃, 幽可以感鬼神, 夫得是而有之者, 豈亦偶然而已哉. 殆是元精賦其靈性, 化工假其妙思, 日星之光華, 風雲之變化, 擧不能獨擅其功用. 故雖一藝之微, 而實與大化相流通. 然則天之以是畀人者, 蓋欲成萬世之名耳, 區區一時之窮達, 有不足論者矣.
한 때의 영달이냐, 만세의 영달이냐
故方其不遇於世, 無出人之名, 服人之勢, 憔悴困苦, 卹然若不終日. 故子美飢走荒山, 浩然終於短褐, 李賀夭折, 陳三凍死. 其佗懷才坎壈者不可勝記, 則世固以是爲窮也. 若其所傳乎遠者, 怨仇不敢議其短; 君相不能奪其譽, 掩之而愈彰; 磨之而益光, 殘膏賸馥, 足以沾丐百代. 而一時富貴無能, 磨滅而不記者, 泯然與草木同腐而蚊蜹共滅, 則所謂達者果誰在乎?
도덕의 관점으로 곤궁과 영달을 따져야 한다
嗚呼! 豐金玉者, 人謂之富; 服軒冕者, 人謂之貴, 孰知有富於金玉而貴於軒冕者乎? 富貴於身者, 猶謂之達, 況富貴於藝者而爲窮乎? 顯於一時者, 猶謂之達, 況顯於萬世者而爲窮乎? 人之所達者, 猶謂之達, 況天之所達者而不爲達乎? 由是以觀, 謂詩能窮人可乎? 能達人可乎? 詩猶足以達人, 況有大於詩者乎? 故曰“窮於道德之謂窮, 通於道德之謂通” 『谿谷先生集』 卷之三
▲ 안회라고 하면, '曲肱而枕之'가 떠오른다. 바로 위 그림처럼.
해석
‘시능궁인(詩能窮人)’이란 말은 잘못됐다
古人以窮者多工詩,
옛 사람들은 곤궁한 사람이 대부분 시를 잘 지었으며,
工詩者多窮, 乃曰“詩能窮人”
시를 잘 짓는 사람들이 많이 곤궁했기 때문에 ‘시가 사람을 곤궁하게 만든다.’라고 말들 하는데,
余獨以爲不然.
나는 홀로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夫天之所以窮達人者,
대체로 하늘이 사람을 곤궁하게 하고 영달하게 하는 것은
與人異趣.
사람과는 다른 취향이 있어서다.
達於人者, 未必達於天,
사람의 관점에서 영달한 것이 반드시 하늘의 관점에서 영달한 것은 아니니,
則人之所窮者, 安知非天之所達乎?
사람의 관점에서 곤궁한 것이 어찌 하늘의 관점에서 영달한 것이 아니라 하겠는가?
請試辨之.
청컨대 시험 삼아 그것을 변론해보겠다.
세상의 궁달(窮達)과 하늘의 궁달(窮達)은 다르다
人有恒言曰 “仁者必壽,
사람들이 항상 ‘인자는 반드시 장수하고,
有德者必得其位”
덕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지위를 얻는다.’라고 하니,
有位而壽, 斯乃世所謂達者也.
지위를 얻고 장수하는 것이 바로 세상에서 말하는 영달이라는 것이다.
然而顏回之仁而三十而夭,
그러나 안회는 어질었지만 30살에 요절했고,
孔子之大聖而終身爲匹夫, 似可謂之窮矣.
공자는 대성인이시지만 종신토록 필부였으니, 거의 곤궁했다고 할 만하다.
雖然, 孰知夫二子乃有大達者存焉?
비록 그러나 누가 두 사람이 크게 영달한 게 있었다는 것을 알겠는가?
顏子不得其壽, 而死而不亡者, 亘宇宙而彌光;
안자는 장수함을 얻진 못했지만, 죽어서도 잊히지 않아 우주를 통틀며 더욱 빛이 났고,
중니는 지위가 없었지만 만세토록 오행 중 가장 중요한 흙의 자리【임금의 자리라는 말이다. 五行 중에서 土는 사계절 가운데 일정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는 않지만 어느 때고 없는 경우가 없으며, 五方 가운데에서는 중앙을 표방하여 임금을 상징하는 뜻으로 쓰인다. 『禮記 月令』『春秋繁露 五行相生』】를 차지했다.
則謂孔ㆍ顏不達而窮者,
그러니 공자와 안연이 영달하지 않았고 곤궁했다고 하는 사람은
不知窮達者也.
곤궁과 영달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다.
