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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미학산책, 시안론(詩眼論): 일자사(一字師) 이야기 - 4. 뼈대와 힘줄②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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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미학산책, 시안론(詩眼論): 일자사(一字師) 이야기 - 4. 뼈대와 힘줄②

건방진방랑자 2021. 12. 6.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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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뼈대와 힘줄

 

 

한 자로 포착해낸 정채로움

 

또 가도(賈島)봉승(逢僧)시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天上中秋月 人間半世燈 하늘 위엔 중추의 둥두렷한 달 인간엔 반세(半世)를 비추는 등불.

 

여기서는 ()’자가 시안(詩眼)이 된다. 중년의 삶을 돌아보는 고단함이 환한 8월의 보름달 아래 가물거리고 있다. ‘()’은 윗 구의 ()’과 대구를 이루면서 둥두렷한 보름달과 반이 꺾인 지나온 생애가 다시 선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또 두시(杜詩) 절구(絶句)시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江動月移石 溪虛雲傍花 강물이 출렁대자 달은 바윌 옮겨가고 빈 시내에 구름은 꽃가에서 피어나네.

 

여기서는 ()’자가 시안(詩眼)이 된다. 강물은 넘실대므로 그 위에 비친 달빛도 덩달아 일렁인다. 물 위에 비죽 솟은 바위가 아예 떠내려가는 것만 같다. 이때 ()’는 얼마나 정채로운 포착인가.

 

이백(李白)봉황대(鳳凰臺)시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三山半落靑天外 삼산(三山)은 하늘 밖에 반쯤 떨어져 있고
二水中分白鷺洲 이수(二水)는 백로주(白鷺洲)서 둘로 나뉘었도다.

 

위 구는 삼산이 아스라한 푸른 하늘 저편에 높이 솟아 있는 모습을 묘사한 것이다. 하늘 높이 솟아 있는 세 봉우리는 높이 솟았다[高聳]’ 또는 솟아올랐다[聳出]’등으로 표현하는 것이 상식인데, 시인은 이를 반대로 반쯤 떨어졌다[半落]’고 표현하였다. 바로 여기에 표현의 묘가 응축되어 있다. 이러한 참신한 발상은 이백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할 것이다.

 

 

 

시안을 찾는 안목

 

한편 시에서 시안(詩眼)의 소재는 어디에 있는가? 여씨동몽훈(呂氏童蒙訓)에서 반빈로(潘邠老)7언시는 제5자가 울려야 하고, 5언시는 제3자가 울려야 한다고 하고, 이른바 울린다[]는 것은 힘이 결집된 곳을 말한다고 하여 향자론(響字論)을 주장하였다.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5언시의 경우 세 번째 글자가, 7언시는 다섯 번째 글자가 안자(眼字)가 된다.

 

잠삼(岑參)외로운 등불은 나그네 꿈을 사르고, 찬 다듬이 소리 고향 생각을 다듬질하네[孤燈然客夢, 寒杵搗鄕愁].”(=)’자나, 허혼(許渾)만리 산천이 새벽꿈을 나누니, 이웃의 노래 소리에 봄 근심을 전송하네[萬里山川分曉夢, 四後歌管送春愁]”()’자의 경우가 모두 그렇다. 5언시의 경우 23로 끊어 읽고, 7언시는 43으로 끊어 읽는데, 이때 제 3자와 제 5자는 두 의미 단위가 결합되는 경계에 놓인 자들이다. 이 글자가 두 개의 이미지를 어떻게 결합시키는가에 따라 의경이 달라진다. 이는 의미 단위뿐 아니라 절주 단위의 매듭이면서, 대부분 주어와 동사의 관계에 놓이며, 서사와 서정의 관건자(關鍵字)가 된다. 위 예시에서 고등(孤燈)’객몽(客夢)’은 별개의 어휘인데, ‘(=)’이 매개함으로써 이 둘은 충격적으로 결합된다. 나그네는 등불을 밝혀둔 채 고향 시름에 잠이 깜빡 들었고, 그가 고향 꿈을 꾸는 사이 고등(孤燈)’만이 외로이 남아 그리움을 태우고있는 것이다.

 

그러나 시안(詩眼)의 위치는 언제나 일정한 것이 아니다. 시구의 어법 변화의 다양성만큼이나 유동적이다. 시안(詩眼)이 항상 제 자리가 정해져 있다면 그 무슨 눈을 찾아 헤맬 필요가 있겠는가. 맹호연(孟浩然)기운은 운몽택(雲夢澤)을 푹푹 찌는데, 물결은 악양성(岳陽城)을 흔들어 대네[氣蒸雲夢澤, 波厳岳陽城].”는 둘째 자가 안자(眼字)가 된다. 두보(杜甫)시절을 느끼매 꽃 보아도 눈물 나고, 이별을 한하니 새 소리에 마음 놀라네[感時花甠淚, 恨別鳥驚心].”에서처럼 넷째 자가 안자(眼字)가 되기도 한다.

 

 

 

 

 

 

인용

목차

한국한시사

1. 한 글자를 찾아서

2. 한 글자를 찾아서

3. 뼈대와 힘줄

4. 뼈대와 힘줄

5. 한 글자의 스승

6. 한 글자의 스승

7. 일자사(一字師)의 미감원리(美感 原理)

8. 일자사(一字師)의 미감원리(美感 原理)

9. 일자사(一字師)의 미감원리(美感 原理)

10. 일자사(一字師)의 미감원리(美感 原理)

11. 시안(詩眼)과 티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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