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학의 본령과 문장학이 망가진 요즘
오학론 삼(五學論 三)
정약용(丁若鏞)
앎과 삶을 일치시키기 위해 문장학을 하다
文章之學, 吾道之鉅害也.
夫所謂文章者何物? 文章豈掛乎空布乎地, 可望風走而捉之者乎?
古之人, 中和祗庸, 以養其內德; 孝弟忠信, 以篤其外行; 詩書禮樂, 以培其基本; 春秋易象, 以達其事變, 通天地之正理, 周萬物之衆情
其知識之積於中也, 地負而海涵, 雲鬱而雷蟠, 有不可以終閟者. 然後有與之相遌者, 或相入焉, 或相觸焉, 撓之焉激之焉, 則其宣之而發於外者, 渤潏汪濊, 粲爛煜霅, 邇之可以感人, 遠之可以動天地而格鬼神, 斯之謂文章, 文章不可以外求也.
문장의 정숙 드러난 책들
故文章之在宇宙之間, 其精微巧妙者『易』, 溫柔激切者『詩』, 典雅縝密者『書』, 詳細而不可亂者『禮』, 條鬯而不可糅者『周禮』, 瑰奇吐欱而不可屈者, 『春秋左氏之傳』, 睿聖無瑕者『論語』, 眞知性道之體而劈析枝經者『孟子』, 刻覈深窈者『老子』. 下此以往, 醇者或寡矣.
문장학의 관점에서 본 역대 중국 작가 비판
太史遷好奇尙俠而自外乎禮義, 揚雄不知道, 劉向溺於讖諱, 司馬相如俳優以自衒. 下此以往, 破碎綺靡無譏焉.
이것으로 이하는 쪼잔하고 화려하기만 해 비판할 게 없다.
한유ㆍ유종원ㆍ구양수ㆍ소식의 문장은 사도에 방해가 된다
韓愈ㆍ柳宗元雖稱中興之祖, 而本之則亡, 如之何其興之也. 文章不自內發, 迺皆外襲以自雄, 斯豈古所謂文章者哉
韓ㆍ柳ㆍ歐ㆍ蘇, 其所謂序記諸文, 率皆華而無實, 奇而不正.
幼而讀之, 非不欣然善矣, 內之不可以修身而事親, 外之不可以致君而牧民, 終身誦慕而落魄牢騷, 卒之不可以爲天下國家, 此其爲吾道之蟊蠈也.
將有甚乎揚墨ㆍ老ㆍ佛何也? 揚墨老佛, 雖其所秉有差, 要之皆欲以克己斷慾, 爲善去惡. 彼韓柳歐蘇, 其所自命者, 文章已矣. 文章豈足以安身立命哉.
使天下之人, 詠歌蹈舞, 浸淫悅樂, 醲薰膚奏, 與之俱化, 而邈然忘其性命之本, 民國之務者, 文章之學也.
豈聖人之所取哉.
지금 문장학하는 이들은 더 가관이 되었다
今之所謂文章之學, 又以彼四子者, 爲淳正而無味也, 祖羅, 祧施, 郊麟, 禘螺, 而尤侗ㆍ錢謙益ㆍ袁枚ㆍ毛甡之等, 似儒似佛, 邪淫譎怪, 一切以求眩人之目者是宗是師. 其爲詩若詞, 又凄酸幽咽, 乖拗犖确, 壹是可以銷魂斷腸則止, 遂以是自怡自尊, 而不知老之將至. 其爲吾道之害, 又豈但韓柳歐蘇之流而已.
口譚六經, 手擷千古, 而終不可以携手同歸於堯舜之門者, 文章之學也 『與猶堂全書』
해석
앎과 삶을 일치시키기 위해 문장학을 하다
文章之學, 吾道之鉅害也.
문장학이 우리의 도에 큰 방해다.
夫所謂文章者何物?
일반적으로 말해지는 문장이란 어떤 것인가?
文章豈掛乎空布乎地,
문장이란 게 어찌 공중에 걸려 있고 땅에 펼쳐 있어
可望風走而捉之者乎?
바람을 바라보며 달려가 잡을 수 있는 것일까?
