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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이해의 어려움에 대해 『소화시평』 권하 91번에서 우린 ‘이해란 무엇인가?’에 대해 배우게 된다.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든, 어떤 작품을 이해하는 것이든 이해라는 측면에서 보면 결코 쉽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렇게 말하면 누군가는 ‘학교에서 주구장창 작품의 이해에 대해서 배웠는데 그게 뭐가 어렵나요?’라고 반문을 제기할지도 모른다. 그렇다 우린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고등학교 3학년까지 12년 간을 작품의 이해나 사람에 대한 이해를 배워왔고 대학교나 대학원까지 들어가면 더 긴 시간을 할애하여 배우게 된다. 그렇게 긴 시간 동안 배웠다면 당연히 ‘이해라는 것은 어느 정도 할 줄 안다’고 자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학교에서 배운 이해의 방법은 결코 제대로 된 이해의 방법이 아니다. 작품을 볼 때..
이왕주를 만나다 목차 1. 교사 연수를 기대하며 KTX를 타며, 가짜 경험에 대해 깨닫다 약속시간까지 시간이 남다 2. 대담: 실패의 의미와 본질 들여다 보기의 의미 현재를 살라 실패의 경험이 사람을 한 단계 비약 시킨다 테크네 τ.εχνη (techne)는 본질을 들여다보는 것 3. 대담: 소통하기와 안회의 삶 소통을 한다는 것은 서로의 자리가 옮겨 간다는 것 Education(교육)이란 지니고 태어난 완벽한 것을 끄집어내는 것 선생이 하는 일은 고민하도록 만드는 것 안회는 자신의 기쁨을 위해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치열한 삶을 살았다 4. 교사 연수 후기 말을 해야 한다는 부담 달라질 2012년 교육과정, 그리고 나의 자리매김 인용 만남
4. 교사 연수 후기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그것은 우리의 바람이었오~♩’ 서로의 바람과 바람이 만나 얼굴 가득 미소가 지어졌다. 웃을 수 있기에 만남이 즐겁고, 그렇기에 더욱 이야기를 하고 싶어진다. 그래서 만남은 ‘맛남’일 수밖에 없다. 삶을 맛깔나게 하는 만남은 우릴 살찌우기 때문이다. 말을 해야 한다는 부담 하지만 이 대화에서 나는 거의 말을 하지 않고 듣고 있었다. 교수님의 이야기에 공감했으며 교수님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것이 많기 때문에 오히려 궁금한 것도 딱히 없어서였다. 과연 난 말이 없는 사람인가? 이 순간 떠오른 장면이 하나 있다. 언젠가 완산도서관 뒷길을 아랑 누나, 고은누나, 진규, 나 이렇게 넷이서 걸어가고 있었는데 그 때 난 한 마디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런 내 모습에 대..
3. 대담: 소통하기와 안회의 삶 소통이란 서로의 자리가 옮겨 간다는 것 techne(본질을 들여다본다)는 당연히 소통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사람과의 만남이야말로 ‘테크네의 장’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나의 관념으로 상대를 틀지어서는 소통을 할 수가 없다. 애초부터 나의 맘을 비우고 서로가 다른 생각이나 위치에 있음을 느끼며 이야기를 통해 조금씩 접점을 찾아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왕주 선생님은 “상대로부터 이야기를 들으면 나의 위치가 조금 옮겨집니다. 그건 어떤 식으로든 나의 변화를 수반하는 것이죠. 그 상태에서 나 또한 상대방에게 이야기를 던집니다. 그러면 상대방 또한 어떤 감각적인 위치가 옮겨질 수밖에 없는 것이죠. 그렇게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서로의 위치가 옮겨지고 옮겨지다 서로 가까운 거리..
