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눈을 상처 내고 가슴을 찌르듯②
이 맹교(孟郊)와 나란히 일컬어지는 시인에 가도(賈島)가 있다. 송나라 소식(蘇軾)은 「제유자옥문(祭柳子玉文)」에서 “맹교는 차고, 가도(賈島)는 수척하다”고 하여, ‘교한도수(郊寒島瘦)’의 말이 널리 퍼지게 되었는데, 이 가도(賈島) 또한 맹교(孟郊) 이상으로 고음(苦吟)의 시인(詩人)으로 유명하다. 그는 3년을 침음(沈吟)한 끝에 「송무가상인(送無可上人)」의 경련(頸聯)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獨行潭底影 數息樹邊身 | 홀로 걸어가는 연못 아래 그림자 자주 쉬어가는 나무 가의 몸. |
이 득의구(得意句)를 얻고는 감격한 나머지 그 아래에다가 다시 시 한수를 써서 득구(得句)까지의 사연을 주(注)내어 적었다.
兩句三年得 一吟淚雙流 | 두 구절을 삼 년 만에 얻고서 한 번 읊조리매 눈물이 주루룩 흐르네. |
知音如不賞 歸臥故山秋 | 벗들이 좋다고 기리지 아니하면 고향 산 가을에 돌아가 눕겠노라. |
득의의 시구를 얻고 환호작약하다가, 끝내 낙루(落淚)에 이르는 시심(詩心)이 갸륵하기까지 하다. 더욱이 자신의 이 시를 안목 있는 이들이 칭찬하지 아니하면 아예 죽어 고향 산에 묻히고 말겠노라 하였으니, 그 자부가 또한 대단하다.
『당재자전(唐才子傳)』은, 가도(賈島)가 골똘히 작시(作詩)에 빠져들 때에는 앞에 왕공귀인(王公貴人)이 있어도 깨닫지 못하였으며, 마음은 아득한 하늘 위에서 놀고, 생각은 끝없는 속으로 들어갔었다고 적고 있다. 또 “비록 길 가거나 머물거나 자리에 누울 때나 밥 먹을 때나 괴로이 읊조리기를 그만두지 않았다”고도 하였다. 일찍이 절뚝거리는 노새를 타고 우산을 쓰고서 장안(長安)의 거리를 가로질러 가는데, 가을바람이 매서워 길 위에 낙엽을 불어가므로 홀연 다음의 구절을 얻었다.
落葉滿長安 秋風吹渭水 | 낙엽은 장안 길에 가득하건만 가을바람은 위수(渭水)로 불어오누나. |
기쁨을 가눌 길 없었던 그는, 다짜고짜 대경조(大京兆) 유서초(劉棲楚)의 집에 뛰어들었다가 하룻밤 구금되어 이튿날 아침이 되어서야 겨우 석방되었다.
인용
11. 개미와 이①
12. 개미와 이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