古之人, 中和祗庸, 以養其內德;
옛사람은 중화와 떳떳함【祗庸: 공경과 常道, 즉 떳떳함이라는 뜻이다.】으로 내면의 덕을 수양하고,
孝弟忠信, 以篤其外行;
효제와 충신으로 외면의 행실을 돈독히 하며,
詩書禮樂, 以培其基本;
시서예약으로 기본을 북돋고,
春秋易象, 以達其事變,
『춘추』와 『역경』의 상사(象辭)로 사변을 통달하여,
通天地之正理, 周萬物之衆情
천지의 바른 이치를 통달하였고 만물의 뭇 정들을 두루 깨쳤다.
其知識之積於中也, 地負而海涵,
그래서 지식이 내면에 충적되어 땅이 짊어지고 바다가 포용하듯,
雲鬱而雷蟠, 有不可以終閟者.
구름이 일고 우레가 서려 마침내 숨길 수 없는 게 있는 듯했다.
然後有與之相遌者, 或相入焉, 或相觸焉,
그런 후에 그와 함께 서로 만나 혹은 서로 틈입하며 혹은 서로 닿아
撓之焉激之焉, 則其宣之而發於外者,
흔들기도 하고 격동시키기도 하면 펼쳐내 외부로 발산하는 것이
渤潏汪濊, 粲爛煜霅,
콸콸콸 쏟아져 나오는 것 같고 찬란히 빛나는 것 같아
邇之可以感人, 遠之可以動天地而格鬼神,
가까이는 사람을 감격시킬 수 있고 멀리는 천지를 감동시켜 귀신을 이르게 할 수 있으니,
斯之謂文章,
이것이 문장이라는 것으로,
文章不可以外求也
문장은 외부에서 구해질 수 없는 것이다.
문장의 정숙 드러난 책들
故文章之在宇宙之間, 其精微巧妙者『易』,
그러므로 문장이 우주의 사이에 있어 정미하고 교묘한 것이 『주역』이고,
溫柔激切者『詩』, 典雅縝密者『書』,
온유하고 격절한 것이 『시경』이며 법에 따라 고우며 치밀한 것이 『서경』이고,
詳細而不可亂者『禮』, 條鬯而不可糅者『周禮』,
상세하여 혼란되지 않은 것이 『예기』이며, 가지가 분명해 섞이지 않는 것이 『주례』이고
瑰奇吐欱而不可屈者, 『春秋左氏之傳』,
괴기한 걸 뱉어내고 들이마셔 굽힐 수 없는 것이 『춘추좌씨전』이며
睿聖無瑕者『論語』,
깊고 성스러워 하자가 없는 것이 『논어』이고
眞知性道之體而劈析枝經者『孟子』,
진실로 성과 도의 본체를 알아 가지와 줄기를 분석한 것이 『맹자』이며,
刻覈深窈者『老子』.
파헤쳐 깊고도 그윽한 것은 『노자』다.
下此以往, 醇者或寡矣.
이것의 이하로는 순정한 것이 혹 적다고 할 수 있다.
문장학의 관점에서 본 역대 중국 작가 비판
太史遷好奇尙俠而自外乎禮義
태사 사마천은 기이함을 좋아하고 호협을 숭상해 스스로 예의를 내쳤고,
揚雄不知道, 劉向溺於讖諱,
양웅은 도를 알지 못했고 유향은 참소에 걸렸으며,
司馬相如俳優以自衒.
사마상여는 배우처럼 스스로를 자랑했다.
下此以往, 破碎綺靡無譏焉.
이것으로 이하는 쪼잔하고 화려하기만 해 비판할 게 없다.
한유ㆍ유종원ㆍ구양수ㆍ소식의 문장은 사도에 방해가 된다
한유와 유종원은 비록 중흥하게 한 조상으로 일컬어지지만,
而本之則亡, 如之何其興之也.
근본을 잃었으니 어떻게 일으킬 수 있겠는가.
文章不自內發, 迺皆外襲以自雄,
문장은 안에서부터 발설되지 않고 이에 모두 밖에서 들어온 것으로 스스로 뛰어나다고 하니,
斯豈古所謂文章者哉
이것이 어찌 옛날에 말해지던 문장이란 것이겠는가.