2. 대담: 실패의 의미와 본질 들여다 보기의 의미 2012년 1월 10~11일까지 부산에서 판타스틱한 교사연수가 있었다. 밤늦도록 진행된 이왕주 선생님과의 대화는 이번 연수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다. 그럼 지금부터 그 때 어떤 이야기들이 오고 갔는지 살펴보도록 하겠다. 부산대 윤리교육과 이왕주 선생님의 연구실로 찾아간 시간은 5시다. 준규쌤, 승태쌤, 송쌤, 초이쌤, 제비꽃, 박동섭 교수님 그리고 건빵, 이렇게 7명이 찾아갔다. 어색한 인사를 주고받고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채 몇 마디 오고가지 않았는데, 어느덧 우리 사이엔 친근감이 싹트기 시작했다. 그래서 부산대 부근의 횟집에서 이야기 한마당이 펼쳐졌고, 그것으로도 어찌나 아쉽던지 해운대(대학교 이름이 아닙니다^^;;) 호프집으로 자리를 옮..
목차 1. ‘아마추어 사회학’으로 야매하자트위스트 교육학을 들으며 트위스트 추길 바라다트위스트를 추려다 트위스터에 휩쓸리다트위스터에 휩쓸린 그대, 실망마라훌훌 털어 버리고 야매가 되자 2. 웃으며 모름에 투신하는 야매 정신반란, 유쾌하고도 찬란한 이름이여유쾌하지 않으면 반란이 아니다 3. 야매와 설국열차야매가 웃음을 잃어버리는 순간, 다시 꼰대가 된다유쾌한 야매가 되는 길로 함께 가자 4. 어머! 아마추어 사회학, 이건 꼭! 들어야만 해~빠르지 않게, 욕심내지 않게아마추어 사회학을 들어야 하는 두 가지 이유4개월 만에 다시 에듀니티로 향하는 발걸음 5. 발작 박동섭의 강의 스타일과 그 이유박동섭의 자기소개엔 특별한 게 있다?‘발작적으로 제목이 떠올랐다’의 의미 6. 소통한다는 오해를 까발리다소통이 중시되..
16. ‘나와 같기를’ 바랄 때 생기는 일 이전 후기에서 살펴본 조종사의 생각은 ‘묵자墨子(BC 480~390)의 ‘겸애설兼愛說’을 뺨칠 정도로 동물까지도 두루두루 사랑하고 있구나‘라고 느껴질 법도 하다. ▲ 과학의 눈으로 새가 나는 것을 보면 덜 힘들게 날 수 있는데도, 더 힘들게 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분명함이란, 과학이란 이름의 폭력 하지만 과학이란 잣대, 효율이란 잣대, 분명함이란 잣대는 그걸 사용하는 사람에게만 의미가 있을 뿐, 막상 그 잣대에 들어가야만 하는 존재에겐 폭력일 수밖에 없다. 우린 이미 4대강 공사로 그 폭력성을 두 눈으로 목격하지 않았던가. 4대강 공사는 보를 설치하여 저수량을 늘림으로 하천생태계를 복원한다는 게 그 목적이었다. 어찌 보면 조종사가 여태껏 잘 날라 다니고 있..
13. 글과 소통 I'm back, 드디어 돌아왔다. ‘아마추어 사회학’ 후기를 마무리 지어야 함에도 한참이나 헤매다가 이제야 돌아왔다. ‘아마추어 사회학’ 강의는 10월 18일에 있었으니 거의 한 달 만에 다시 쓰게 되는 것이고, 마지막 후기는 10월 29일에 썼으니 20일 만에 그 흐름을 이어보려는 것이다. ▲ 6편의 후기를 써나가다가 갑자기 멈췄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 후기를 쓰지 못한 이유 갑자기 ‘아마추어 사회학’ 후기를 멈추게 된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브런치북 프로젝트’에 떨어지게 되면서 그 여파로 도저히 글이 써지질 않았다. 아무래도 올핸 예년보다 더 많은 글을 썼고 그것으로 나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물론 인지도가 있지는 않으니 쉽지는 않겠지만, 그럼에도 가능성..
12. 진리眞理와 무리無理, 그리고 일리一理 조삼모사식 커뮤니케이션을 알게 됐다면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 이 말씀이 하나님과 함께 계셨으니 이 말씀은 곧 하나님이시니라(요 1:1)”란 말도 다시 생각해볼 수 있다. 진리를 말하는 사람과 무리를 말하는 사람의 특징 성경은 ‘진리의 말이다’라는 생각으로 전개되는 책이다. 그러니 사람이 생기기 이전에, 말을 들을 수 있는 사람이 있기 이전에 진리의 말이 있고, 그게 세상을 창조했다고 보는 것이다. 여기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다시피 ‘발신자’와 ‘말’ 자체가 중요한 것이지, ‘수신자’와 ‘의미심장하게 들을 수 있는 사람’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그래서 예수는 여러 설교에서 “들을 귀 있는 자는 들으라(막 4:9, 눅 8:8 등등)”는 말을 할 수 있었던..
