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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2012년 단재학교 제주도 일주기 목차 1. 용두암→산방산(56.71km) 민석이의 첫 비행에 대한 부담 승환이의 펑크로 자전거를 바꿔 타다 짐을 내려놓을 수 있는 배려심은 어디에? 2. 산방산→쇠소깍(42.98km) 용머리 해안에 가다 서귀포로 향하는 길 흘려버린 쌀, 그리고 호모루덴스 쇠소깍펜션에 도착하다 3. 쇠소깍 펜션→휘닉스 아일랜드(39.59km) 근호와 규혁의 다툼 대환이의 기우 승환이의 펑크와 사라짐 4. 휘닉스 아일랜드→용두암 하이킹(47.86km) 리조트의 아침을 먹을 수 있던 행운 승환이의 자전거 펑크로 완주를 하지 못하다 동문시장에서 사온 음식으로 완주기념 파티를 하다 5. 서울로 두 대의 비행기로 나누어 타고 오게 되다 1시간 20분을 기다린 후에 서울에 도착하다 인용 여행 사진
4. 04.11.수: 휘닉스 아일랜드→용두암 하이킹(47.86km) ▲ 휘닉스 아일랜드→용두암 하이킹 / 47.86km 오늘은 리조트의 아침을 먹는 날이다. 리조트에서 묵은 사람에겐 조식부페를 먹을 수 있는 티켓 2장을 주더라. 가위 바위 보로 먹을 한 사람을 정하게 되었고 대환이가 당첨되었다. 그 덕에 나와 대환이는 리조트의 아침을 먹을 수 있었고 나머지 친구들은 간단하게 아침을 먹어야 했다. ▲ 소문난 잔치집에 먹잘 게 없다. 별로 먹지 않고 이것저것 한 번씩 먹어 보고 올라갔다. 리조트의 아침을 먹을 수 있던 행운 이런 곳에서 아침을 먹는 건 처음이었기에 졸린 눈을 비비며 대환이와 함께 내려갔는데, 생각보다 별로였다. ‘소문난 잔치에 먹잘 게 없다’고 딱 그 모양새였다. 뭔가 먹을 만한 게 있을 줄..
3. 04.10.화: 쇠소깍 펜션→휘닉스 아일랜드(39.59km) ▲ 쇠소깍 펜션→휘닉스 아일랜드 / 39.59km 아침부터 비가 내리고 있다. 우천 속 자전거 여행이 되는 셈이다. 원래는 어제 저녁에 타지 못한 투명카약을 아침에 타려 했지만 비가 오는 바람에 타지 못하게 되었다. 7시에 일어나 8시에 출발하는 것을 목표로 아침을 간단히 먹었다. 아침은 라면 5개를 끓여서 밥을 말아 먹었는데, 한창 때인 아이들답게 라면 5개로는 어림 반푼어치도 없다. 그래서 몇 몇 아이들은 죽을 만들어 주린 배를 채우는 수밖에 없었다. 근호와 규혁의 다툼 근호는 아침부터 규혁이와 부딪혀 화가 잔뜩 나 있었다. 누구에게나 듣기 싫은 말, 상처가 되는 말이 있는데 규혁이는 자꾸 그런 말로 상대의 심기를 건드렸고 결국 그게 ..
2. 04.09.월: 산방산→쇠소깍(42.98km) ▲ 산방산→쇠소깍 / 42.98Km 자고 있는데 대환이가 새벽에 갑자기 깨우기 시작한다. 비몽사몽으로 왜 그러는지 이유를 묻자, “가슴이 꽉꽉 막혀 와요”라고 말한다. 어떤 상황인지도, 또한 여기서 할 수 있는 것도 없었기에 “심하지 않으면 자고 내일 아침에도 그러면 병원에 가자”고 말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침에 일어나 상태를 물어보니, 다행히도 더 이상 아프지 않다고 하더라. 아마도 자전거를 타야 한다는 게 스트레스로 느껴졌었나 보다. 용머리 해안에 가다 아침 7시에 일어나 8시 30분에 출발했다. 용머리 해안과 송악산은 꼭 보고 가야 한다고 하기에, 우리는 되돌아올 폭 잡고 자전거를 타고 길을 나섰다. 첫 날에 비해 나름 몸이 적응되어서 인지 속도가..
