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알고 싶은 마음을 부추기는 술수학을 멀리하라
오학론 오(五學論 五)
정약용(丁若鏞)
술수학으로 미래를 점쳐 사람들을 미혹하다
術數之學, 非學也惑也.
中夜起瞻天步中庭以語人曰: “彼熒惑守心, 主奸臣挾主勢以謀國.” 曰: “彼天狼犯紫微, 明年必有兵.” 曰: “彼歲星在箕分, 此吾邦域之所賴也.”
忽欷歔誦道詵『祕記』鄭鑑『讖說』曰: “某年兵必起.” 曰: “某年獄必興, 將血流成川, 人種以絶.” 勸其婚友鬻田宅棄墳墓, 入深山虎豹之窟, 以俟其難.
언뜻 올바른 성리학자 같아 보이는 술수학을 가르치는 노선생
忽愀然變色, 有間而言曰: “昔我老先生, 能通神役鬼, 書發食頃, 已抵八百里, 開緘携弟子入山谷, 袖木葉以散之, 使兵馬喧闐.”
忽解裝展圖三幅曰: “此玉皇朝眞之形, 此仙人騎鶴之形, 此渴馬奔川之形. 他人不知, 吾獨知其穴與嚮, 苟能用之, 子孫其逢吉.” 厥明盥, 正衣冠危坐, 談太極圖ㆍ河圖ㆍ洛書ㆍ九宮之數, 辨理氣善惡同異之訟, 儼然一性理先生也.
주역과 참동계는 기피하는 술수학자
嗚呼! 竊虛名負重望, 爲衆愚所歸嚮者, 悉此先生.
有眞正不僞之士, 講明先王之道, 本孝弟愼微隱, 而究禮樂刑政之文者, 則哂之曰: “彼且不知明日之事, 坐積薪厝火之上, 談詩說禮, 烏足以與於斯矣.”
聖人以糟粕示天下, 留其祕以自用, 故孔子作易翼, 朱子注『參同契』, 後人不知其義也. 彼蒙獃不慧者, 尊此卑彼, 日趨流乎幽陰邪辟之鄕, 將誰與禁之.
천문, 마술, 풍수설에 휘둘리지 마라
天文五行之志, 歷世傅會, 無一驗者. 星行咸有定度, 不可相亂. 又何惑焉.
燕市賣幻之人, 受銀一二銖, 呈其技, 象鞮歲語人甚悉, 又何惑焉.
徐乾學葬考, 斥風水之說, 不可與『易』, 又何惑焉.
推是以往, 若卜筮看相星耀斗數之等, 凡以術數衍者, 皆惑也非學也.
옛 성인들도 미리 알려 하질 않았다
堯不能前知, 任鯀以敗事; 舜不能前知, 南巡守崩於蒼梧之野; 周公不能前知, 使管叔監殷; 孔子不能前知, 畏於匡幾不能免.
今也病不能前知, 必得一前知者以爲歸, 豈不惑歟. 彼事魔好怪, 隱然自據乎前知之聖, 而莫之知恥也. 又惡能携手同歸於堯舜之門哉.
五學昌而周公ㆍ仲尼之道, 榛榛然以莽, 將誰能一之. 『與猶堂全書』
해석
술수학으로 미래를 점쳐 사람들을 미혹하다
術數之學, 非學也惑也.
술수학은 학문이 아니라 미혹하게 하는 술수다.
中夜起瞻天步中庭以語人曰:
밤중에 일어나 하늘을 보고 뜰을 거닐며 사람들에게 말한다.
“彼熒惑守心, 主奸臣挾主勢以謀國.”
“저 형혹성【熒惑星: ‘화성2’을 재화나 병란의 징조를 보여 주는 별이라 하여 이르는 말】이 심성【心星: 이십팔수의 다섯째 별자리에 있는 별들】을 지키고 있으니 주된 간신들이 임금의 권세를 끼고 나라를 도모할 것이다.”
曰: “彼天狼犯紫微, 明年必有兵.”
말한다. “저 천랑성【天狼星: 큰개자리의 별 가운데 가장 밝은 별】이 자미성【紫微星: 자미원에 있는 별의 이름】을 침범했으니, 내년에 반드시 전쟁이 있을 것이다.”
曰: “彼歲星在箕分, 此吾邦域之所賴也.”
