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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이조시대 서사시 목차 총설: 현실주의의 발전과 서사한시 1. 체제 모순과 삶의 갈등 성간老人行餓婦行서거정兎山村舍 김시습記農夫語 조신題深院 이희보田翁歌冬雨歎송순田家怨聞隣家哭聞丐歌 윤현見乞兒嶺南歎안수疲兵行 홍성민賣魚翁行 김성일母別子 권필驅車兒 이민성宿鳳山東村 이경석老翁問答 조석윤賈客行 허격詰楊吏一環歌 2. 체제 모순과 삶의 갈등Ⅰ 김창협鑿氷行 홍세태鐵車牛行 임상덕綿海民 이병연石耳行 신유한祖江行 정민교軍丁歎 송규빈戊子秋哀丐者 송명흠觀叉魚 신광수採薪行潛女歌濟州乞者歌 권헌寺奴婢關北民雇人行女掃米行이광려良丁母 김규貧女歎 홍신유車牛行 정범조豆江鼠 홍양호流民怨戍卒怨이규상趙將軍歌 신광하毛女篇昆侖奴위백규靑麥行 3. 체제 모순과 삶의 갈등Ⅱ 이조원大賈 성해응有客行 정약용哀絶陽僧拔松行龍山吏波池吏海南吏田間紀事田間紀事 拔苗田間紀事..
13. 그 현실주의적 성과② 서사한시는 이조시대의 한문학 일반이 그렇듯 사대부 문학의 범주에 속하는 것이다. 여항시인의 작품이 일부 포함되어 있으나 이 역시 사대부 시인의 작품 내용과 성격을 달리하는 것은 아니다. 시인의 본원적 임무를 자각하고 사회현실을 비판적 안목으로 대함으로써 서사한시는 씌어지고 있었다. 그 작품 세계는 시인의 각성된 의식에 의해 포착되고 세련된 필치에 의해 구조된 것이다. 이는 같은 서사장르로서 야담(野談), 즉 한문 단편의 경우와 흥미로운 대조를 보이는 점이다. 18ㆍ19세기 야담의 기록이 폭넓게 이루어졌던바, 그 속에서 높은 예술성을 성취한 한문단편이 형성되었다. 야담과 서사한시는 견문의 작품화라는 측면에서 서로 근친성이 있다. 다만 야담은 근원 사실이 구연(口演)의 중간 경로..

4. 그 현실주의적 성과 서사한시는 조선왕조 사회의 체제적 모순이 심화ㆍ확대되는 과정에서 민중의 삶의 갈등, 고난에 대결하여 떠오른 얼굴들을 운문적 형상으로 각인한 것이다. 이 자체가 현실주의의 발전으로 산생된 것이거니와 내용 형식의 특징 또한 현실주의적이다. ‘목도이문(目睹耳聞)’의 경험은 서사한시의 창작근거가 되었다. 그에 의해 서술방식이나 서사구조의 형태가 결정되었음을 위에서 살펴보았다. 우리는 작중에서 시인이 서술자의 역할을 (시의 문맥에 출현했건 내재해 있건) 담당하는 점을 특히 주목한 바 있다. 시인은 ‘서사시적 상황’ 속으로 몸소 들어간다. 말하자면 현장 체험이다. 거기서 시인은 유민들의 애처로운 호소를 듣기도 하며, 변방 고을에서 벌어진 아전붙이들의 횡포를 보기도 한다. 이 곧 서사시 특유..
11. 서사시의 표현형식: 형상화의 특징 (3) 형상화의 특징 새삼스런 물음 같지만 하필 서사시를 쓴 이유는 어디 있었을까? 그것은 당대의 실사를 포착하는 데서 출발하고 있다. 사실에 대한 인지, 전달의 기능을 중시한다면 굳이 시 장르를 선택할 까닭이 없는 것이다. 사실 인식의 기능으로 치면 산문 쪽이 훨씬 적합한 형식이다. 그리고 서사의 디테일을 따진다면 서사시는 소설 장르에 도저히 미치지 못한다. 서사시 중에 같은 내용이 산문 형식으로 씌어진 사례가 더러 있다. 홍성민의 「매어옹행(賣魚翁行)」을 짓고 또 산문으로 「매어옹행답(賣魚翁行答)」을 썼으며, 정약용 또한 「천용자가(天慵子歌)」와 함께 「장천용전(張天慵傳)」을 남겼다. 한 작가가 동일한 체험을 바탕으로 시와 산문의 상이한 형식으로 표출한 경우다..