1. 04.08.일: 용두암→산방산(56.71km) ▲ 용두암 하이킹→산방산 / 56.71Km 김포공항에서 제주도로 가는 비행기는 6시 20분에 뜬다. 그래서 새벽 5시에 학교 건물 1층의 패밀리 마트에서 만나기로 한 것이다. 이른 시간 탓에 새벽부터 부랴부랴 서둘렀다. 다들 바짝 긴장한 탓인지 비행기 시간에 늦지 않았다. 처음엔 승태쌤만 아이들과 제주도에 가는 일정이었는데, 참여 학생이 늘어나면서 교사 한 명으론 역부족인 상황이 되었다. 그래서 나까지 함께 가게 된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작년 10월에 자전거를 타고 제주도를 돌아본 경험이 있던 터라 걱정이 되지 않았고, 더욱이 보조교사였기에 부담이 덜했다. ▲ 김포공항에 늦지 않게 모였다. 하지만 새벽에 뒤척이며 일어난 만큼 강행군이다. 민석이의 첫 ..
2018년 제주도 자전거 일주여행 1. 갑갑증이 몰려올 땐 무작정 떠나야 한다 즉흥적인 제주 여행, 콜? 떠나면 보이는 것들 ‘파랑새는 곁에 있다’는 말의 의미 2. 무작정 제주로 떠나다 홀로 떠나는 여행이 주는 선물 제주에 스민 역사, 나에게 스밀 제주 3. 우연처럼 두려움을 안고 제주행 비행기를 타다 망상에 시달리던 새해 첫 날의 풍경 발작적으로 제주도로 가는 비행기표를 예매하다 우연을 저주가 아닌 축복으로 여기며 두려움으로 시작한 제주 여행의 시작 4. 공항검색대는 언제나 날 긴장시킨다 해보면 별 것 아니지만, 해보기까지가 힘들다 검색대는 언제나 나를 긴장하게 한다 비행기가 뜨면 몸이 근질근질 거려 5. 제주를 보니 열정이 샘솟는다 제주를 마주치는 순간, 전혀 다른 나를 발견하다 만남은 맛남이 될 ..
22. 몸을 맡겨 흐를 수 있길 어제 저녁에 동문시장에서 회와 김밥, 튀김, 순대, 어묵탕을 사와서 한라산 소주와 함께 먹으며 제주의 마지막 밤을 보냈다. 6년 만에 찾아온 제주지만, 3일 동안 자전거를 타고 일주를 하고 나니 늘 있었던 곳인 양 편하게만 느껴지더라. 이래서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 하나보다. 하지만 이렇게 여행이 끝난다고 생각하니, 제주의 마지막 밤을 보낸다고 생각하니 사무치게 외로워진다. ▲ 한라산 한 잔에 젖어든 외로움 하나. 빈 공간을 채우려 애쓰다 살다보면 사무치게 외로운 날이 있다. 가족도 날 달래주지 못하고, 책 읽거나 영화 보기조차 귀찮은 그런 날이 있다. 이런 날이면 나는 친구를 생각한다. 술이나 한잔하자고 할까? 그러나 이내 그만두고 만다. 가슴 한쪽이 텅 빈 듯한 공허감..
20. 대야에 담긴 물 같은 나의 마음 세 가지 음식을 천천히 음미하면서 먹고 땅콩아이스크림으로 입가심을 한 후에 음식점을 나왔다. 10시 24분에 들어가 11시 30분까지 있었으니, 정말 느긋이 먹은 셈이다. ▲ 한 시간이 넘도록 음식을 느긋이 먹었던 추억의 장소. 순간에 머물 수 있던 점심 식사 시간 음식을 먹더라도, 차를 마시더라도 이처럼 여유롭게 먹고 마시고 싶었다. 일상에 치여 살면 먹는 재미, 마시는 묘미, 그 시간을 즐기는 설렘을 모두 망각하게 된다. 그런 것들은 모두 살아가기 위한 방편이 될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어느 순간엔 ‘내가 무얼 위해 이렇게 치열하게 살고 있지?’라는 회의감이 밀려온다. 나도 일상에 치여, 삶에 갇혀 하루하루를 지내왔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턴 내 자신이란 ..
19. 처절하게 외로워져라 난 여행인데도 멋진 풍경을 볼 때,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무작정 달릴 때 사무치게 외로움이 밀려오며 내 몸은, 나의 감정은 사시나무 떨 듯 떨렸다. 외로워지고 싶었지만 막상 외로움이 밀려드니, 그 감정을 주체하질 못하겠다. 이래서 사람인 거겠지. ▲ 우도의 풍경에서 밖을 내다 보고 찍은 사진. 사무치게 외로움이 밀려온다. 외로움에 사무치는 이에게 주는 선물 그래도 때론 외로워질 필요도 있다는 걸 느낀다. 그래야만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나와 관계 맺은 사람들이 얼마나 고마운지 알게 되기 때문이다. 외로워져야만 좀 더 내가 처한 상황이 명확하게 보이고 내 자신을 분명하게 알게 된다. 나란 사람은 참으로 누군가의 평판이나 기대에 한없이 흔들리는 사람이었다. 좋은 평판을 받기 ..
