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성 임열부전의 뒤에 쓰다
서임열부전후(書林烈婦傳後)
이상정(李象靖)
理義本於人心, 不以貴賤男女爲豐嗇. 然不有典謨之訓, 師友之導, 無以啓發其固有之天. 故忠孝義烈, 多在於丈夫而罕聞於女子, 多得於士大夫而罕見於下賤, 非天之降才或殊也, 特所遇之地使然耳.
雖然, 丈夫與士大夫, 迫於事勢, 或出於一時勉慕之餘, 而乃若女子而又下賤則耳無諷而目不簡, 其見聞不越於委巷咫尺之間. 而能捐軀殉義, 凜然如烈日秋霜, 以增夫三綱五典之重, 又豈不尤鮮且異哉?
余讀龜城林烈婦傳若詩, 重有感焉. 嗟乎! 杞梁之妻ㆍ秋胡之婦, 古今稱義烈而婦也與之同歸, 女也而爲丈夫所難爲, 下賤而爲士大夫所難能, 非夫理義之無豐嗇者, 烏能有是哉.
浮屠師志閑, 訪余湖上, 欲有以一言. 余惟諸公之作已盡矣, 無容贅焉, 獨以理義之根於心者, 爲萬世綱常之勸云. 『大山先生文集』 卷之四十五
해석
理義本於人心, 不以貴賤男女爲豐嗇.
의리는 마음에 본래하여 귀천이나 남녀에 따라 많거나 적거나 하지 않는다.
然不有典謨之訓, 師友之導,
그러나 『서경』의 전모【『서경』의 堯典ㆍ舜典ㆍ大禹謨ㆍ皐陶謨를 가리킴】의 가르침이나 스승과 벗의 이끌어줌이 없다면
無以啓發其固有之天.
고유한 천성이 계발되지 않는다.
故忠孝義烈, 多在於丈夫而罕聞於女子,
그러므로 충효의렬(忠孝義烈)은 장부에겐 많지만 여자에겐 드물게 들리며
多得於士大夫而罕見於下賤,
사대부에게 많이 보이지만 계급이 낮고 천한 이에겐 드물게 보이니,
非天之降才或殊也,
하늘이 내린 재주가 혹 다르기 때문이 아니라
特所遇之地使然耳.
다만 처한 처지가 그렇게 할 뿐이다.
雖然, 丈夫與士大夫,
비록 그렇더라도 장부와 사대부는
迫於事勢, 或出於一時勉慕之餘,
일의 형세에 급박해지거나 혹 한 때의 사모함을 힘쓴 나머지에서 나와
而乃若女子而又下賤則耳無諷而目不簡,
계집이거나 또 머슴 같은 경우에 귀로 들었던 것도 없고 눈으로 익힌 것도 없어
其見聞不越於委巷咫尺之間.
그 견문이 마을 일상의 일에 넘어서질 못하지만
而能捐軀殉義, 凜然如烈日秋霜,
몸을 버릴 수 있고 의를 따를 수 있어 늠름하여 뜨거운 태양과 가을 서리 같이 강인해【秋霜烈日: 가을의 찬 서리와 여름의 뜨거운 태양이라는 뜻으로, 형벌이나 기개 따위가 그만큼 엄하고 권위가 있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以增夫三綱五典之重,
삼강오륜의 중요성을 더해주니
又豈不尤鮮且異哉?
또한 어찌 더욱 아름다우며 기이하지 않은가.
余讀龜城林烈婦傳若詩, 重有感焉.
내가 「귀성임열부전」 시를 읽으니 거듭 느꺼움이 있었다.
嗟乎! 杞梁之妻ㆍ秋胡之婦,
아! 기량의 아내【春秋 때 齊나라 대부 杞梁이 戰死하자, 그 아내 孟姜이 교외에서 상여를 맞이하는데 곡소리가 몹시 구슬퍼 듣는 이가 모두 눈물을 흘리고, 城壁이 그 소리에 무너지고 말았다는 고사. 崔豹의 『古今注』「杞梁妻」에는 남편이 죽자 그녀가 “위로는 아비 없고, 가운데 지아비 없고, 아래로 자식도 없으니 산 사람의 고통이 지극하구나[上則無父, 中則無夫, 下則無子, 生人之苦至矣]”하며 길게 곡하자 도성의 성벽이 감동하여 무너졌고, 그녀 또한 물에 뛰어들어 죽었다고 했다.】와 추호의 아내【秋胡: 춘추 시대 사람으로 신부를 맞이한 지 5일 만에 陳 나라로 벼슬하러 갔다가 3년 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뽕 따는 여인의 미모에 반하여 많은 金을 주었으나 여인은 이를 받지 않았다. 그후 집에 돌아와 보니, 그 여인은 바로 자신의 아내였다. 그의 아내는 남편이 부모를 생각하지 않고 남의 여인을 농락하려 했다 하여, 남편을 不孝不義라고 꾸짖고 黃河에 빠져 죽었다. 『列女傳』「節義傳」】는
古今稱義烈而婦也與之同歸, 女也而爲丈夫所難爲,
예나 지금에 의열(義烈)로 아내임에도 죽은 남편과 함께 귀의했고 딸임에도 장부도 하기 어려운 것을 했으며
下賤而爲士大夫所難能,
머슴임에도 사대부가 하기 어려운 것을 했으니
非夫理義之無豐嗇者, 烏能有是哉.
대체로 의리에 넉넉하냐 척박하냐가 없지 않고서야 어찌 이것을 할 수 있으리오.
浮屠師志閑, 訪余湖上, 欲有以一言.
불교 스님인 지한(志閑)이 우리집 호숫가에 방문하여 한 마디 말을 해주었으면 했는데
余惟諸公之作已盡矣, 無容贅焉,
내가 생각하기로 여러 사람들의 작품이 이미 많아 췌언(贅言)을 용납하지 않기에
獨以理義之根於心者, 爲萬世綱常之勸云. 『大山先生文集』 卷之四十五
홀로 의리로 마음에 근본하는 사람이 만세토록 삼강(三剛)과 오상(五常)의 권면함이 되었으면 한다.
인용
이덕무 - 香娘詩 幷序
윤광소 - 烈女香娘傳
이광정 - 林烈婦薌娘傳
이광정 - 薌娘謠
최성대 - 山有花女歌
신유한 - 山有花曲
이상정 - 書林烈婦傳後
이학규 - 山有花
이안중 - 山有花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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