11. 조삼모사식 커뮤니케이션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이야기할 때 우리가 주의 깊게 봐야 할 책은 『장자』다. 장자라는 철학자에 대해 우리는 흔히 ‘자연주의 철학자’, ‘무정부주의 철학자’ 정도로 알고 있지만, 실상 그는 인간 사회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그려낸,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에 대해 깊이 고민한 철학자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엔 모든 사람들이 내용은 알지만 제대로 뜻은 알지 못하는 ‘조삼모사朝三暮四’란 이야기가 실려 있다. ▲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의미로 끊임없이 패러디 되고 있다. 실패할 가능성이 있기에 커뮤니케이션은 재밌어 일반적으로 ‘조삼모사’의 뜻은 ‘얄팍한 꾀로 상대방을 속이는 것’이라고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이야기의 진짜 뜻은 ‘속임’이나 ‘농락’이 아닌, ‘소통’에 ..
9. 사람들은 애매한 말을 쓰면서 소통한다 ‘커뮤니케이션이란 내 생각을 100%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것’이라 정의했을 때, 문제가 되는 부분이 두 가지가 있다. ▲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이야기로 본격적인 주제로 들어가고 있는 동섭쌤. ‘사회의 언어’를 ‘과학의 언어’로 바꾸기 첫째는 ‘내 생각’이 무언지 확실히 알고 있다 할지라도, 그게 상대방에게 100% 오해의 소지나, 이해의 여지없이 전달될 순 없다는 것이다. 수학 공식처럼 단순화시켜 모두가 약속되어 있는 경우엔, 누가 봐도 하나의 해석만 가능하다. 그러니 이런 경우 정답과 오답으로 확실히 구분되기에 매우 명료해 보인다. 이와 같이 정답에 익숙한 과학자들은 사회에서 갈등이 일어나는 이유를 ‘사람들이 완벽한 표현을 쓰기보다 애매모호한 표현을 써서 해석의..
7. 1%의 이해, 거기서 소통은 시작된다 지금까지 커뮤니케이션은 ‘나의 생각과 느낌을 100% 전달하는 것’이라 생각해왔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우린 불통의 사회에 살고 있고, 타인의 생각을 더 이상 궁금해 하지 않게 되었다고 한탄하곤 했던 것이다. ▲ [라디오스타]이 최곤은 불통이 무언지를 보여주지만 서서히 맘을 열며 우치다쌤이 말한 소통을 몸소 보여주게 된다. 소통의 교과서, 닥터 진 하지만 우치다쌤은 그런 상식에 돌멩이 하나를 던지며 균열을 내버린다. ‘원래 상대를 이해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1%라도 이해하게 됐다면, 그 가능성을 믿고 서서히 나가면 된다’고 말함으로 우리가 여태껏 당연시 해왔던 생각은 상식이 아니라 편견이었음을, 가능성이 아니라 한계였음을 밝힌 것이다. 1%의 이해의 가..
6. 소통한다는 오해를 까발리다 첫 시작도 발작적이었을까? 아니면 준비가 되어 있었을까? 전혀 예측도 하지 못했지만, ‘커뮤니케이션’을 키워드로 꺼내며 그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트위스트 교육학에 비하면 워밍업 없이 바로 본론에 들어가는 느낌이다. ▲ 우리가 생각하는 소통의 이미지는 이것이다. 소통이 중시되는 세상에, 오히려 소통이 안 되다 동섭쌤은 “일반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이란 나의 생각과 느낌을 100% 전달하는 것이라 생각할 것입니다. 그래서 수도관을 연상하며 들어간 것이 그대로 전달되는 것을 이상적이라 여기죠.”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맞다! 최근에 가장 유행하는 책들에 빠지지 않고 들어있는 내용은 ‘소통’에 대한 것이고, ‘제대로 된 소통을 위해선 경청해야 한다’며 『경청』이란 책도 엄청나게 팔..
