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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조시대 서사시, 현실주의의 발전과 서사한시 - 9. 서사시의 표현형식: 시점과 서술 방식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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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조시대 서사시, 현실주의의 발전과 서사한시 - 9. 서사시의 표현형식: 시점과 서술 방식

건방진방랑자 2021. 8. 7.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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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서사시의 표현형식: 시점과 서술 방식

 

 

(1) 시점과 서술 방식

 

시점 문제는 대상을 주관적 정감 속에 용해(溶解)한 형식, 서정시에 있어서는 별로 고려할 까닭이 없다. 당초 소설에서 도출된 이론이다. 그런데 서사시에서 또한 인물과 사건을 조직하다 보면 저절로 시점의 문제가 개입이 된다. 물론 소설의 시점 이론을 이쪽에 비추어볼 수 있겠는데 소설에서보다 따지기 어렵고 모호한 면이 있는 것 같다.

 

서사시에 있어서 시점이란 서술 주체를 누구로 잡느냐는 문제다. 위에서 거론했던 송순의 문개가(聞丐歌)김시습기농부어(記農夫語)그리고 이희보(李希輔, 1473~1548)전옹가(田翁歌)를 사례로 들어 비교해보자.

 

문개가(聞丐歌)는 작중에 가 문면에 출현해서 주인공 노인과 대화하는 방식으로 엮어가고 있다. 거지 노인이 주인공인데 이 노인의 이야기를 엮어가는 주체는 즉 시인이다. 반면에 기농부어(記農夫語)에서는 작중의 주인공 농부가 자신의 인생 역정을 직접 들려주는 방식이다. 주인공과 서술 주체가 일치하고 있다. 다른 한편 전옹가(田翁歌)에 있어서는 서쪽 동네 할아버지 밤중에 잠 못 이루고 / 기러기 소리에 일어나 앉아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구나[西隣老翁夜不寐, 聞雁起坐中夜泣]”라고 서쪽 동네 할아버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데 서술 주체는 이 할아버지가 아니다. 객관적 시점인 듯하지만 따지고 보면 시인이 문맥의 이면에 내재되어 있다. 서사시의 서술 시점은 결국 이 세 가지 형태로 구별되는 것 같다.

 

 

1: 시인과 주인공의 대화적 서술 방식

 

시인이 서술 주체로 표출되는 점이 특징이다. 김성일의 모별자(母別子)나 허균의 노객부원(老客婦怨), 권헌의 시노비(寺奴婢)등등 서사시 작품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취했던 방식이다. 모별자(母別子)를 보면 서사적 장면, 즉 모자가 이별하는 현장에 시인이 마침 임석하여 직접 목격하고 주인공과 말을 나누게 된다. 목도 이문의 과정이 작중에 재현된 셈이다. 이는 르뽀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도 보겠다. 그리고 누구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그것을 작품화하는 경우 이형보(李馨溥, 1782~?)조령박호행(鳥嶺搏虎行)금리가(擒螭歌)처럼 시인은 서술자로 남아 있고 시적 화자로 이야기꾼을 내세우기도 한다.

 

 

2: 주인공의 고백적 서술의 방법

 

작중 주인공의 시점으로 서술되는 점이 제1형과 다르다. 주인공 스스로 술회하는 방식이므로, 억울하고 애달픈 사연을 표현하는 데 호소력을 가질 수 있다. 권헌의 여소미행(女掃米行)이나 백광훈용강사(龍江詞), 신국빈의 오뇌곡(懊惱曲)등의 작품에서 보는 바다. 이 수법을 말하자면 대리 진술이므로, 시인이 하고 싶은 말을 주인공의 소리로 내는 경우도 허다히 있다.

 

 

3: 객관적 서술의 방식

 

시인이 서술자로 문면 상에 나서지 않으므로 객관적 서술의 방식을 띠게 된다. 그러나 시인이 서술의 주체로 내재해 있으니 객관과 주관의 사이를 어렵잖게 넘나들 수 있다. 한 작품 내에서도 객관적 시점을 유지하다가 주관적 정감에 견인될 수 있다. 그리고 제재에 따라서도 취하는 방향이 달라지니 신광수의 채신행(採薪行)보다 객관적인 반면, 최경창의 이소부사(李少婦詞)에서는 애정 갈등을 다루어 주정적 색채가 강화되었다. 조석윤의 고객행(賈客行)이나 김만중의 단천절부시(端川節婦詩)에서처럼 제재에 대한 체험이 간접적일 경우는 대개 이 수법을 구사하게 되는 것 같다.

 

이상의 시점에 따른 서술의 세 가지 정식은 그야말로 도식적 파악에 지나지 못한 것이다. 작품의 각각에 들어가면 그대로 들어맞지 않는 면도 간혹 있을 뿐 아니라, 다양한 변이를 보이기도 한다. 특히 고려해야 할 두 가지 사항을 들어둔다.

 

하나는 서술의 주체를 파악하기 모호한 경우다. 가령 성간의 노인행(老人行)은 주인공의 고백적 서술 형태를 취한 작품인데 대화와 지문의 구분이 불분명한 대목이 있다. 그리고 정약용이 도강고가부사(道康瞽家婦詞)의 결말 부분을 보면 그 말이 서사적 무대에 둘러섰던 청중들의 소리인 듯싶은데 시인의 진술로 간주해도 무방하다. 이때 모호성은 청중의 소리이자 시인의 생각으로 들리도록 하려는 계산된 의도로 여겨진다.

 

다른 하나는 서술 시점이 이동 전환되는 경우다. 다시 도강고가부사(道康瞽家婦詞)를 보자. 이 작품은 처음에는 시인이 시적 화자로 내재된 객관적 서술의 방식으로 시작된다. 서사적 무대 위에서 나이 지금 몇인고? 무슨 일에 잡혀가게 되었는가?”라고 말을 물은 것은 시인이 아닌가 심증은 가지만 또한 분명치 않다. 그런데 이 다음부터 슬그머니 서술 주체는 작중 주인공의 어머니로 바뀐다. 그러다가 마지막에 가서 앞에 언급했듯 청중의 소리를 끌어들여 끝맺음을 한다. 그리고 애절양(哀絶陽)이나 승발송행(僧拔松行)같은 비교적 단형의 작품에서도 또한 객관적 서술로 진행하다가 후반에 가서 시인이 개입하거나 등장인물과 시인이 대화하는 방식으로 변화를 보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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