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총평
1
이 글은 처음에 ‘백동수가 왜 강원도 산골로 들어가려 하는가?’ 물은 다음, 물꼬를 바꾸어 연암협에서의 둘만의 은밀한 일을 이야기하고, 마지막 단락에서 연암협과 도저히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험난한 오지인 기린협으로 떠나가는 백동수를 보는 자신의 착잡한 마음을 피력하고 있다. 마지막 단락은 앞의 두 단락과 각각 호응하면서 독자에게 큰 여운을 남긴다. 그 여운은 하나의 가난이 또 다른 가난과 오버랩 되면서 생겨난다. 그 때문에 떠나보내는 사람의 슬픔이 곱절이나 크게 느껴진다.
이처럼 이 글은 그 구성이 아주 정교하다. 소품이지만 물샐틈없이 삼엄해, 토씨 하나 바꿀 수 없고, 쓸데없는 말이 하나도 없다.
2
이 글이 감동적인 것은 연암의 진정眞情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 글은 떠나는 백동수에게 준 글이지만 백동수를 바라보는 눈에 연암의 실존이 담겨 있고, 이 때문에 글은 진한 입체적 음영陰影을 갖는다.
3
보통의 ‘송서送序’라면 글쓴이가 떠나는 사람에게 주는 격려와 당부의 말로 채워지게 마련이다. 그래서 ‘송서’는 대개 교훈적인 뉘앙스를 띤다. 하지만 이 글은 전연 그렇지 않다. 이 글의 자아는 고답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 않으며, 떠나는 사람과 마찬가지로(혹은 떠나는 사람보다 더) 위로받아야 할 처지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점이 이 송서의 특징이다.
4
백동수는 협객적 인물이다. 그는 원래 집안이 부유했는데 의기義氣를 중시해 어려운 사람만 보면 돈을 아끼지 않고 주는 바람에 곤궁하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그는 위로는 공경대부로부터 아래로는 무인, 협객, 서화가, 전각가篆刻家, 음악가, 의사, 술사術士 및 시정市井의 하인배, 농부, 어부, 백정 등과 두루 사귀었다고 한다. 연암은 이런 사실은 모두 빼 버리고 자신과 관련된 일을 중심으로 아주 간략하면서도 인상적으로 이 글을 구성하고 있다. 백동수라는 인간을 이해하는 데 혹 도움이 될까 해서 성해응成海應(1760~1839)의 『연경재전집硏經齋全集』에 수록된 「백영숙의 일을 적다」라는 글에 나오는 두 일화를 아래에 소개한다.
영숙(백동수의 자)은 협객을 좇아 노니는 것을 좋아하였다. 언젠가 영숙의 무리와 함께 북한산에 있는 절의 누각에 올랐다. 바야흐로 술을 마시며 기생에게 노래를 부르게 했는데, 무뢰배가 떼거지로 나타나 내쫓는 것이었다. 영숙이 즉시 눈을 부라린 채 소매를 떨치고 일어나자 그 수염이 빳빳이 서는 게 아닌가. 무뢰배는 그 모습을 보자 두려워 그만 줄행랑을 쳤다.
무신년戊申年(1788) 봄의 일이다. 청장靑莊 이공 덕무가 줄풍류를 갖추어 노모를 즐겁게 해 드렸다. 나(성해응)는 그 자리에 가서 축하해 드렸다. 좌중에는 어떤 사람이 잠을 자고 있었다. 그는 문득 일어나 취한 눈을 비비면서 그림 잘 그리는 사람인 김홍도를 붙들고서는 ‘노선도老仙圖(늙은 신선을 그린 그림)’를 하나 그려 달라고 하는데, 그림 그리는 법에 대해 좔좔 설을 푸는 게 아닌가. 이 사람이 바로 영숙이었다.
성해응은 이 글에서 백동수가 ‘의기가 높은 기남자’라고 했다.
5
연암의 처남인 이재성은 이 글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그 사람을 떠나보내는 것이 이렇듯 슬프지만 도리어 슬퍼하지 않으니, 떠날 수 없는 사람이 더 슬프다는 사실을 알겠다.”
김택영은 이 글에 대해 “비장하다”라는 평을 남기고 있다. 한편, “‘높은 언덕빼기’라는 구절 이하는 모두 영숙의 일을 서술한 것으로 이 글 끝의 ‘그의 뜻’ 운운한 구절과 서로 호응한다.”라는 평을 붙인 사람도 있다.
▲ 전문
인용
2-1. 총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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