1시간 20분 정도만 있기로 했기에, 시간이 많은 것도 적은 것도 아니었다. 태기와 성민이는 심드렁해졌는지, 더 이상 둘러보지 않고 그냥 내려가더라. 이에 반해 준영이는 길을 따라 쭉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나도 그 뒤를 따라 함께 올라갔다. ▲ 준영이와 함께 이야기를 나눈 곳. 오르니 그래도 좋긴 하다. 청춘은 결코 아름답지 않다 준영이는 작년 2학기부터 함께 하며 ‘낙동강-한강 자전거 여행’을 함께 한 영화팀의 일원이기도 했지만, 등교시간이 차츰 늦어지면서 제대로 이야기를 나눌 시간조차 없었다. 그 후로 올핸 학교생활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면서 더 거리감이 생긴 것이다. 그래서 이땐 함께 오르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려고 했다. 제일 꼭대기에 올라가니, 카페가 있더라. 거기엔 차를 마실 수 있도록 파..
61. 조삼모사에 대한 오해 내 방에 돌아왔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이들의 대화에 관심을 끊은 건 아니었다. 내용을 알고 싶다기보다, 갑자기 분위기가 싸늘해지진 않는지 멀찍이 지켜보는 것이다. 한동안 언제 싸웠나 싶게 그 나이 또래 아이들처럼 웃고 떠드는 소리가 내 방까지 들렸다. 마무리 짓지 못한 이야기 그렇게 1시간 30분정도 흘렀다. 그 때부터 분위기는 급반전되기 시작했다. 서로의 이해가 상충되는 상황에 부딪히면서 심각하게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A학생은 자신이 피해를 받은 만큼의 보상을 원했다. 에버랜드 자유이용권과 음식을 사주길 바란 것이다. 물질적인 보상을 바라는 순간, 이 문제는 감정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법적인 문제가 되어 버린다. 그러려면 무얼 얼마만큼 잘못했는지 수치화해야 하며, 그만큼 보상..
13. 맛있는 걸 줬는데 왜 먹질 못하니 저녁은 원장님과 한국식당에 갔다. 난 육개장을 시켰고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고 있는 그 때 내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 카작여행 4일차라 아직 한국음식이 그립진 않지만, 원장님이 사주신다기에 냉큼 달려왔다^^ 자신만의 방식이 낳는 오해 집으로 흩어진 아이들은 한국 집에 안부전화를 했다. A가 어머니와 통화를 하고 있었는데, B가 바꿔달라고 하더니,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나 보다. 요지는 A가 잠도 부족하고 신경이 꽤 날카로워져서 많이 힘들어 한다는 거였다. A의 어머니는 그런 이야기를 듣고 걱정이 되어 나에게 전화를 한 것이고, 나 또한 그 이야기를 듣고 황당하여 B에게 전화를 한 것이다. B는 “A가 잠도 부족하고 일정..
우치다 타츠루가 쓴 여러 책들을 읽다 보면 소통의 철학자인 ‘장자莊子’가 떠오른다. 우리는 속세를 멀리하고 자연에 은둔하여 살던 ‘피세주의 철학자’로 장자를 떠올린다. ▲ 명대 화가 육치의 호접지몽 묘사도. 장자하면 이런 식의 은둔지사가 떠오른다. 우치다는 장자다 어느 임금이 장자를 (총리로) 초빙하려 하자, 이에 장자가 말했다. 자네는 제사에 쓰이는 소를 보았겠지. 비단옷을 입고 풀과 콩을 먹지만 끌려가 태묘에 들어갈 때에 이르러 비록 외로운 송아지(희생제물)가 된다한들 (그때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或聘於莊子. 莊子應其使曰子見夫犧牛乎? 衣以文繡, 食以芻菽, 及其牽而入於大廟, 雖欲爲孤犢, 其可得乎! -『莊子』「列禦寇」 11 이 구절을 읽을 때면 권력을 싫어하고 체제에 포섭되는 것을 극도로 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