말한다. “저 세성【歲星: 태양으로부터 다섯 번째의 행성】이 기성【箕星: 이십팔수의 일곱째 별자리에 있는 별들】의 분야에 있으니 이것은 우리나라가 힘입을 것이다.”
忽欷歔誦道詵『祕記』鄭鑑『讖說』曰: “某年兵必起.”
갑자기 흐느껴 울며 도선의 『비기』와 정감록의 『참설』을 외며 “몇 년에 전쟁이 반드시 터진다.”라 하거나
曰: “某年獄必興, 將血流成川, 人種以絶.”
“몇 년에 옥사가 반드시 일어나 장차 피가 흘러 내를 이루고 사람은 멸절하리라.”라고 말해
勸其婚友鬻田宅棄墳墓, 入深山虎豹之窟,
배우자와 친구에게 토지와 집을 팔고 무덤을 버리고 깊은 산과 호랑이 굴로 들어가
以俟其難.
난리를 기다리라고 권면한다.
언뜻 올바른 성리학자 같아 보이는 술수학을 가르치는 노선생
忽愀然變色, 有間而言曰:
문득 슬피 안색을 변한 채 틈을 두었다가 말한다.
“昔我老先生, 能通神役鬼,
“옛날에 우리 노선생은 귀신과 소통할 수 있고 귀신을 부릴 수 있고
書發食頃, 已抵八百里,
편지를 보낸 한식경이면 이미 800리에 닿으니
開緘携弟子入山谷,
편지를 뜯고 자제를 이끌고 산과 골짜기로 들어가고
袖木葉以散之, 使兵馬喧闐.”
나뭇잎을 소매로 흩뿌리면 병사와 말이 되어 시끄럽다.”
忽解裝展圖三幅曰:
갑자기 행장을 그림 세 폭을 펼치고서 말한다.
“此玉皇朝眞之形, 此仙人騎鶴之形,
“이것은 옥황상제가 진인에게 조회하는 그림이고 이것은 신선이 학을 탄 그림이며,
此渴馬奔川之形.
이것은 갈증 난 말이 내로 달리는 그림이다.
他人不知, 吾獨知其穴與嚮,
다른 사람은 모르나 나는 홀로 혈과 좌향【坐向: 묘지나 집터 따위에서, 등진 방향과 정면으로 바라보이는 방향】을 아니,
苟能用之, 子孫其逢吉.”
진실로 그곳에 묘자리를 쓴다면 자손이 길할 것이다.”
厥明盥, 正衣冠危坐,
다음날 세수하고 의관을 정제하고 꽂꽂이 앉아
태극도【태극도는 송(宋) 나라 주돈이(周敦頤)가 무극(無極)인 태극에서부터 음양(陰陽)ㆍ오행(五行)과 만물의 생성 과정을 그린 그림.】ㆍ하도ㆍ낙서【하도(河圖)는 복희씨(伏羲氏) 때 황하(黃河)에서 용마(龍馬)가 가지고 나왔다는 52개의 점(點)을 말하고, 낙서(洛書)는 우(禹) 임금 때 낙수(洛水)에서 나온 신귀(神龜)의 등에 있었다고 하는 45개의 점인데, 이 두가지가 『주역(周易)』의 기본 이치가 된다.】ㆍ구궁【구궁은 음양가(陰陽家)들이 구성(九星)을 오행(五行)과 팔괘(八卦)의 방위(方位)에 맞추어 길흉과 화복을 판단해 내는 것을 말한다.】의 수를 말하고
辨理氣善惡同異之訟,
리기(理氣)와 선악(善惡)의 같고 다름의 송사를 변론하니
儼然一性理先生也.
엄연히 한 명의 성리학 선생이다.
주역과 참동계는 기피하는 술수학자
嗚呼! 竊虛名負重望,
아! 헛된 명성을 훔치고 무거운 명망을 짊어지고
爲衆愚所歸嚮者, 悉此先生.
여러 어리석은 사람들이 귀의하려 하는 사람이 바로 이 선생이다.
有眞正不僞之士, 講明先王之道,
참되고 바르며 거짓이 없는 선비로 선왕의 도를 조사하여 밝히고
本孝弟愼微隱, 而究禮樂刑政之文者,
효제에 근본하고 은미한 것을 삼가며 예악형정의 문장을 연구하는 사람이 있으면
則哂之曰: “彼且不知明日之事, 坐積薪厝火之上,
그를 비웃으며 말한다. “저 사람은 또한 내일의 일을 모르고 불타는 쌓인 땔나무 위에 앉아
談詩說禮, 烏足以與於斯矣.”