蓋貴賤豐約之及其身者,
대저 귀함과 천함, 풍요로움과 곤궁함이 그 몸에 이르러 오는 것을
人之妄謂窮達者也.
사람들은 망령되이 곤궁이나 영달로 쉽게 말들 한다.
而名聲芳臭之垂于後者,
그러나 명성의 향기나 악취가 후세에 드리워지는 것은
乃天之所以眞窮達人者也,
하늘이 참으로 사람을 곤궁하게 하거나, 영달하게 하거나 하는 것이니,
乖於人而合於天, 失其妄而得其眞,
사람에겐 어울리지 못하나 하늘엔 합심하며, 망령됨은 잃었으나 참됨은 얻은 것,
此固吾所謂達者也.
이것이 바로 내가 생각하는 영달이다.
시란 작은 재주이지만, 하늘이 준 능력이다
詩固小藝也. 不足擬於道德之大,
시란 진실로 작은 재주다. 도덕의 위대함에는 견줄 수 없지만,
然而較諸富貴外物, 蓋亦天所畀者耳.
부귀나 외물에 비교하면 대체로 또한 하늘이 부여해준 것이다.
暢性情之微; 探造化之奧,
시란 성정의 은미함을 드러내며, 조화의 오묘함을 캐어내니,
文繡不足以侔其華,
비단옷의 화려함으로도 시의 화려함에 비길 수 없으며,
金玉不足以比其珍.
금과 옥의 진귀함으로도 시의 진귀함에는 견줄 수가 없다.
明可以被管絃, 幽可以感鬼神,
시의 밝음은 관현악에 비길 수 있고, 시의 그윽함은 귀신도 감동시킬 수 있으니,
夫得是而有之者, 豈亦偶然而已哉.
시 짓는 재주를 얻어 그것을 소유한 사람이 어찌 또한 우연히 그리 되었겠는가.
殆是元精賦其靈性, 化工假其妙思,
거의 근원의 정기가 신령한 성을 부여해줬으며, 자연의 조화【化工: 자연의 조화로운 것自然的造化者】가 그 오묘한 사고를 빌려주어,
日星之光華, 風雲之變化, 擧不能獨擅其功用.
해와 별의 빛남과 바람과 구름의 변화를 모두 그 공용을 마음대로 담아낼 수가 없다.
故雖一藝之微,
그렇기 때문에 비록 시란 하나의 재주로 미묘한 것이지만,
而實與大化相流通.
실제로는 크나큰 변화와 함께 서로 통한다.
然則天之以是畀人者, 蓋欲成萬世之名耳,
그러하다면 하늘이 시를 사람에게 준 것은 대개 만세의 이름을 성취시키고자 할뿐이니,
區區一時之窮達, 有不足論者矣.
구구하게 한 때의 곤궁과 영달은 논할 만한 것이 못 된다.
한 때의 영달이냐, 만세의 영달이냐
故方其不遇於世, 無出人之名,
그럼에도 세상에서 불우하여 남보다 뛰어난 명성이 없고,
服人之勢, 憔悴困苦,
남을 복종시킬 세력이 없어 초췌하고 곤궁하고 고단하여
卹然若不終日.
가여워 마치 하루도 지낼 수 없을 것만 같다.
故子美飢走荒山, 浩然終於短褐,
그렇기 때문에 두보는 거친 산을 헤매며 굶주렸고 맹호연은 죽을 때까지 짧은 베옷을 입었으며,
李賀夭折, 陳三凍死.
이하【이하는 당 나라의 宗室로서 7세 때에 벌써 辭章에 능했는데 27세의 젊은 나이로 죽고 말았다. 『舊唐書』 137】는 요절했고, 진삼【진삼은 宋 나라 시인 陳師道로서 文은 曾鞏을 스승으로 삼고 詩는 黃庭堅을 귀감으로 삼았는데 몹시 추운 날 명주옷도 입지 못한 채 郊祀에 참석했다가 寒疾에 걸려 죽었다. 『宋史』 444】은 동사했다.
其佗懷才坎壈者不可勝記,
여타의 재주를 품고도 뜻을 얻지 못한 사람은 이루다 기록할 수 없으니,
則世固以是爲窮也.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시가 사람을 곤궁하게 만든다’고 여기게 된 것이다.
若其所傳乎遠者, 怨仇不敢議其短;
그러나 후대까지 전해진 것은 원수라도 감히 단점을 의론치 못하고
君相不能奪其譽,
임금과 재상도 명예를 빼앗지 못해,
掩之而愈彰; 磨之而益光,
그것을 가리려 해도 더욱 드러나고, 그것을 갈아버리려 해도 더욱 빛이 나서
殘膏賸馥, 足以沾丐百代.