18. 후회 없던 우도 소풍에서의 점심식사 한참 해수욕장에서 바다를 보며 감상에 젖어들고 있으려니, 서서히 배가 고파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우도에서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뭐가 있는지 찾아봤다. 자전거를 타고 오는 내내 보니 ‘땅콩아이스크림’이라 씌어 있는 간판이 자주 보이더라. 땅콩아이스크림이라면 월드콘 위에 얹어 있는 땅콩이 떠오른다. 과연 그 맛과 무엇이 다른지 한 번 먹어봐야겠다. ▲ 날씨가 확 개었다. 호기롭게 주문한 점심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음식점이 눈에 띄었다. 거긴 해물짬뽕과 한라산 볶음밥, 전복스테이크 이 세 가지를 한꺼번에 먹을 수 있는 곳인데, 매우 맘에 드는 점은 일인분도 주문이 가능하다는 거였다. 홀로 여행족이 가장 난감할 때가 그 지역의 음식을 먹고..
16. 섬 속의 섬, 우도에 이끌리다 어제 오후에 성산읍으로 달릴 때 하늘이 잔뜩 흐려졌고 바람까지도 심상치 않게 불어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듯했다. 그래서 잔뜩 긴장하며 달렸는데 호텔에 도착할 때까지 다행히 비는 내리지 않았고 머지않아 잠이 들었다. 정말 푹 잔 느낌이다. 이곳은 그래도 호텔이란 이름에 걸맞게 깨끗하고 시설도 좋은 편이며, 가족 단위 여행객들이 많아 편안한 분위기다. 6시에 일어나자마자 반사적으로 커튼을 젖히고 비가 오는지를 살폈다. 어제 발표된 일기예보엔 저녁부터 오늘 오전까지 비가 오는 걸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여전히 비가 온다면 이곳 퇴실 시간인 11시까지 뒤비져 놀다가 나가볼 작정이었다. 그래서 날씨를 확인한 건데, 다행히 하늘엔 구름만 껴 있을 뿐 비는 그쳤더라. 무작..
8. 사람 맘은 참으로 간사하다 그런데 그때쯤 잠시 후회가 밀려왔다. 제주에 와서 늘 반시계 방향으로 돌며 자전거 여행을 했었기에 이번에도 별 생각 없이 반시계방향으로 돌고 있는 나 자신에 대해 말이다. ▲ 오후가 되니 눈부신 햇살이 반겨준다. 제주에서 정말 맛있는 볶음밥을 먹다 역시 고민하지 않으면 늘 하던 방식대로 살아가고 행동하게 마련이다. 누군가 그렇게 정해놓은 것도 아니고, 꼭 그래야 하는 것도 아님에도 자신도 모르게 그런 패턴화된 방식대로 행동하게 된다. 이번에도 어차피 자전거를 타고 다닐 거면 저번과는 달리 시계 방향으로 도는 방법도 있었을 거다. 그렇게 했다면 그땐 미처 보지 못한 것들을 보고, 다른 방향에서 느껴지는 제주의 모습을 그릴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그래서 멀리까지 갈 필요도 ..
7. 제주의 바다를 보니 일주를 하고 싶어지다 사람 맘이 참으로 간사하다. 비행기를 타고 올 때까지만 해도 ‘이번엔 절대 자전거를 타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자전거를 빌려서 달리고 있으니 언제 그랬냐 싶게 절로 행복해진다. 언제였더라, 중학교 3학년 때였던 거 같은데 자전거를 타고 싶어 무작정 끌고 나왔던 적이 있다. 막상 집에서 나오긴 했는데 목적지가 있는 건 아니기에 도로를 그냥 달렸다. 그만큼 그때나 지금이나 자전거는 나에겐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에 나오는 뫼베처럼 세상을 맘껏 누빌 수 있도록 해주는 둘도 없는 친구다. ▲ 자전거를 타고 제주 바다로 나간다. 기분 짱 좋다. 자전거 여행의 묘미를 알게 된 순간 여행을 할 때면 별 생각 없이 ‘도보여행’만을 생각했다. 첫 여행이 도보여행이었..
