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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한시미학산책, 시마(詩魔) 이야기 - 5. 시마(詩魔)의 죄상(罪狀)②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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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미학산책, 시마(詩魔) 이야기 - 5. 시마(詩魔)의 죄상(罪狀)②

건방진방랑자 2021. 12. 6.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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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시마(詩魔)의 죄상(罪狀)

 

 

최연이 말한 시마의 죄

 

최연(崔演)축시마(逐詩魔)에서 시마(詩魔)의 죄상을 모두 네 가지로 적시하고 있다. 대개 이규보(李奎報)가 든 시마(詩魔)의 죄상을 말만 바꾼 것인데,

첫째는 제멋대로 붓을 휘둘러 어지럽게 하고, 샘솟는 듯한 생각과 봄날 구름 같은 태도로 번화함을 다투어 사람의 이목을 현혹시키며, 날로 진원(眞元)을 소모케 하고 태소(太素)를 깎아 내게 하는 죄이고,

둘째는 천지자연의 비밀을 엿보고 서책을 표절하여 오묘한 표현을 찾으며, 자구(字句)를 탁련(琢鍊)하고 기이함을 다투며 일생의 마음을 토하고 수염을 배배 꼬면서 정미(精微)함을 추구하고 동탕(動盪)케 하는 죄이며,

셋째는 온갖 형식과 격식을 만들어 변화를 뽐내고 솜씨를 자랑케 하여 마침내 그 임금의 마음을 방탕케 하고, 나라를 망하게 하는 죄이고,

넷째는 시휘(時諱)를 저촉하고 화기(禍機)를 밟아 몸에 곤궁을 이르게 하고 비방을 불러들이게 하는 죄이다.

 

 

 

시마를 통한 시인 예찬

 

멀쩡하던 사람을 이 지경으로 만드는 시 귀신이 있으니 이를 쫓지 아니하고 어쩌겠는가? 대개 이런 종류의 글은 반어(反語)의 성격이 짙어, 문면 그대로 읽고 말 일이 아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규보(李奎報)와 최연이 제시하고 있는 시마(詩魔)의 죄상을 그대로 뒤집어 읽어 보면, 바로 시인 예찬론에 다름 아니라는 사실이다. 즉 이규보가 제시한 시마의 죄상을 거꾸로 읽어 보면, 시인은 남이 알아주든 알아주지 않든 시를 통해 마음껏 자신의 포부를 펼칠 수 있고, 시인은 그 날카로운 예지로써 천지의 드러나지 않은 오의(奧義)를 파헤쳐 사람들의 인식을 보다 고원(高遠)한 곳으로 인도해 주며, 시인은 온갖 사물들을 관찰하여 거기에 감춰진 의미를 발견해 내며, 시인은 자신의 기준에 따라 세속의 질서나 사람들의 행위에 대해 시를 통해 마음껏 비판할 수 있는 특권을 지니고 있으며, 시인은 세속 사람들이 추구하는 겉모양의 꾸밈보다는 한편의 훌륭한 시를 창작하기 위한 고초를 더욱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이라는 제자랑인 것이다. 한 마디로 이규보(李奎報)와 최연 등이 적시하고 있는 시마(詩魔)의 죄상(罪狀)’이란 오로지 시만 생각하고, 시에 죽고 시에 사는 전업 시인으로서 누리는 특권에 대한 즐거운 비명일 뿐이다. 그러고 보면 이 시마(詩魔)란 놈은 무슨 이마에 뿔이 달린 귀신이 아니라, 시인으로 하여금 시를 쓰지 않고는 배길 수 없게 만드는 억제할 수 없는 충동의 다른 이름일 따름이다.

 

이규보는 다시 삼마시(三魔詩)를 남겼는데, 그의 삼마(三魔)는 바로 색마(色魔)와 주마(酒魔), 그리고 시마(詩魔)이다. 그 서문에서 그는 내가 연로하여 오랫동안 색욕(色慾)을 물리쳤으나, 시와 술만은 버리지 못하였다. 그러나 시주(詩酒)도 이따금 흥미를 붙일 것이지 성벽(性癖)을 이루어서는 안 된다. 성벽(性癖)을 이루면 곧 마()가 되는 까닭이다.”라고 하였다. 시마(詩魔)를 노래한 시는 다음과 같다.

 

詩不飛從天上降 시가 하늘에서 내려온 것 아닐진대
勞神搜得竟如何 애태우며 찾아낸들 마침내 무엇하리.
好風明月初相諭 산들바람 밝은 달은 처음엔 좋겠지만
着久成淫卽詩魔 오래 되어 빠지게 되면 이것이 시마(詩魔)라네.

 

 

 

 

 

 

인용

목차

한국한시사

1. 즐거운 손님, 시마(詩魔)

2. 시마(詩魔)와의 논쟁과 시마(詩魔) 증후군

3. 시마(詩魔)와의 논쟁과 시마(詩魔) 증후군

4. 시마(詩魔)의 죄상(罪狀)

5. 시마(詩魔)의 죄상(罪狀)

6. 시귀(詩鬼)와 귀시(鬼詩)

7. 시귀(詩鬼)와 귀시(鬼詩)

8. 시귀(詩鬼)와 귀시(鬼詩)

9. 귀신(鬼神)의 조화와 시인(詩人)의 궁달(窮達)

10. 귀신(鬼神)의 조화와 시인(詩人)의 궁달(窮達)

11. 슬픈 일 좀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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