10. 서사시의 표현형식: 서사 구성의 방식 (2) 서사 구성의 방식 서사시라면 아무래도 서사가 핵심을 이루는 것이다. 인물의 사건을 어떻게 조직해내느냐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므로 서사 구성의 방식은 시점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음이 물론이다. 앞에서 우리는 시점과 관련하여 ‘시인과 주인공의 대화적 서술 방식’을 이조시대 서사시가 취했던 일반적 형태로 파악하였다. 그것은 이조시대 서사시에서 정립된 특이한 방식이다. 시인이 혹은 어디에 있다가 혹은 어디를 가다가 어떤 상황에 접해서 보고 들은 바 사실을 작품화하게 된다. 서사시가 씌어지는 전형적 정황, 다시 말하면 서사시의 창작과정의 정식인 셈이다. 이 경우 시인이 서사적 현장에 접근하는 부분은 작품의 서두를 이루게 되며, 시인이 현장의 인물로부터 전후의 ..
9. 서사시의 표현형식: 시점과 서술 방식 (1) 시점과 서술 방식 시점 문제는 대상을 주관적 정감 속에 용해(溶解)한 형식, 서정시에 있어서는 별로 고려할 까닭이 없다. 당초 소설에서 도출된 이론이다. 그런데 서사시에서 또한 인물과 사건을 조직하다 보면 저절로 시점의 문제가 개입이 된다. 물론 소설의 시점 이론을 이쪽에 비추어볼 수 있겠는데 소설에서보다 따지기 어렵고 모호한 면이 있는 것 같다. 서사시에 있어서 시점이란 서술 주체를 누구로 잡느냐는 문제다. 위에서 거론했던 송순의 「문개가(聞丐歌)」와 김시습의 「기농부어(記農夫語)」 그리고 이희보(李希輔, 1473~1548)의 「전옹가(田翁歌)」를 사례로 들어 비교해보자. 「문개가(聞丐歌)」는 작중에 ‘나’가 문면에 출현해서 주인공 노인과 대화하는 방식..

3. 서사시의 표현형식 견문의 구성 표출의 방식 한시 중에는 서사시적 부류로 영사시(詠史詩) 및 우언시(寓言詩)가 또 따로 있다. 민족의 역사에서 취재한 영사악부가 이조 후기 문학의 특이한 현상의 하나로 발전하였으며, 우화시는 시인에 따라 선호하는 형식으로 심심찮게 창작되었다. 서술 내용이 영사시의 경우는 당대의 일이 아니고 옛날 옛적이요, 우언시의 경우는 실제 사실이 아니고 가공가탁(架空假托)이라는 점에서 여기서 취급하는 서사시와 각기 성격을 구분 지을 수 있는 것이다. 지금 이 사실적 서사시는 당대의 일, 직접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은 어떤 사건을 운문으로 구성한 것이다. 이것이 그 제일의 특성이다. 정약용(丁若鏞, 1762~1836)의 작품들을 보자. 「도강고가부사(道康瞽家婦詞)」를 비롯하여 「애절양..
7. 조선왕조의 체제적 모순의 심화와 서사시의 출현④ 인간은 본원적으로 자기와 사회, 나아가서 세계의 주인이다. 무릇 인간이라면 누구나 태어나면서부터 주체적으로 살아가며 천하사를 맡을 자격과 임무를 지니고 있다. 다만, 이 본원적 자격과 임무를 역사적으로 특히 각성해서 감당하려는 계급이 있었다. 주체적 계급은 역사단계에 따라 달라져 왔던 것이다. 우리의 경우 고려말 이후 이조사회는 사대부가 주체적 계급으로 역할을 하였던 것이다. 사대부 계급의 정치적 실천으로 조선왕조가 건립되었거니와, 치국치민(治國治民)을 자신의 고유한 일로 자임하는 것이 사대부다운 도리였다. 체제적 모순이 확대되고 인민의 삶이 절박해가는 상황에 직면해서 기성의 특권에 안주한 나머지 둔감할 수도 물론 있다. 그것은 이미 사대부의 주체성을..