韓ㆍ柳ㆍ歐ㆍ蘇, 其所謂序記諸文,
한유와 유종원과 구양수와 소식이 지은 소위 서문(序文)과 기문(記文)의 여러 글은
率皆華而無實, 奇而不正.
대체로 모두 화려하고 실제가 없으며 기이하기만 하고 바르지 않았다.
幼而讀之, 非不欣然善矣,
어려서 읽을 적엔 환히 좋아하지 않음이 없었지만,
內之不可以修身而事親, 外之不可以致君而牧民,
안으로 수신하여 어버이를 섬길 수 없고 밖으론 임금을 이끌고 백성을 다스릴 수 없어,
終身誦慕而落魄牢騷,
늘 외우며 좋아해봤지만 넋은 나가고 불평만 생겨,
卒之不可以爲天下國家, 此其爲吾道之蟊蠈也.
마침내 천하국가를 위할 수 없었으니 이것이 우리 사도(斯道)의 해충인 것이다.
장차 이것은 양주와 묵적과 노자와 불가보다 심한 게 있으니 왜인가?
揚墨老佛, 雖其所秉有差,
양주와 묵적과 노자와 불가는 비록 근본으로 잡은 것엔 차이가 있지만,
要之皆欲以克己斷慾, 爲善去惡.
요점은 모두 자신을 극복하고 욕망을 끊어 선을 행하고 악을 제거하는 것이었다.
彼韓柳歐蘇, 其所自命者, 文章已矣.
저 한유와 유종원과 구양수와 소식은 스스로 운명으로 여긴 것은 문장일 뿐이었으니
文章豈足以安身立命哉.
문장이 어찌 몸을 편안히 하며 운명을 세울 수 있었겠는가.
使天下之人, 詠歌蹈舞,
천하의 사람에 노래하고 춤추며
浸淫悅樂, 醲薰膚奏,
열락에 잠겨 진한 술이 살갗에 모여
與之俱化, 而邈然忘其性命之本,
그와 함께 동화되어 아득히 성명의 근본과
民國之務者, 文章之學也.
백성의 책무를 잊게 하는 것이 문장학이다.
豈聖人之所取哉.
이것이 성인이 취할 것인가.
지금 문장학하는 이들은 더 가관이 되었다
今之所謂文章之學, 又以彼四子者,
이제 이른바 문장학이란 또한 저들 네 명의 문장이
爲淳正而無味也,
순정하지만 맛이 없다고 여기고
祖羅, 祧施, 郊麟, 禘螺,
나관중(羅貫中)을 시조로, 시내암(施耐菴)을 원조(遠祖)로, 김성탄(金聖歎)을 교제사로, 곽청라(郭靑螺)를 땅으로 떠받치며
而尤侗ㆍ錢謙益ㆍ袁枚ㆍ毛甡之等,
우통과 전겸익과 원매와 모신 등은
似儒似佛, 邪淫譎怪,
유학자 같기도 불자 같기도 하고 사특하고 음탕하며 괴이하여
一切以求眩人之目者是宗是師.
모두가 남의 눈을 현혹하길 구하는 사람들인데도 종주와 스승으로 여긴다.
其爲詩若詞, 又凄酸幽咽,
그들이 지은 시와 사는 또한 처량하듯 그윽하듯 오열하듯
乖拗犖确, 壹是可以銷魂斷腸則止
산에 바위가 많아 어긋난 듯하여 일체가 혼과 창자를 끊고서야 그친다.
遂以是自怡自尊, 而不知老之將至.
마침내 이것으로 스스로 기뻐하고 스스로 높여 늙음이 장차 이르는 것도 알질 못할 정도로 자아도취에 빠진다.
其爲吾道之害, 又豈但韓柳歐蘇之流而已.
그러니 우리 사도(斯道)에 해가 됨은 또한 어찌 다만 한유ㆍ유종원ㆍ구양수ㆍ소식의 흐름일 뿐이겠는가.
口譚六經, 手擷千古,
입으론 육경을 말하고 손으론 천고를 캐내지만
而終不可以携手同歸於堯舜之門者,
마침내 손을 잡고 요순의 문하에 함께 귀의할 수 없는 사람들이
文章之學也 『與猶堂全書』
문장학을 하는 사람들이다.
인용
五學論1: 성리학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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五學論3: 문장학 비판
五學論4: 과거학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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