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학시와 학선의 원리②
선과 시는 왜 넘나드는가? 시와 선을 하나로 보는 시선일여(詩禪一如)의 사고는 선학(禪學)이 일어난 송나라 이후에 활발해지지만, 일찍이 당나라 두보(杜甫)도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시 지을 때 용사(用事)는 선가(禪家)의 말과 같아야 한다. 물속에 소금이 녹은 것은 물을 마셔보아야 짠맛을 안다.
『서청시화(西淸詩話)』에 나온다. 물속에 녹은 소금은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마셔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눈에는 안 보이지만 분명히 있다. 꼭 꼬집어 말하지는 않았어도 너무도 또렷하다. 시와 선은 이 지점에서 만난다.
당나라 때 시승 제기(齊己)도 「기정곡낭중(寄鄭谷郞中)」란 작품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詩心何以傳 所證自同禪 | 시심(詩心)을 무엇으로 전할 수 있나 증명함이 절로 선과 같구나. |
시인이 제 마음에 뭉게뭉게 일어난 생각을 언어로 전달하는 과정은 선사가 참선 중의 깨달음을 선문답으로 전달하는 과정과 아주 흡사하다.
당나라 천주숭혜선사(天柱崇慧禪師)는 『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에서 시구를 가지고 선문답을 진행해 보인다. 문답은 이렇다.
“천주(天柱)의 가풍은 어떠합니까?”
時有白雲來閉戶 | 흰 구름 때로 일어 와서 문을 닫으니, |
更無風月四山流 | 풍월(風月)도 다시 없고 사방 산만 흘러가네. |
“제가 죽은 뒤에는 어떤 거처로 향해 갑니까?”
潛岳峯高長積翠 | 잠긴 뫼 높은 봉은 노상 푸름 쌓여있고 |
舒江明月色光輝 | 강에 퍼진 밝은 달은 그 빛깔 휘황하다. |
“도란 과연 무엇입니까?”
白雲覆靑嶂 蜂鳥步庭華 | 흰 구름 푸른 뫼를 덮어 감싸고 벌과 새 뜨락 꽃을 돌아다닌다. |
요령부득의 동문서답이다. 깨달음의 모습을 묻는데, 푸른 산을 덮은 흰 구름과 꽃을 찾아다니는 벌과 새를 말한다. 죽은 뒤에 어찌 되느냐고 묻자, 산은 푸르고 달빛은 밝다고 대답한다. 가풍을 묻는 말에는 흰 구름이 와서 문을 닫으면, 바람도 달도 없이 사방 산만 흘러간다고 한다. 알 듯 말 듯 묘한 말씀이다.
인용
2. 학시와 학선의 원리①
3. 학시와 학선의 원리②
4. 학시와 학선의 원리③
5. 학시와 학선의 원리④
6. 동문서답의 선시들①
7. 동문서답의 선시들②
8. 동문서답의 선시들③
9. 동문서답의 선시들④
10. 동문서답의 선시들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