6. 조선왕조의 체제적 모순의 심화와 서사시의 출현③ 우리는 여기서 ‘서사시적 상황의 발견’을 지적해두고자 한다. 그것은 첫째, 이조사회의 기본적 모순이 심화된 현상이다. 앞서 이미 역사적으로 언급하고 시적 내용으로 확인한 바다. 둘째는, 이에 인민들 자신이 생존의 마당에 부딪치고 싸우는 과정에서 자기 존재를 발견하게 되는 현상이다. 체제편의 과도한 수탈에 맞서 인민의 살아남기 위한 투쟁의 방도는 이모저모 모색할 수 있었겠으나 첩경은 포망(逋亡)의 길이었다. 체제의 질곡으로부터 이탈한다든지, 거기서 나아가 무장항전(武裝抗戰)을 벌이는 방식이다. 군도 형태의 저항은 뒤의 단계이다. 저 유명한 홍길동ㆍ임꺽정은 바로 그 무렵에 농민저항의 지도자로 떠오른 인물이다. 김시습의 「기농부어(記農夫語)」의 등장인물은 ..
5. 조선왕조의 체제적 모순의 심화와 서사시의 출현② 조선왕조는 ‘민(民)’을 기반으로 성립된 국가였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란 말이 의미하는 대로, 인민의 농업 생산이 국가의 물적 토대였을 뿐 아니라, 민력(民力)을 부역의 방식으로 동원하여 국가의 안위와 관인의 체모를 유지했던 것이다. 이런 사실을 인식해서 “나라는 ‘민’에 의존한다”고 설파한 학자도 있거니와, 김시습은 “나라는 ‘민’의 나라다[國者民之國]”라고 인민의 정치적 위상을 강조하였다. 봉건 체제 하에서 ‘민’이란 피지배층 일반을 가리키는 개념이므로 농민 또는 인민이나 민중이라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그런데 특히 국가적 기반으로서의 ‘민’이라고 말할 때 ‘민’은 대체로 양민(良民=良人=常民)에 해당했던 것 같다. 양민이야말로 양..
2. 조선왕조의 체제적 모순의 심화와 서사시의 출현 한시는 “시의 재료로 쓰이지 못할 것이 없다[詩料無所不入]”고 이를 만큼 형식의 포용성이 광활하다. 자연이나 인간사에 대한 감흥은 물론, 기행(紀行), 기사(紀事)로부터 우언과 영사(詠史)ㆍ설리(說理)에 이르기까지 실로 담아내지 않은 것이 없을 지경이었다. 단일 장르라기보다 복합 장르 내지 장르 혼재로 보는 편이 좋을 듯도 싶다. 서사시는 종래 한시의 광역 속에 미분화 상태로 들어있었던 셈이다. 중국의 서사시를 논하는 연구자들은 그 출발을 대개 『시경(詩經)』으로부터 잡고 있다. 『시경』은 시 일반이 그렇듯 연원으로 충분히 인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서사적 지향의 시편들이 실제로 없지 않다. 그러나 우리가 보기에, 중국문학의 서사시 형식은 『시경』에..
3. 한시에 있어서 서정시와 서사시③ 이번에는 신광수(申光洙, 1712~1775)의 「채신행(採薪行)」을 보기로 한다. 특별한 작품이라기보다 짧기 때문에 편의상 인용하는 것이다. 貧家女奴兩脚赤 가난한 집의 계집종 맨발의 두 다리로 上山採薪多白石 산에 가서 나무를 하려니 차돌멩이 뽀족뽀족 白石傷脚脚見血 차돌에 부딪혀 다리에 피가 흐르는데 木根入地鎌子折 나무뿌리 땅에 박혀 낫이 뎅겅 부러졌다네. 脚傷見血不足苦 다리 다쳐 흐르는 피 괴로워할 겨를이나 있나요. 但恐鎌折主人怒 오직 두려운 건 부러진 낫 주인에게 야단맞을 일이로다. 日暮戴新一束歸 나무 한 단 머리에 이고 해 저물어 돌아오니 三合粟飯不䭜飢 한 덩이 조밥이야 허기진 뱃속 기별도 안 가는데 但見主人怒 주인의 야단 잔뜩 맞고 出門潛啼悲 문밖에 나와서 남몰..