시를 말하고 예를 말하니 어찌 족히 우리 무리와 함께 하리오.”
聖人以糟粕示天下, 留其祕以自用,
성인은 글의 남은 찌꺼기【糟粕: 학술ㆍ예술 따위 학문을 옛 사람이 다 밝혀내고 남은 찌꺼기라는 뜻.】로 천하에 보여 비기는 남겨 스스로 사용하기 때문에,
공자는 『주역(周易)』의 십익(十翼)을 지었고 주자는 『참동계』【參同契: 중국 도교의 연단(煉丹:도가의 丹藥) 경전 중 하나.】에 주석을 달았지만,
後人不知其義也.
훗대 사람들은 그 뜻을 알지 못했다.
彼蒙獃不慧者, 尊此卑彼,
저 무지몽매하여 지혜가 없는 사람은 술수학을 존중하고 『주역(周易)』과 『참동계』을 얕잡아보며
日趨流乎幽陰邪辟之鄕, 將誰與禁之.
날로 그윽한 것과 간사하고 치우친 것으로 흘러 들어가니 장차 누가 그를 금하랴.
천문, 마술, 풍수설에 휘둘리지 마라
天文五行之志, 歷世傅會, 無一驗者.
『천문지(天文志)』와 『오행지(五行志)』의 기록을 역대로 견강부회하여 하나도 증험된 게 없다.
星行咸有定度, 不可相亂. 又何惑焉.
별의 운행이 모두 정해진 법도가 있어 서로 혼란될 수 없으니, 또한 무에 미혹되리오.
燕市賣幻之人, 受銀一二銖,
연경의 시장에서 환술을 파는 사람이 은 한두 닢을 받고
呈其技, 象鞮歲語人甚悉, 又何惑焉.
그 기술을 보여주니 통역자가 해마다 사람에게 매우 모두 말하고 있으니 또한 무에 미혹되리오.
徐乾學葬考, 斥風水之說,
청나라 학자 서건학이 아버지를 장사지낼 적에 풍수설을 배척하며
不可與『易』, 又何惑焉.
『주역』에 참여할 수 없다고 했으니 또한 무에 미혹되리오.
推是以往, 若卜筮看相星耀斗數之等,
이를 미루어 간다면 복서(卜筮)ㆍ간상(看相)ㆍ성요(星耀)ㆍ두수(斗數) 등과 같은 것은
凡以術數衍者, 皆惑也非學也.
모두 술수를 부연한 것으로 모두 미혹하게 하는 술수이지 학문이 아니다.
옛 성인들도 미리 알려 하질 않았다
堯不能前知, 任鯀以敗事;
요임금은 앞서 알지 못했기에 곤에게 맡겨 일을 실패했고,
舜不能前知, 南巡守崩於蒼梧之野;
순임금도 앞서 알지 못했기 때문에 남쪽으로 순수하다가 창오의 들판에서 붕어하셨으며
周公不能前知, 使管叔監殷;
주공도 앞서 알지 못했기 때문에 관숙에게 은나라를 감독케 하였고,
공자도 앞서 알지 못했기 때문에 광 땅에서 죽음을 면치 못할까 두려워했다.
今也病不能前知, 必得一前知者以爲歸,
이제 앞서 알지 못할까 병으로 여겨 반드시 하나라도 앞서 아는 사람을 얻으면 귀의하려 하니,
豈不惑歟.
어찌 미혹되지 않겠는가.
彼事魔好怪, 隱然自據乎前知之聖,
저들은 마귀를 섬기고 괴이함을 좋아해 은연중에 스스로 앞서 아는 성인으로 자처함에도
而莫之知恥也.
부끄러움을 알지 못한다.
又惡能携手同歸於堯舜之門哉.
또한 어찌 손을 잡고 요순의 문하에 함께 귀의할 수 있으리오.
五學昌而周公ㆍ仲尼之道, 榛榛然以莽,
다섯 가지 학문이 번창하면 주공과 중니의 도가 덮여져 사라지니
將誰能一之. 『與猶堂全書』
장차 누가 귀일시킬 수 있겠는가.
인용
五學論1: 성리학 비판
五學論2: 훈고학 비판
五學論3: 문장학 비판
五學論4: 과거학 비판
五學論5: 술수학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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