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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한시미학산책, 시안론(詩眼論): 일자사(一字師) 이야기 - 8. 일자사(一字師)의 미감원리(美感 原理)②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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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미학산책, 시안론(詩眼論): 일자사(一字師) 이야기 - 8. 일자사(一字師)의 미감원리(美感 原理)②

건방진방랑자 2021. 12. 6.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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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일자사(一字師)의 미감(美感) 원리(原理)

 

 

태평을 한스럽게 여기다?

 

일자사(一字師)의 두번째 미감 원리는 시사(詩思)의 온유돈후(溫柔敦厚)를 중시하라는 것이다. 감각적 직설(直說)보다는 에돌려 말하는 데서 오는 온건한 맛이 더 깊고, 모난 말보다는 각지지 않은 표현에서 중후한 체취가 풍겨난다.

 

獨恨太平無一事 홀로 태평하여 일 없음을 한하니
江南閑殺老尙書 강남 땅서 한가로운 늙은 상서(尙書)로다.

 

장괴애(張乖崖)란 이가 늙마의 한가로움을 이렇게 읊자, 소초재(蕭楚材)가 못마땅한 낯빛을 하고 이렇게 말했다. “지금 나라가 하나로 통일되고, 공의 공명과 지위가 높고 중한데, 홀로 태평함을 한스러워한다 함은 무엇입니까?”하고는 한 글자를 고쳤다. 무슨 글자였을까? 첫 구의 ()’자를 지우고 그 자리에 ()’자를 써 넣었다. 언뜻 읽었을 때는 몰랐는데 이렇게 고치고 보니 두터운 맛이 한결 다르다. 태평하여 아무 일 없는 것이 ()’스럽다하는 것과, 다행스럽다 하는 것은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가. 전자가 뭔 일이 안 일어나나 하고 기다리는 형국이라면, 후자는 한가로운 만년을 보내는 노상서(老尙書)’의 노경(老境)을 포근하게 감싸 안는다. 동인시화(東人詩話)에 보인다.

 

 

 

부정적 시선을 긍정적 시선으로 바꾸다

 

이와 비슷한 예화가 지봉유설(芝峯類說)에 하나 더 있다. 판서 오상(吳祥)이 다음과 같이 시를 지었다.

 

羲皇樂俗今如掃 희황(羲皇) 적 즐거운 풍속 쓸어낸 듯 사라지니
只在春風杯酒間 봄바람 술 잔 사이에만 남아 있을 뿐일세.

 

상진(尙震)이 읽더니, “말을 어찌 이리도 박절하게 하는가[何言之薄耶]?”하며 나무라고는 이렇게 고쳤다.

 

羲皇樂俗今猶在 희황(羲皇) 적 즐거운 풍속 지금껏 남았으니
看取春風杯酒間 봄바람 술 잔 사이를 살펴보게나.

 

한 사람은 상고의 즐거운 풍속이 이제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길이 없어 봄바람 맞으며 술 마시는 속에서 겨우 그 남은 즐거움을 찾노라 했고, 한 사람은 그 즐거움은 지금도 오히려 그대로 남아 있으니, 봄날의 즐거운 술자리가 바로 그 증거라고 하였다. 과연 몇 글자의 차이 속에 사물을 바라보는 시인의 인생관이 뚜렷한 편폭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인용

목차

한국한시사

1. 한 글자를 찾아서

2. 한 글자를 찾아서

3. 뼈대와 힘줄

4. 뼈대와 힘줄

5. 한 글자의 스승

6. 한 글자의 스승

7. 일자사(一字師)의 미감원리(美感 原理)

8. 일자사(一字師)의 미감원리(美感 原理)

9. 일자사(一字師)의 미감원리(美感 原理)

10. 일자사(一字師)의 미감원리(美感 原理)

11. 시안(詩眼)과 티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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