남은 기름과 남은 향기로도 넉넉히 백대를 적셔주고 베풀어줄 수 있다.
而一時富貴無能, 磨滅而不記者,
그러니 한 때의 부귀했으나 무능하여 마멸되어 기록되지 않은 사람이라면
泯然與草木同腐而蚊蜹共滅,
남김없이 초목과 함께 썩고 모기와 파리와 함께 공멸해버렸으니,
則所謂達者果誰在乎?
영달하였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 과연 누구에게 있다고 할 것인가?
도덕의 관점으로 곤궁과 영달을 따져야 한다
嗚呼! 豐金玉者, 人謂之富;
아! 금과 옥이 풍요로운 사람을 사람들이 부자라고 말하고,
服軒冕者, 人謂之貴,
높은 관리의 관을 쓴 사람을 사람들이 귀하다고 말하나,
孰知有富於金玉而貴於軒冕者乎?
누가 금과 옥보다 부귀하며, 높은 관리의 관보다 귀한 게 있다는 것을 알겠는가?
富貴於身者, 猶謂之達,
몸에 있어서 부귀를 오히려 영달했다고 말하면서,
況富貴於藝者而爲窮乎?
하물며 재주에 있어서 부귀한 사람을 곤궁하다고 하는가?
顯於一時者, 猶謂之達,
한 때에 명성이 있는 사람은 오히려 영달했다고 말하면서,
況顯於萬世者而爲窮乎?
하물며 만세에 명성이 있는 사람을 곤궁하다고 하는가?
人之所達者, 猶謂之達,
사람의 관점에서 영달한 것을 오히려 영달했다고 말하면서,
況天之所達者而不爲達乎?
하물며 하늘의 관점에서 영달한 사람을 영달하지 못했다고 하는 것인가?
由是以觀, 謂詩能窮人可乎?
이것으로 보면 시가 사람을 곤궁하게 한다고 말할 수 있는가?
能達人可乎?
사람을 영달하게 한다고 말할 수 있는가?
詩猶足以達人, 況有大於詩者乎?
시가 오히려 사람을 영달하게 하는데, 하물며 시보다 큰 것이면 어떻겠는가?
故曰“窮於道德之謂窮,
그렇기 때문에 ‘도덕에서 곤궁한 것을 곤궁하다고 말해야 하며,
通於道德之謂通” 『谿谷先生集』 卷之三
도덕에서 영달한 것을 영달하다고 말해야 한다.’고 결론짓겠다.
| 시? | 재능 | 논의 |
선비들이 능력을 가지고 있으나 펼 수 없게 되면 기괴함을 탐색하며 원망과 한탄이 나옴. | 시가 사람을 곤궁하게 만드는 건 아님. 곤궁해져야만 시가 공교해짐. | 매성유의 시가 좋다는 평판이 자자함 → 시를 그에게 배우려는 마음도 있음 → 하지만 그를 조정에 천거하는 사람은 없음. | |
| | ‘시능궁인’이 맞기도 하나, ‘시능달인’이기도 함 → 하지만 중요한 건 窮達이 아닌 후대까지 전해지느냐이기에 서문을 씀. | |
사물을 모방하고 귀신의 정신을 빼앗기에 조물주의 심기를 건드리는 것. | 성정이 발현된 것. 시적 재능은 하늘이 부여해준 것으로 빼앗지 못한다. | ‘시능궁인’이란 논의는 얼핏 보면 맞는 것처럼 보임 → 그러나 시적 재능은 하늘이 부여해준 것임 → 그러니 주어진 재주를 받아들이고 운명을 즐기면 됨. | |
성정의 은미함을 드러내고 조화의 오묘함을 캐내는 것. | 작은 재주지만, 하늘이 부여해준 것으로 사람을 영달케 해준다. | 시란 작은 재주이지만 하늘이 부여준 것으로 사람을 영달하게 만들어준다 → 그러니 한 때의 榮達로 볼 게 아니라, 만세토록 榮達하느냐를 기준으로 봐야 함. | |
시는 천기에 의해 지어지는 것으로 작은 재주가 아니다. | 명예와 이익을 벗어나 天機를 간직한 자가 지을 수 있음. | ‘시능궁인’은 맞지 않고 최자소는 곤궁함으로 시가 공교해졌다 → 위항인의 시는 정감이 담긴 것으로 『시경』과 같은 취지를 담고 있다. |
▲ 두보는 과거에 합격하지도 못했고 관직도 얻지 못한 채 배회하며 사회의 부조리에 눈을 뜬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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