2. 한시에 있어서 서정시와 서사시② 다음에 김창협(金昌協, 1651~1708)의 「착빙행(鑿氷行)」이란 작품을 들어본다. 季冬江漢氷始壯 늦겨울 한강 흐르는 물 얼음이 꽁꽁 얼어붙는데 千人萬人出江上 사람들 천이야 만이야 강가로 몰려나온다. 丁丁斧斤亂相斲 땅땅 망치질 도끼질 얼음 짜개는 소리 隱隱下侵馮夷國 저 아래 물귀신 나라까지 우릉우릉 울려서 들리겠구나. 斲出層氷似雪山 짜개어 포개놓은 얼음 설산을 방불케 하나니 積陰凜凜逼人寒 쌓여진 한기 오싹오싹 사람의 뼛골에 시리네 朝朝背負入凌陰 아침마다 얼음짐 등에 지고 빙고 속으로 夜夜椎鑿集江心 저녁마다 두드리고 짜개고 강 가운데 모여들 있다네. 晝短夜長夜未休 해는 짧고 밤은 긴지라 밤에도 일손을 못 놓으니 勞歌相應在中洲 노동요 주고받는 소리 모래톱을 떠나질 않네..
총론:현실주의의 발전과 서사한시 임형택 1. 한시에 있어서 서정시와 서사시 나는 성간(成侃, 1427~1456)ㆍ김시습(金時習, 1435~1493)에서 이건창(李建昌, 1852~1898)ㆍ황현(黃玹, 1855~1910)까지 장시 104/122제(題)【이 총설은 1992년 초판에 붙인 전체의 해설 논문을 전재한 것이다. 작품이 증보되긴 했으나 내용 성격이 달라지지는 않았기 때문에 총설을 다시 쓸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 다만 작품의 변수가 총 104편에서 122편으로, 또한 각 부별로도 증가되었기 때문에 수치의 변화를 표시하였다】를 뽑아 책을 엮는다. 한시로서 서사성이 담긴 작품을 채취한 것이다. 책 이름을 ‘이조시대 서사시’라 한다. 우리의 문학사에서 서사한시는, 현실주의의 발전으로 형성된 동시에 현..

여항문학(閭巷文學)과 서민문학(庶民文學) 임형택 1. 정의 ‘여항의 노래’로서의 시조문학(時調文學)과 ‘여항의 시’로서의 한시 문학 2. 성립 조건 직업과 관련된 문학적 교양, 태평한 기운 속에서 문학의 보급 확대, 사대부 시인의 지원 3. 성격 1. 직업: 조선에 필요한 기능적인 직업과 말단의 행정실무 담당. 2. 성격: 신분의 한계로 진출엔 문제가 있었으나 평민에 비해 풍요로웠으며 상당한 교양을 소유함. 3. 시대적 배경 1) 대동법(大同法) 실시 이후 화폐경제가 발달되고 상공업이 발전함으로 17ㆍ18세기 서울 여항 사정은 활기를 띰. 2) 여항의 자제들을 교육하는 학자 등장 3) 여항인들이 백련사ㆍ옥류동 등지에서 시회(詩會)를 자주 열었음 → 여항 문학이 발생하게 된 직접적인 배경 시대 17C~18..
조선전기 사대부(士大夫) 문학 임형택 1. 개념규정 1. 사대부의 성격 규정대부(大夫)사(士)출(出)처(處)치군택민(致君澤民)사명응제(辭命應製)한유자적(閒遊自適)음풍농월(吟風弄月)관각문학(館閣文學)처사문학(處士文學)경국(經國)의 문장으로 불후(不朽)의 성사(盛事)를 장식하는 문학일세(逸世)의 정취를 추구하고 한적한 인생을 자락(自樂)하는 문학 2. 처(處)의 분화산림(山林)관(官)처(處)도의와 심성에 편안히 즐기는 자(山林處士)현허(玄虛)와 고상을 사모하여 즐기는 자(方外人) 아유(阿諛) 문학과 시군(時君)에 영합하는 문장전호(佃戶)와 노비(奴婢)에 기생, 예악(禮樂)에 속박⇒방달불기(放達不羈) 3. 문학관: 한문학을 본령으로 삼고 우리의 감정을 담아 우리 문학으로서의 개성을 살림. 2. 문학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