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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한시미학산책, 시마(詩魔) 이야기 - 7. 시귀(詩鬼)와 귀시(鬼詩)②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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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미학산책, 시마(詩魔) 이야기 - 7. 시귀(詩鬼)와 귀시(鬼詩)②

건방진방랑자 2021. 12. 6.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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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시귀(詩鬼)와 귀시(鬼詩)

 

 

꿈속에서 지은 시를 알아보다

 

이와 같이 귀신이 나타나 시를 지은 경우가 시화에 종종 나타난다. 윤결(尹潔)이 차식(車軾)과 이야기를 하다가 자신이 지은 오언시 한 수를 들려주며 어떠냐고 물었다. 그 시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偶入石門洞 吟詩孤夜行 우연히 석문동(石門洞) 골짝에 들어 밤길에 시 읊으며 외로이 갔네.
月午澗沙白 空山啼一鶯 달은 중천에 떠 백사장 모래 밝은데 빈산에선 새 한 마리 울음 울었다.

 

시를 듣고 난 차식은 이것은 귀시(鬼詩)일세[此乃鬼詩也].”라고 하였다. 이 말을 들은 윤결(尹潔)이 깜짝 놀라, “사실 내가 간 밤 꿈에 한 깊은 골짝에 놀러 갔는데, 백사장이 십여 리나 펼쳐져 있고 달빛은 마치 그림 같은데, 어디선가 꾀꼬리 소리가 들려왔었네. 그곳의 이름을 물어보니 석문(石門)이라 하더군. 그래서 꿈속에서 지은 것이야[余夜夢遊一深洞, 白沙十餘里, 月色如晝, 有一鶯聲, 問其洞, 乃石門也].”라고 실토하였다. 오산설림(五山說林)에 나온다. 과연 그 시를 보면 시상(詩想)이 맑고 서늘하여 보통 사람이 능히 말할 수 있는 바가 아님을 알 수 있다.

 

 

 

귀신이 남긴 시

 

또 고려 때 어떤 선비가 친구를 찾아가 술을 마시고 날이 저물어 돌아오는 길에 취해 쓰러져 누워 있는데, 갑자기 낭랑하게 글 읽는 소리가 들려왔다.

 

澗水潺湲山寂歷 시냇물 졸졸졸 산은 적막한데
客愁迢遞月黃昏 나그네 시름 가이 없고 달빛은 황혼이라.

 

깜짝 놀라 일어나 보니 자신이 누웠던 산 길 옆에 오래된 무덤이 하나 있을 뿐이었다.

 

또 귀신 박률(朴嵂)이 지었다는 시도 있다.

 

海棠秋墜花如雪 해당화 지는 가을, 꽃잎은 눈 같은데
城外人家門盡關 성 밖 인가엔 문이 죄다 걸려있네.
茫茫丘壟獨歸去 아득한 언덕길을 홀로 돌아가려니
日暮路遠山復山 길은 먼데 날 저물고 산만 첩첩하구나.

 

또 권겹(權韐)이 만났던 귀신은 이런 시를 남겼다.

 

樓坮花雨十三天 누대의 꽃비가 십삼천에 나리는데
磬歇香殘夜闃然 풍경 소리 뚝 그치고 향조차 사라진 밤.
窓外杜鵑啼有血 창밖의 두견새는 피 토하며 우는 구나
曉山如夢月如烟 새벽 산 꿈속 같고 달빛은 안개 같네.

 

모두 소화시평(小華詩評)에 보인다. 이상 살펴본 몇 수의 귀시(鬼詩)들은 모두 음운이 고절(高絶)하고 처량하여 확실히 인간의 말이 아니다. 귀기(鬼氣)가 서려 있다. 홍만종(洪萬宗)은 이를 소개한 뒤, “귀신도 자신의 시를 아껴, 왕왕 놀랄만한 시구가 있으면 반드시 사람의 힘을 빌어 세상에 전함으로써 자신의 재주를 드러내는 것이 아니겠는가?[豈鬼神亦自愛其詩, 往往有警作, 則必借人傳世, 以暴其才歟]”라 하였다.

 

 

김홍도, 소림명월도(疏林明月圖), 18세기, 26.7X31.6cm, 호암미술관.

성근 나무 뒤로 둥근 달빛이 교교하다. 문득 귀취(鬼趣)가 느껴진다.

 

 

 

 

인용

목차

한국한시사

1. 즐거운 손님, 시마(詩魔)

2. 시마(詩魔)와의 논쟁과 시마(詩魔) 증후군

3. 시마(詩魔)와의 논쟁과 시마(詩魔) 증후군

4. 시마(詩魔)의 죄상(罪狀)

5. 시마(詩魔)의 죄상(罪狀)

6. 시귀(詩鬼)와 귀시(鬼詩)

7. 시귀(詩鬼)와 귀시(鬼詩)

8. 시귀(詩鬼)와 귀시(鬼詩)

9. 귀신(鬼神)의 조화와 시인(詩人)의 궁달(窮達)

10. 귀신(鬼神)의 조화와 시인(詩人)의 궁달(窮達)

11. 슬픈 일 좀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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