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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한시사, 조선전기의 다양한 전개 - 5. 당시 성향의 대두(박상) 본문

책/한시(漢詩)

한시사, 조선전기의 다양한 전개 - 5. 당시 성향의 대두(박상)

건방진방랑자 2021. 12. 20.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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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상(朴祥, 1474 성종5~1530 중종25, 昌世, 訥齋)은 전라도 광주(光州) 출신으로 호남계(湖南系) 시단(詩壇)을 열어준 선구이기도 하지만 이행(李荇)신광한(申光漢)김정(金淨)정사룡(鄭士龍) 등과 함께 중종 연간의 시단(詩壇)을 빛내준 대표적인 시인이다.

 

정치 현실에서도 서로 처지를 달리했거니와 시업(詩業)에 있어서도 개성 있는 시작(詩作)으로 다양한 전개를 보이었다. 박상(朴祥)김정(金淨)과 함께 폐비(廢妃) 신씨(愼氏)의 복위(復位)를 주창하다가 훈구(勳舊) 세력으로부터 폄척(貶斥)을 당하기도 하였으나 기묘사화(己卯士禍) 때 그는 이른바 기묘완인(己卯完人)으로 살아 남았다.

 

그의 문집인 눌재집(訥齋集)은 대부분이 시()로써 채워져 있으며 문장(文章)은 겨우 10여편을 남기고 있을 뿐이다. 시경(詩經)초사(楚辭)이백(李白)두보(杜甫)의 시()에 깊지 않은 사람은 그의 시()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하거니와(文集序) 그는 각체시(各體詩)를 두루 제작하면서 고사(故事)와 전고(典故)를 능숙하게 운용하고 있어 그의 시()는 초심자(初心者)들이 이해하기에는 어려운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남에게 굴복하기를 싫어하고 기작(奇作)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정사룡(鄭士龍)박상(朴祥)만은 매우 좋아했다고 한다. 정사룡(鄭士龍)기작(奇作)’으로도 박상(朴祥)을 알아준 것은 물론 시세계와 유관한 것이다.

 

그는 도연명(陶淵明)의 시()도 즐겨 읽어 그의 시작(詩作) 가운데는 정치는 버렸지만 인생은 버리지 않은도연명(陶淵明)의 세계를 볼 수 있는 작품도 많다. 대체로 칠언율시(七言律詩)에 득의구(得意句)가 많으나 칠언절구(七言絶句에서도 그는 천재(天才)를 발휘했다. 화동봉산인거백절(和東峯山人山居百絶)과 같은 작품은 동봉산인(東峯山人)에게 화답하기 위하여 칠언절구(七言絶句) 백수(百首)를 한꺼번에 제작해 낸 일품이다.

 

그의 대표작으로 꼽을 수 있는 수정한림유별운(酬鄭翰林留別韻)을 비롯하여 탄금대(彈琴臺), 충주남루차운(忠州南樓次韻), 차영남루(次嶺南樓), 일진도(一陳圖), 법성포우후(法聖浦雨後)등 각종 시선집(詩選集)에 뽑히고 있는 작품들이 모두 칠율(七律)이며 칠절(七絶) 가운데서 알려진 것으로는 하첩(夏帖), 봉효직상(奉孝直喪)등을 들 수 있을 뿐이다.

 

 

수정한림유별운(酬鄭翰林留別韻)은 다음과 같다.

 

江城積雨捲層霄 강성(江城)의 장마 비 씻은 듯이 개이고
秋氣冷冷老火消 가을 기운 서늘하며 늦더위 사라지네.
黃膩野秔迷眼發 기름진 들판의 벼는 눈 어지럽게 피어 있고
綠疎溪柳對樽高 푸르고 성긴 버들은 술독 앞에 드높으네.
風隨舞袖如相約 바람은 기약한 듯 춤추는 소매 따르고
山入歌筵不待招 산은 부르지 않았어도 노래자리에 드네.
慚恨至今持斗米 부끄럽고 한스러운 것은 지금도 벼슬길에 있어
故園蕪絶負逍遙 고향 동산 묵히고 소요하는 일 저버린 거다.

 

시상(詩想)이 범속(凡俗)을 초탈(超脫)하고 있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이다. 그의 시세계에 대해서는 신위(申緯)동인논시절구(東人論詩絶句)14에서 기건(奇健)’이라 평가한 것과 남용익(南龍翼)호곡시화(壺谷詩話)1에서 감개(感慨)’로 평가가 서로 동떨어지기도 하거니와, 다양한 그의 작품세계를 한마디로 말하기란 어려운 일임에 틀림없다.

 

다음 작품 하첩(夏帖)을 보이는 것으로 그 해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樹雲幽境報南訛 그윽한 지경 나무 숲이 남쪽에서의 화육(化育)을 알려주나니
休說東風捲物華 동풍이 물화를 휘감아간다고 말하지 말라.
紅綻綠荷千萬柄 붉은 것이 녹연(綠蓮) 천만 그루에 터지니
却疑天雨寶蓮花 문득 하늘이 보연화(寶蓮花)를 뿌리는가 의심이 나네.

 

윤호(尹壕)의 사시도(四時圖)에 붙인 작품으로 계절마다 2수씩 경물과 인물에 대해 읊조린 것이다. 여름 한때를 벌겋게 핀 연꽃에 초점을 맞추어 쓴 것이다. 그러나 이 시편은 단순히 초심자의 당시(唐詩) 취향만으로는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이기도 하다. ‘남와(南訛)’()’는 화육(化育, 무럭무럭 자람)을 뜻하는 것이며, 바깥짝에 배치한 ()’, ‘()’와 같은 동사도 만물이 생장하는 여름 한 철의 동적(動的)인 미감(美感)을 적절하게 드러내 보인 것이다.

 

 

 

 

인용

목차 / 略史

우리 한시 / 서사한시

한시미학 / 고려ㆍ조선

眞詩 / 16~17세기 / 존당파ㆍ존송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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