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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미학산책, 선시(禪詩), 깨달음의 표정 - 5. 학시와 학선의 원리④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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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미학산책, 선시(禪詩), 깨달음의 표정 - 5. 학시와 학선의 원리④

건방진방랑자 2021. 12. 8.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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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학시와 학선의 원리

 

 

다시 이어지는 셋째 수이다.

 

學詩渾似學參禪 시 배움은 마치도 참선 배움 같거니
自在圓成有幾聯 자재롭고 원성(圓成)함 몇 연이나 있었던고?
春草池塘一句子 사령운(謝靈運)의 지당춘초(池塘春草) 한 구절이 나오자
驚天動地至今傳 천지가 놀라 떨며 지금껏 전하누나.

 

수많은 학구(學究)들이 참선으로 득도의 길을 찾아 나서지만, 활연대오(豁然大悟)의 소식을 통통쾌쾌(痛痛快快)하게 깨치는 자는 몇 되지 않는다. 대부분 깨친 척하는 가짜들과 깨달음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엉터리들이 뜻 모를 공안(公案) 몇 개 들고 앉아 대중을 우롱하고 있을 뿐이다.

 

진짜 앞에 서면 가짜는 오금도 펴지 못한다. 깨달음이란 무엇인가? 자재원성(自在圓成)이다. 저 하고 싶은 대로 해도 행주좌와(行住坐臥) 어느 것 하나 걸림 없이 원만하다. 숨 쉬고 밥 먹듯 자연스럽다. 이것이 선의 극치다. 시도 다를 것이 없다. 스스로를 괴롭혀 쥐어짜는 시, 안 알아준다고 닦달하는 시, 알맹이 없이 허세만 남은 시는 가짜다.

 

사령운(謝靈運)등지상루(登池上樓)란 시에서 연못에 봄풀이 돋아나오고, 정원버들 우는 새 바뀌었구나[池塘生春草, 園柳變鳴禽].”란 천고의 명구를 남겼다. 봄이 되니 봄풀이 돋아나고, 버들개지에 물오르니 꾀꼬리의 목청이 변한다. 마치 밥 먹으니 배부르다는 말과 다를 바 없는 이 무덤덤한 구절을 두고, 역대로 칭찬이 마르지 않았다.

 

송나라 때 섭몽득(葉夢得)석림시화(石林詩話)에서 이 구절에 대해, “세상 사람들은 이 구절이 기막힌 줄을 대부분 잘 알지 못한다. 대개 기이한 것만 가지고 구하려 들기 때문이다. 이 구절의 교묘한 점은 바로 아무 의도 없이 느닷없이 경물과 서로 만나, 이를 빌어 글을 이루고, 갈고 다듬을 겨를조차 없었던 데 있다. 보통의 정으로는 능히 이를 수 있는 바가 아니다. 시가(詩家)의 묘처는 모름지기 이것을 가지고 근본으로 삼아야 한다. 괴롭게 끙끙대고 어려운 것만 말하는 자들은 대체로 깨닫지 못한 자들이다.”라고 했다.

 

이렇게 오가(吳可)학시시(學詩詩)세 수에서, 참선의 비유를 들어 시학의 근본 원리를 설파했다. 그 핵심은 자가료득(自家了得)’도출과구(跳出窠臼)’, 그리고 자재원성(自在圓成)에 있다. 즉 스스로 깨달아야 하고, 전범(典範)에 붙들리지 말며, 툭 터져 자재로워야 한다는 것이다. 선도 그렇고 시도 그렇다.

 

그러자 이번에는 송나라 공성임(龔聖任)이 이 시에 화답하는 시를 지었다.

 

學詩渾似學參禪 시 배움은 마치도 참선 배움 같거니
語可安排意非傳 말이야 안배해도 뜻은 못 전한다네.
會意卽超聲律界 깨우치면 그 즉시 성률 따윈 내던져서
不須煉石補蒼天 달군 돌로 하늘 구멍 막아서는 안 되지.

 

말을 매만져 표현을 가다듬는 것이 시가 아니다. 포단(蒲團) 위에 앉아 독경 소리 가다듬는 것이 참선이 아닌 것과 같다. 마음에 문득 와 닿는 것이 있으면 거침없이 토해내야 한다. 성률(聲律)이니 계율(戒律)이니에 얽매이지 마라. 뜻이 없이는 성률도 없다. 깨달음이 없이는 시도 선도 없다. 하늘에 큰 구멍이 뻥 뚫렸다고 돌멩이 가져다가 막을 생각은 말아라. 교언영색(巧言令色)으로 구차미봉(苟且彌縫) 하느니 붓을 꺾고 종이를 찢어, 혀를 물고 죽는 것이 낫다. 시와 선은 이렇게 해서 한 자리에서 만난다.

 

 

 

 

 

 

인용

목차

한국한시사

1. 선사들이 깨달음의 순간 시를 선택하는 이유

2. 학시와 학선의 원리

3. 학시와 학선의 원리

4. 학시와 학선의 원리

5. 학시와 학선의 원리

6. 동문서답의 선시들

7. 동문서답의 선시들

8. 동문서답의 선시들

9. 동문서답의 선시들

10. 동문서답의 선시들

11. 달마가 오지 않았는데도 도연명은 선을 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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