4. 공항검색대는 언제나 날 긴장시킨다 제주여행 중 이전 두 번의 여행은 며칠 전부터 철저히 준비하고 떠난 데 반해, 이번 여행은 감정기복에 따라 순전히 우발적으로, 우연하게 떠나게 됐다. 바로 하루 전날에 비행기표를 예매했고 그에 따라 출발하게 된 여행이니 말이다. ▲ 하루 전 날에 제주행 비행기를 끊었다. 해보면 별 것 아니지만, 해보기까지가 힘들다 집에서 김포공항까진 전철로 1시간 20분 정도가 걸린다. 김포공항에 오는 건 두 번째지만 벌써 6년이나 흘렀고, 오늘처럼 혼자 오는 건 처음이니 모든 게 생소할 수밖에 없다. 다행히 지하철역에서부터 이정표를 따라가니 김포공항이 나오더라. 2층에선 티케팅을 할 수 있고, 3층에선 수속을 밟은 후에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다. ▲ 공항역에서 김포공항으로 가는 ..
2. 무작정 제주로 떠나다 제주도 여행은 2011년에 여자친구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3박 4일 동안 제주도를 일주했던 여행을 시작으로 2012년엔 단재학교 아이들과 4박 5일 동안 자전거를 타고 일주했던 여행이 끝이었다. ▲ 2011년엔 10월에 2012년엔 4월에 갔었다. 홀로 떠나는 여행이 주는 선물 생활이 안정되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여건이 되면 더 많은 여행을 할 줄 알았는데, 그러질 못했다. 역시나 ‘나중에 ~이 되면 그땐 맘껏 할 수 있으니, 지금은 하지 말고 나중에 해’라는 말은 매우 그럴 듯해보여도 전혀 사실이 아니란 걸 알 수 있다. 무엇이 된 이후엔 그때 나름대로의 사정으로 인해 할 수 없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니 말이다. 그러니 맘이 동할 때 재지 말고 그냥 할 수 있는 저력이 필요하..
목차 1. 제주 4.3항쟁 이야기 47년 3월의 이야기 잘못된 수습은 오히려 불씨를 남기고 48년 4월의 이야기 2. 토벌대와 포고령, 그리고 큰넓궤에 숨은 사람들 민간인을 폭도로 모는 포고령 모름이란 희망 최고의 은신처 & 최적의 사형터 3. 빨갱이란 낙인으로 계속해서 그들을 옥죄다 정방폭포엔 눈물이 흐른다 4.3은 현재진행형 4. 4.3항쟁을 영상으로 제대로 담아낸 지슬 영화로 제사를 지내다 연출이 살린 영화 자막이 필요한 국산영화 정길이란 인물에 집중하자 인용 여행기
3. 빨갱이란 낙인으로 계속해서 그들을 옥죄다 큰넓궤에서 생활한 마을주민 120여명 중 상당수는 동굴에서 빠져나오자마자 죽었고, 그 중 대다수는 볼레오름으로, 나머지는 미오름으로 갔다. ▲ 큰넓궤에서 긴 시간을 버티며 살아냈다. 이대로 더 이상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정방폭포엔 눈물이 흐른다 당연히 볼레오름에는 많은 사람들이 걸어왔기에 발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고, 그 발자국을 따라 토벌대가 들이닥쳐 동광리 주민들은 잡히고 만다. 그후 1월 22일에 정방폭포 부근에서 총살당한다. 한숨 돌릴 틈도 없이 쫓고 쫓기는 살육전이 계속된 것이다. 다음은 『한겨레신문』기사를 발췌한 것이다. 정방폭포에서 희생된 86명 가운데 동광리 주민은 40명으로 알려졌다. 바다와 이어진 정방폭포에서 사람들의..
1. 제주 4.3항쟁 이야기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면 어김없이 가는 곳이 있다. 들어는 보았는가? 정방폭포라고. 이곳에서 사람들은 사진 찍기에 바쁘다. 정방폭포는 수직절벽에서 폭포수가 바다로 직접 떨어지는 곳으로 동양권에선 유일하다고 한다. 깎아지른 절벽에서 폭포수가 바다로 직접 떨어진다는 것이 놀라웠지만, 한 여름에도 한기가 느껴져 3분 정도 이 폭포수를 맞고 있을 수가 없다는 것도 놀라웠다. 이러한 의미 때문에 수학여행지로 정방폭포는 필수코스가 된 걸 거다. 하지만 정방폭포에 어떤 역사가 스며있는지 아는 사람은 몇 되지 않는다. ▲ 정방폭포.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 슬픈 역사가 담겨 있다. 벌교의 소화다리 같이 말이다. 47년 3월의 이야기 흔히 알고 있는 제주 4.3항쟁은 1947년 3월 1일에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