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초를 보며 양두구육하는 세태를 노래하다
『소화시평』 권하 3번에 네 번째로 소개된 신최의 시도 어찌 보면 삶의 지혜를 담고 있는데 여기서도 홍만종은 자신이 싫어하는 인간의 군상을 발견한다.
이 시의 내용은 기탄(歧灘)이란 곳에 대한 내용이고 배를 타는 사람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암초에 대한 내용이기도 하다. 그러니 수면 바깥으로 드러난 바위는 오히려 위협적이지 않지만 물속에 감춰져 있어 배에 심한 손상을 입힐 수 있는 암초는 큰 위협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 홍만종이 ‘입엔 꿀을 머금고 배엔 칼을 지녀 은밀히 공교로운 가운데 발동하는 사람을 비유했다[以譬口蜜腹劒, 潜發巧中者].’이라 평하며, 겉 다르고 속 다른 사람을 비유한 건 정말 적절했고 쉽게 이해가 됐다. 애초에 누구에게나 ‘저 사람은 별로다’라는 사람은 별로 위협이 되지 않는다. 그건 너무도 명확하게 그 사람의 됨됨이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겉으론 좋은 척하며 사람들에게 ‘저 사람 좋은 사람이다’라는 인상을 안기지만, 실제론 ‘교묘하게 그런 좋은 인상을 이용해서 사람을 이용해 먹는다’는 사람이야말로 가장 경계해야할 사람이다. 그러니 홍만종은 권하 19번에서 아예 ‘사람이 되어 한 세상이 모두 좋아하길 바란다면 그 사람은 좋은 사람이 아니다[爲人而欲一世之皆好之, 非正人也]’라고 말했다. 그건 공자가 가장 증오하는 사람으로 ‘향원(鄕愿)’이라 말했던 것과 전혀 다르지 않은 생각이라 할 수 있다.
근데 이 시에서 재밌는 점은 뱃사공들의 말을 어느 부분으로 볼 것인가에 있다고 교수님은 말씀해줬다.
歧灘石如戟 舟子呼相謂 | 기탄의 돌은 창 같아 뱃사람들이 서로 부르며 말하네. |
出石猶可避 暗石眞堪畏 | “튀어나온 돌은 오히려 피할 수 있지만 암석은 참으로 무섭다네.” |
나는 처음에 이 시를 보고 위와 같이 해석했었다. 보통 말하는 내용이 뒤에 나온다고 관습적으로 해석을 한 것이다. 이렇게 해석하는 경우 ‘숨은 바위야말로 가장 무섭지’라는 말은 뱃사람들이 서로 전해주는 지혜라 보는 것이다. 그들이 무수히 배를 타면서 체득한 내용을 주위의 동료들에게 전해주는 경험 전수의 장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아래와 같이도 해석할 수 있다.
歧灘石如戟 舟子呼相謂 | “기탄의 바위은 창 같네.”라고 뱃사람들이 서로 부르며 말하네. |
出石猶可避 暗石眞堪畏 | 튀어나온 바위는 오히려 피할 수 있지만 숨은 바위는 참으로 무섭구나. |
이렇게 보면 뱃사람들은 ‘기탄의 바위는 참 무섭네’ 정도의 지식만 전해주는 반면, 이 얘기를 듣고 시인이 문학적인 감수성을 발휘하여 ‘아무리 그래도 진짜 무서운 건 보이는 것보다 안 보이는 바위이지요’ 정도의 통찰이 된다. 교수님은 바로 이렇게 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담겨 있을 때 시는 더 의미가 있어지며 홍만종의 시평도 더 적절하다고 말해줬다.
이런 얘기를 듣고 다시 위의 시를 보니 확실히 전자로 해석하는 것보단 후자로 해석하는 게 시의 맛도 훨씬 살고 홍만종도 그러한 시평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는 걸 알게 됐다. 바로 이런 식으로 관습적인 해석이 아닌, 좀 더 생각해보고 다른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이야말로 시의 맛이라 감히 말할 수 있다.
하권 3번 | |
遆職後 | 示兒 |
일희일비하거나 욕망을 따르는 무리에게 | |
復寄仲始司藝 | 送僧之楓岳 |
사람의 인품과 물욕에 대해 | |
江上 | 南溪暮泛 |
벼슬길에 나가려는 사람에게 | |
詠雲 | 歧灘 |
改頭換面와 口蜜腹劒하는 사람에 대해 |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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